저희 남편은 올해 39살-저는 34살, 저희는 결혼한지 2년차 부부구요.
아직 아기는 없고 올해 가지려고 계획중이에요.
남편이 외국계컨설팅쪽 일(직급은 부장,연봉8000)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 들어 부쩍 더 힘들어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남편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82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글 남겨요.
남편은 고객 회사에 직접 가서 짧게는 3개월~길게는 1년 가까이 프로젝트로 나가서 일을 해요.
주로 서울에서 근무하지만 지방으로 파견 근무를 가기도 하구요.
지금도 지방의 모 회사에 파견 근무나와 있고, 저도 얼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 따라 지방에 내려와 있구요.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의 업무는 많이 바쁜편이었는데, 지금 일하는 프로젝트는 아주 심한 것 같아요.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새벽 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고, 밤을 새는 경우도 자주 있고,
주말에도 모두 나가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건강도 많이 나빠졌고, 피곤할텐데도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해요.
담배도 피지 않았었는데 하루에 2갑 이상 피는 거 같아요.
아침에 일찍 출근-새벽 퇴근으로 저희 부부도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구요.
회사에서 이런 힘든 상황을 알고 인정해주면 좋을텐데,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만 따고 나서는 프로젝트 진행이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다고 하네요.
날 밤 새워 가며 일하고 있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어요.
지금하는 프로젝트도 점점 산으로 가고 있고, 본인은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여러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하는 형태라서 서로 책임 떠넘기고 업무 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인 거 같아요.
자상하던 남편이(평소에 제 투정을 다 받아주는 편이고 집안일도 요리 빼고는 다 남편이 해줌) 어쩌다 함께 있게 되도,
말이 없고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으네요.
남편이 어제 오후 퇴근해서는 지금 프로젝트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업무상 1단계 마무리까지는 다 한 상태임)
요즘은 컨설팅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6개월 해야 할 업무를 반으로 줄여서 3개월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업무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고 해요.
회사는 영업만 신경쓰고,실제 일의 진행 과정에는 관심이 없고 책임지려하지 않는 그런 상황들이 많아 지고있다고..
지금 회사에는 건강이 나빠져서 서울 본사로 간 다음 몇 주~한달 정도 쉰 후에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을 해주던지
아니면 퇴사하고 싶다고 하네요.
작년에 남편이 업무에서 롤모델로 생각했던 분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거나(2명이나),
업무만 몰두하다 보니 이혼하는 경우 허다, 하물며 템플스테이 3개월까지 다녀온 분도 계심..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본인이 하는 업무에 대한 정(?)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임원까지 되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거든요.
본인도 지금 일을 계속하다가(또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고 하면서 : 컨설팅은 수명이 짧다고 40대 초중반까지 밖에
못한다고 하네요) 위의 사람들처럼 될 수도 있다고, 요즘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때가 있었다고 하네요 ㅠ.ㅜ
제가 봤던 남편은 다른 사람들보다 업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인거 같아요,
문제가 발생하면 안된다는 그런 완벽주의 성향과 책임감이 커서인지 회사 일에 더 민감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저희 아버지가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시는데, 거기가서 일하고 싶다고 하네요.
거기서 일하면 기한 마감에 시달리는 스트레스는 최소한 받지 않고, 저녘 8시면 퇴근할테니
휴가가 없어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것 같다고요..
물론 영업일이라서 사람들 상대하고 더 힘들 수는 있겠지만, 기한에 대한 압박감은 없을거라서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네요.
더 나이들어서 사업(자영업)을 하더라도 지금 영업쪽 일부터 배우면 도움이 될거 같다고 하면서요.
저희 아빠가 하시는 일은 영업이구요,고객들한테 직접 방문판매하는 쪽이구요.
직원이 10명정도 되요.
큰형부가 10년 전부터 아빠 밑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고, 아빠는 곧 형부한테 다 물려줄 그런 분위기입니다.
음.. 저희 아빠가 남편을 받아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일하게 되면, 남편은 아마 저희 친정쪽에 평생을 종속된채 살게 되고,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살게 될텐데 살 수 있겠냐고 했더니 본인은 좋다고...
남편은 본인 집이 화목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저희 집에 가면 화목하고 편하다고 부러워하고 좋아해요.
깐깐하고 성격 급한 저희 아빠를 존경(?)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장인어른은 참 대단하시다고..
저희 엄마랑도 어느 정도 코드가 맞는 편이구요.
저는 솔직히 계속 자영업하는 아빠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는 게 좋거든요.
영업이 또 만만하지가 않고, 사람들 상대하며 정말 어려운 직업이잖아요.
남편이 잘 해낼 수 있을지, 혹 이 일을 못하겠다고 했을 땐 정말 돌아갈 곳이 없는데,
그 땐 어떻게 해야할지..
남편의 그간의 경력,학력이 아깝기도 하구요, 남편이 이쪽 영업일을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작년에 첨으로 장만해서 리모델링까지 깔끔하고 지방에 내려온다고 2개월 밖에 살아보지 못한 저희 집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ㅡ.ㅡ.
남편은 이번 설날 때 저희 부모님께 진지하게 의논드리겠다고 하네요.
휴...제가 남편에게 그냥 힘들어도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지금 회사 계속 다니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남편의 뜻을 따라야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