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딸아이가 이제 고작 34개월이지만..
제가 봐도 그렇고, 주변에서 봐도 그렇고, 애가 참 고집이 셉니다..
일일이 열거하자니 너무 아픈 사연들이고..
딱 그 무렵의 아이가 부리는 고집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게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런데 딱히 할 말이 없는게.. 저도 저희 남편도 어른들 말씀 들어보면
어려서부터 한 고집 했던 인물들이라 ;; 핏줄이 어디가겠냐 싶어 애한테 미안하기도 하구요.
살면서.. 고집.. 어느 정도의 고집은 있어도 좋지요. 하지만 그건 양질의 고집일 경우이구요,
무턱대고 자기 마음에 안들고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니 피우는 고집은.. 좋은 고집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 고민이 여러 밤 이어지네요.
오늘,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있어서 나가는데 가는 길에 아이가 장갑을 달래요
제 가방 안에 마침 아이 벙어리 장갑이 있어서 줬어요. 그랬더니 한참 있다가
장갑 위에 붙은 고양이 인형 장식이 떨어졌는지 인형이 떨어졌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어요.
곧 도착할테니 도착해서 붙여주겠다고 했지요. 저는 운전중이었으니까요.
그랬더니 애가 점점 더 큰 소리로 울부짖더군요.
이럴 때 제가 같이 언성을 높여봤자 아이를 더 자극할 뿐이니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조곤조곤 아이를 타이르며 곧 도착하니 고쳐주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다독였어요.
그래도 아이는 이미 악을 악을 지르며 울고 불고..
조금 진정된 듯 보여서 아이를 타이르려고 아이의 이름을 불렀어요.
그런데 대답을 하지 않는겁니다. 대답 하기 싫다 그거였죠.
그렇게 고집을 피울 때가 종종 있는데, 오늘은 왠지 저도 그냥 못 넘어가겠더라구요.
그래서 주차장에 도착할 때 까지 계속 아이의 이름을 불렀어요.
아이의 카시트는 운전석 뒤에 장착되어 있어서 운전 중에 제가 뒤를 돌아볼 수는 없었구요.
'oo야, 지금은 운전중이라서 엄마가 못 고쳐줘. 조금만 기다려.'
'oo야, 울지 말고 또박또박 말해야지. 그렇게 울기만 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oo야.' ..... 이렇게 계속 설명하고 이름을 부르는데도 애가 일부러 대답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화가 나더군요. 네가 뭔데 이렇게 일부러 대답도 하지 않고, 네 기분 나쁨을 표현하느냐. .싶기도 하구요.
저도 오늘은 오기가 생겨서 아이가 대답할 때 까지 계속 이름을 불렀어요.
아이는 30분이 넘도록 엄마 보란듯이 대답을 피하고 더 더 더 큰소리로 울기만 하고..
그러다가 어찌어찌 결국은.. 네.. 제가 이겼어요. 아이가 대답하더군요. '네' 라구요.
물론 고분고분한 대답은 아니고, 악을 지르는 듯한 '네' 그거였어요.
상황 설명이 어렵네요. 아이를 이겨먹기 위해 제가 30분 동안, 주차를 하고 나서도 계속 이름을 부른건 아니에요.
왜 대답을 안하니, 어른이 부르면 대답을 하는거야, 라며 설명하는데도 그냥 저도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 투영되어서 그런건지, 그 상황이 답답해서 그런건지.. 암튼 그랬어요.
한번씩 이래요. 저와 제 큰 아이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기싸움을 해요.
주차를 하고 제가 내려서 아이가 타고 있는 뒷문을 열었다가는
제 성질에 아이를 때리기라도 할까봐, 아이를 패대기치기라도 할까봐
저도 그냥 심호흡 크게 하면서 운전석에 앉은 그채로 아이에게 .. 대답을 해야지.. 만 반복했어요.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로 아이의 고집을 꺾는 것이 올바른 훈육인지.
제가 아이가 타고난 고유의 성질을 버리고 있는 것인지.
저의 이런 양육태도가 아이에게 더 독이 되는건 아닌지.
이렇게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도록, 스스로 체득하도록 알려줘야 하는 것인지.
첫아이라서 많은 시행착오 겪으면서 키우고 있는데
아이의 고집이 더 강해지고 자아가 더 드러나고 그러면서
자꾸 아이와 부딪히게 되니 너무 힘들고 마음 아프고 그럽니다.
아이의 고집.. 어느 정도까지 받아주고, 어느 정도까지 통제해 줘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