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소개팅을 했는데 하도 간만에 하는거라 해주시는 분한테 감사한 맘으로 나갔구, 아직도 감사하지만
앞으로 왠만하면 그냥 해주는 식의 이런 소개팅은 안해야겠다 싶어요.
뭐 저 나이 많습니다. 마흔살이구요, 남들은 공부하고 일하다 결혼 못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적당한 남자 못만나서 못한게 사실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 하다가 미국서 손꼽히는 대학서 석사하고 지금은 외국에서 주재원으로 직장다니면서 국내 대기업 임원급 대우 정도는 받고 있죠. 어디가서 빠지는 외모 아니고, 결혼 안하고 애기 안낳았으니 스스로에게 투자하니까 당연히 나이보다 많이 어려보이고, 같이 여가를 즐길 친구도 많아서 휴가도 제때 제때 여기저기 잘 다니고, 어릴적부터 문화예술계에 관심 많았으므로 공연/영화 이런 것도 자주 보러 다니죠. 이젠 남자 없는 생활에 하도 익숙해져서 사실 불편한 점도 없구요.
근데, 간만에 서울와서 소개팅에 나가보면 정말 단지 나이가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친구의 친구니 이런 사람들 해주는데 나가서 그분들이랑 얘기해봐도 참 미안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예요. 나쁜 사람들이야 아니겠지만 서로 공감대라고는 뭐 하나 맞는게 없고, 나이가 나이니 만큼 너무 심한 아저씨 분위기에, 쉽게 말해서 제 친구들 중에도 찾아볼수 없는, 다른 군에 속하면서 걸어온 길이나 앞으로 갈 길이 맞지 않는 사람들인거죠.
노처녀인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고, 맞는 사람 만나면 결혼도 하고 싶지만, 이렇게 소모적인 만남은 그만해야 겠다고 새해 결심해봐요. 어렸을 때도 그랬듯이 왠만한 남자치고 임자 없는 사람 없을테고, 그나마라도 괜찮은 사람들이야 뭐 더 어린 사람들을 원할테니까요. 그냥 하던대로 인생이나 재밌게 즐기면서 살렵니다. 인연이 정말 있다면 길거리에서라도 만나지던지 말던지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