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육아가 행복해서 하는건 아니고 강도로 따지면 공부 같은거라고 생각해요.

육아는 조회수 : 1,259
작성일 : 2012-01-04 10:01:07

공부할때도 좋을때도 있잖아요.

새학기에 새로운 파일과 펜들을 잔뜩 사서 두근두근 실라버스를 받아들고 뭘 언제 읽어야겠다 계획할 때라든가

어느 순간 하다보니 빠져서 몇시간이 흘러있고...

이게 뭐지뭐지 하다가 아하 그거구나 깨닫는 기쁨,

생각보다 잘돼서 이걸 정말 내가 했단 말이야? 하면서 행복한 기분.

 

근데 대부분을 구성하는건 졸린데 일어나서 수업을 가야한다든지

오늘은 놀고 싶은데 이걸 해야 한다든지

봐도 봐도 잘 모르겠다든지 지루하고 인내를 요하는 시간들이잖아요.

 

육아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애가 막 사람을 알아보고 하루하루 발전하고 나를 보고 정말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고 할때는

어머나 이렇게 좋을수가 이거 진짜 보람있고 행복하군 하다가도

대부분은 이유없이 징징징징,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싶어도 안되고

무한반복으로 기저귀를 갈고 먹이고 씻기고 안고 달래고...

 

저는 제일 힘든 부분이 아기의 욕구에 저를 맞추는 거에요. 

제가 자고 싶을때 아기가 깨서 놀고 싶으면 노는거고

저는 안 자고 싶지만 아기가 자고 싶으면 불끄고 자는 시간이 되는거고...

그래서 제가 저번엔 우리 애한테 **야, **이가 오늘 이기적이네? 엄마는 너무너무 졸린데 우리 자면 안돼? 하다가 남편이 왜 애한테 이기적이라고 하냐고 한소리 들었어요.

 

근데 아기는 다른 사람 배려 못하기 때문에 천사지만 이기적이기도 해요.

그거에 부모는 초기 몇년 동안 맞춰야 하는거고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한 거죠.

그걸 엄마가 다 하라는거는,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희 친정 엄마는 저 키울때 베이비시터도 없고 하니 저를 잠깐 어디 맡기면 날아갈 거 같았대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외가에 가서 절 맡기고 낮잠을 자고 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었다고...

 

저는 제 일이 있고 출산휴가때도 계속 상주 베이비시터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모유를 먹이고 밤에도 계속 같이 있고 아기랑 한 몸이 되는, 그런 체험은 못해봤어요.

육아카페 같은데 보면 그렇게 아기랑 한 몸이 되는 느낌을 가지는 엄마들도 많은데

어쩌면 그런 경우에는 육아를 힘들게 느끼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애 키우는건 정신적으로 지루하고 힘든걸 잘 참아내는 인내심과 육체적인 체력 둘 다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강도로 말하자면 고3이나 약간 까다로운 논문쓰는 기간에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 정도?

왠만한 일반인 누구나 견뎌낼 수는 있지만 당사자한테는 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고

아기를 낳기 전에 육아는 너무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할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점이 있겠지만 이게 내 의무고 수행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마음을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나면 어 의외로 즐겁고 좋은데? 할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IP : 199.43.xxx.1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4 10:09 AM (114.207.xxx.163)

    그쵸, 과학 공부고 예술 숙제.
    그리고 체육 시험. 가끔씩 빛나는 기쁨.

  • 2. 저는
    '12.1.4 10:13 AM (122.35.xxx.138)

    육아휴직 쓰면서 일년 넘게 아기를 보고 있지만 아기와 한몸에 되는건 경험하지 못했어요, 저도 육아가 공부에요, 책에서 보고 배운걸 실습처럼 적용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모성애도 학습같아요

  • 3. 콩나물
    '12.1.4 10:20 AM (218.152.xxx.206)

    큰애는 공부처럼 느껴지는데요. 둘째는 경험해 봤으니깐 여유를 갖고 키우게 되던데요.

    아이가 징징거리고 울어도 이쁘다소 웃으면서 달래게 되네요.

    아이가 내몸에서 떨어지면 수월하실꺼에요. 두돌만 지나도 살만하고. 세돌 지나면 대략... 좋죠.

  • 4. 아이가 초등입학하면서부터
    '12.1.4 10:35 AM (222.237.xxx.139)

    진짜 육아를 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원글님이 쓰신 그 시절이 너무 행복했어요...
    육아휴직 써본적 없지만
    퇴근하자마자 말도 못 하는 애가 책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면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렇게 즐겁게 책만 읽어줬는데 어느날 한글을 읽기 시작할때...
    출근해서 일하는데 나도모르게 아이랑 같이 듣던 동요가 내 입에서 흘러나올때...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초등고학년인 지금은...
    세상에 태어나게 한게..미안해집니다.

  • 5. 그게
    '12.1.4 3:37 PM (118.91.xxx.87)

    사람마다 다 느끼는 강도와 힘듦이 다른거 같아요.
    제가 정말 놀란게...육아까페에서 보면 애기 겨우 100일됐는데 둘째 계획중이라고 이런글도 종종 보이더라구요.
    전 그맘때 죽지못해 살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하루하루가 피폐했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애가 이뻐서 둘셋 계속 낳는사람들보면 정말 육아가 맞는 사람이 따로 있구나 싶어요.
    저는 고3 아니라 그 어떤 인생의 시기도 이처럼 힘든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요..
    그래서 둘째는 아예 생각도 안한다는....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693 다섯 살 남자 아이들은 어떤 동화책 좋아하나요? 3 딸둘엄마 2012/01/06 1,128
56692 결국 디도스 주범 2명으로 끝내네요. 8 나비 2012/01/06 1,224
56691 설날 기차/비행기표 예매 지금 가능한 방법 있나요? (서울-&g.. 1 ㅠㅠ 2012/01/06 1,514
56690 깨를 볶았는데 돌이 씹혀요.ㅠ 6 어떻게 2012/01/06 1,580
56689 82에 스마트폰으로 글 올리기 잘 되나요? 6 .. 2012/01/06 899
56688 곽노현 사건 어떻게 볼 것인가 7 길벗1 2012/01/06 1,347
56687 역시 아무리 닦아도 걸레 1 역시나 2012/01/06 1,240
56686 국내브랜드(아가방. 해피랜드 등) 유모차도 괜찮나요? 2 유모차 2012/01/06 1,818
56685 82쿡님들에게 질문해봐용 2 ㅇㅇ 2012/01/06 729
56684 82 끊을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괴로워요 13 dmdm 2012/01/06 1,628
56683 동남아 효도 관광 추천 부탁드려요 2 funfun.. 2012/01/06 1,974
56682 저의 두번째 낙이 사라져버렸어요... 2 ..... 2012/01/06 1,941
56681 제 아들이 집단따돌림 가해학생이었습니다.. 43 .... 2012/01/06 23,765
56680 소고기소분.?? 2 ........ 2012/01/06 869
56679 밤중수유에 관해 조언 좀 해주세요 3 수유 2012/01/06 822
56678 아이에게 협박하는거, 이거 괜찮을까요? 4 감옥간다! 2012/01/06 1,170
56677 이모 질투나게 잘살기? 4 진짜싫은사람.. 2012/01/06 2,131
56676 햄스터 키우는분들 집안에 두시나요 베란다에 두시나요 4 문의 2012/01/06 1,192
56675 수술비 보상 받으면 다른 보험에 못 드나요? 6 아이들 보험.. 2012/01/06 1,376
56674 논술은 계속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1 어쩔까 2012/01/06 1,246
56673 아르바이트사원 모집 공고입니다. 3 내안에그대 2012/01/06 1,655
56672 머리카락이 빈약한데 헤어스타일 4 머리숱 고민.. 2012/01/06 1,904
56671 강풀 ‘29년’ 드디어 영화로 보나? 캐스팅 진행 소식 모락모락.. 2 세우실 2012/01/06 1,092
56670 쥬스 만들고 남은 당근찌꺼기가 아까워요 8 뭘로 2012/01/06 4,367
56669 굴업도 개발 반대 서명 부탁드립니다. 4 장작가 2012/01/06 1,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