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때문에 칩거 중에 갑자기 웃긴 생각이 나서 수다 떨러 왔어요.
남편은 소위 오덕,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키에 두껍고 짜리몽땅한 다리. 그나마 웃으면 귀엽게 보여 결혼을 결심했죠.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영재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중1때부터 학원에서 고등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공짜로 수업을 들었죠.
수능은 전국 10등 내외 정도...?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공부만 열심히 했는데 저를 만나고선 자기가 한없이 작고 초라해 보였답니다.
그게 남편의 유일한 트라우마 내지 컴플렉스...?
이런 남편이 요즘 잘난척이 부쩍 늘었는데 아...앞에선 인상 찌푸렸지만, 사실 너무 귀엽습니다. ㅋ
그 얘기를 심심해서 해보려구요.
1. 운전하고 가다가 수학학원 플랭카드가 걸린 걸 봤어요. 수능 대비 어쩌구 저쩌구 내용
"자기야, 수능 때 수학 몇 개 틀렸어?"
운전 중이란 사실을 망각한 듯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나한테 그런 질문한 사람 네가 처음이야. (마치 재벌2세 남자가 뺨맞고, "너같은 여자 처음이야" 하는 듯)"
물론 수학 다 맞았다는 뜻이죠...--;
2. 수학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여보, 우리 땡땡이(세살 아들)가 어디 놀러가는데 학습지 같은 거 쥐어 보내면 큰 일 날줄 알어!!"
갑자기 엄포를 놓습니다. 뭥미...??
"나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면 꼭 정석 같은 거 들고와서 푸는 놈들이 있었어"
"자기가 그런 거 아니고...?"
"다 아는 건데 그걸 왜 들고 가?"
.........................--;
3. 제가 길에 실수로 흘린 쓰레기도 일부러 돌아가 줍는 모습을 보더니
"우와, 여보 되게 양심적이다!"
"응? 당연한 거 아냐?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난 당신이 학교 다닐 때 컨닝 한 번 안했다길래 되게 바른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네 저, 초딩 때 대딩 때 컨닝 좀 기술적으로 했습니다. ㅠㅠ
"응? 내가 틀리면 다 틀리는 건데 뭐하러 컨닝을 해? 내 답이 정답이야"
"아....네..."
매사 이런 식입니다. 근데 이게 정말 자신감에 차서 하는 말이라 재수 없다기 보다, 뭐랄까,,,자꾸 듣다보면 좀 멋있는 거? ㅋ
주말에 팬티 차림으로 커다란 엉덩이 실룩거리며 애 등에 업고 걸레질 하는 남편을 보다가, 저런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웃음이 실실 나옵니다.
저는 웃긴데 별로 재미 없나요?
일기는 일기장에 이러면 울어버릴 거임.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