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왕따였을때 생각나는거 하나

.. 조회수 : 1,813
작성일 : 2011-12-31 19:00:04

초등 4학년..그러니까 99년도 즈음의 일이네요.

저는 그냥 말수 적고 책 좋아하고 영어 잘하고 수학 못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말그대로 어쩌다 보니 여자애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었고, 반 전체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급기야 같은 학년 전체와 다른 학년에까지 소문나는 왕따가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요.

그때 당시는 왕따가 사회문제로 막 대두시되는 시점이었거든요.

정말 웃기는게 신문 방송에서 '왕따' 라는 단어 자체가 자꾸 이슈화되니까

학교에서는 왕따라는게 없어야 할 대상이 아닌 무슨 유행이 되었다는거에요.

아..10년이 훌쩍 넘은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이야기 많아요.

바뀌는 남자 짝궁들마다 샤프로 제 손등을 꾹꾹 찌르던 일.

그거 너무 아팠어요.그 때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요.

실과시간에 준비물이었던 본드로 범벅이 되어 교실 폐휴지함에 버려졌던 제 교과서.

제 사소한 습관(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다는가 하는) 몇배로 오바해서 무슨 게임..

제 이름이 000이라면 000게임을 만들어서 전 학년에 유행이 되었던 일.

그 이야기를 유치원때부터 절친이었던 친구로부터 전해들었을때의 굴욕.

체육시간 끝나고 운동화 실내화로 갈아신는데 이름도 못잊을 여자아이가 제 머리를 잡아당긴 일.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하교하던 저를 주먹으로 당연한듯 때리고 가던 이름 기억도 안나는 남자애.

그때 맞은게 명치였나봐요. 그것도 너무 아팠었던 기억이 나요.

왕따라는게 한 아이를 얼마나 바보로 만드냐면

저는 왕따가 된 이후로 자신감도 없고 잘 하고 좋아하던 글짓기니 뭐니도 건성으로 하게 되었구요

교과서 필기도 대충 하고 공부도 흥미를 잃은..공부 못하는 왕따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죽을때까지 용서할수 없는 일은,

현장학습 갔다가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 길에 역에서 지하철 기다리는데

같은반 여자애 두명이 다가와서

'00야 너 여기서 (지하철 철길 위로) 뛰어내려봐. 그럼 우리가 너랑 놀아줄게' 라고 한 거였어요.

그때 전 왜 그냥 싫다고만 했을까요.

내가 뛰어내려서라도 어울리고 싶을 만큼 너희가 가치있는 애들 아니라는거

어린 나이에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입밖으로 못내뱉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건 전부 제가 11살이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있었던 일이구요.

그 때 절 괴롭히던 아이들은 드센 아이도 당연히 섞여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평범한 반 아이들..이었구요.

이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일입니다.

그때보다 요즘 애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죠.

업무상 만나게되는 그 또래 아이들은 다들 착하고 순진한데

삼삼오오 모여 놀고 떠드는 모습 보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는데

그런 추억이 저에겐 없네요...

 

 

IP : 211.207.xxx.20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2.31 7:09 PM (218.152.xxx.172)

    그당시 왕따라는게 이슈화되니까 오히려 왕따가 유행이 되었다는말 공감해요

    제가 99년당시 초5였는데 그때 '왕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같은걸 전교에 틀어줬는데 오히려 왕따애들

    보고 킥킥대며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 2. 이글보니
    '11.12.31 8:46 PM (125.176.xxx.31) - 삭제된댓글

    초등학교 5학년 우리딸애가 어떤일을 겪었는지 짐작이 가네요.
    이학기동안 반 아이들에게 돌려져서 완전 자신감을 잃은 상태예요.
    한두명 주동자가 있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라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내아이가 좀 더 단단해 지도록 더 사랑해주고 힘을 키워주려고요.

    님은 그런 일을 잘 겪어내셨다니 장하십니다.

  • 3. ..
    '12.1.1 10:05 AM (119.194.xxx.195)

    혹시 그 때 그 아이들 우연히 만나시거든 면상을 긁어주세요.

  • 4. satirev
    '21.2.24 9:28 AM (223.38.xxx.4)

    페독산쌍화탕에드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7676 냄새에 민감해서 식사를 못하는 경우 1 AK 2012/02/05 1,487
67675 중학교 졸업식이요^^ 2 중3 2012/02/05 1,553
67674 돌쟁이 아기 어린이집에 맡기는거 너무 이를까요? 3 손님 2012/02/05 2,134
67673 잠옷, 속옷 예쁜데 아시는분? 3 궁굼이 2012/02/05 2,336
67672 홈쇼핑에서 쇼파 사 보신 분요~ 2 고민맘 2012/02/05 2,512
67671 좋은 육아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8 초보맘 2012/02/05 2,167
67670 아이들 두유는 왜 먹이는건가요 1 2012/02/05 1,806
67669 안녕하세요 1 신규가입자 2012/02/05 1,122
67668 감사합니다! 26 대학생 2012/02/05 11,026
67667 어디서 살 수 있나요? 3 액상버터 2012/02/05 1,539
67666 개마초 주진우씨 (펌) 2 .. 2012/02/05 2,932
67665 분리수거 정말 .. 된다!! 2012/02/05 1,881
67664 (수정)뉴욕에선 길거리 고양이를 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4 유기묘 2012/02/05 2,598
67663 검사실로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요 4 고소인 2012/02/05 2,785
67662 영양제를 바닥에 쏟았어요. 11 2012/02/05 2,683
67661 강아지에게 귤이나 오렌지 줘도 되나요? 8 물어요 2012/02/05 29,704
67660 중간평가 결과가 어땠나요? 3 나가수 2012/02/05 2,158
67659 쌍꺼풀 수술 상담시 유의할 점이 무엇인가요? 4 처음 2012/02/05 2,732
67658 정월대보름 당일 아침에 오곡밥 나물 먹어도 되는거죠? 6 정말 궁금 2012/02/05 3,060
67657 이하이 ..너를 위해 9 .. 2012/02/05 4,745
67656 k팝 이하이.. 11 ^^ 2012/02/05 4,833
67655 보톡스글을 보고.. 6 alsd 2012/02/05 3,000
67654 귀국 후 첫 제주도 여행, 펜션 추천 부탁드려요. 3 떠나요 2012/02/05 1,985
67653 개봉안한 콘투라투벡스 유통기한이 2년지났는데...못쓰겠죠? 5 연고 2012/02/05 3,414
67652 한화가 왜 갑자기 주식이 거래중지 운운할정도로 되었나요? 잘모름 2012/02/05 2,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