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학년..그러니까 99년도 즈음의 일이네요.
저는 그냥 말수 적고 책 좋아하고 영어 잘하고 수학 못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말그대로 어쩌다 보니 여자애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었고, 반 전체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급기야 같은 학년 전체와 다른 학년에까지 소문나는 왕따가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요.
그때 당시는 왕따가 사회문제로 막 대두시되는 시점이었거든요.
정말 웃기는게 신문 방송에서 '왕따' 라는 단어 자체가 자꾸 이슈화되니까
학교에서는 왕따라는게 없어야 할 대상이 아닌 무슨 유행이 되었다는거에요.
아..10년이 훌쩍 넘은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이야기 많아요.
바뀌는 남자 짝궁들마다 샤프로 제 손등을 꾹꾹 찌르던 일.
그거 너무 아팠어요.그 때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요.
실과시간에 준비물이었던 본드로 범벅이 되어 교실 폐휴지함에 버려졌던 제 교과서.
제 사소한 습관(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다는가 하는) 몇배로 오바해서 무슨 게임..
제 이름이 000이라면 000게임을 만들어서 전 학년에 유행이 되었던 일.
그 이야기를 유치원때부터 절친이었던 친구로부터 전해들었을때의 굴욕.
체육시간 끝나고 운동화 실내화로 갈아신는데 이름도 못잊을 여자아이가 제 머리를 잡아당긴 일.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하교하던 저를 주먹으로 당연한듯 때리고 가던 이름 기억도 안나는 남자애.
그때 맞은게 명치였나봐요. 그것도 너무 아팠었던 기억이 나요.
왕따라는게 한 아이를 얼마나 바보로 만드냐면
저는 왕따가 된 이후로 자신감도 없고 잘 하고 좋아하던 글짓기니 뭐니도 건성으로 하게 되었구요
교과서 필기도 대충 하고 공부도 흥미를 잃은..공부 못하는 왕따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죽을때까지 용서할수 없는 일은,
현장학습 갔다가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 길에 역에서 지하철 기다리는데
같은반 여자애 두명이 다가와서
'00야 너 여기서 (지하철 철길 위로) 뛰어내려봐. 그럼 우리가 너랑 놀아줄게' 라고 한 거였어요.
그때 전 왜 그냥 싫다고만 했을까요.
내가 뛰어내려서라도 어울리고 싶을 만큼 너희가 가치있는 애들 아니라는거
어린 나이에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입밖으로 못내뱉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건 전부 제가 11살이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있었던 일이구요.
그 때 절 괴롭히던 아이들은 드센 아이도 당연히 섞여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평범한 반 아이들..이었구요.
이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일입니다.
그때보다 요즘 애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죠.
업무상 만나게되는 그 또래 아이들은 다들 착하고 순진한데
삼삼오오 모여 놀고 떠드는 모습 보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는데
그런 추억이 저에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