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줄이 길어서 한줄로 기다리다가 네다섯명씩 끊어서 한번에 분향하는데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보니 그냥 눈물이 나왔어요.
쥐박이놈 화환이 중앙 왼쪽에 딱 놓인거 보니 화딱지 나는데 참아야 하는 일도
있으니 얼른 눈을 돌렸지요.
상주가 보통 아들이 하는데 여기는 부인이셨어요. 가족들 모두와 목례로 인사하고
나와서 그냥 서 있었는데 손학규나 이인영이 보였고 티비에서 많이 봤는데 막상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정치인들도 많이 보였어요.
밥 먹는 곳 한편에서는 기자들이 쭈욱 노트북 앞에 놓고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고
방송사 카메라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누군가 오면 막 사진을 찍는 모습도 봤어요.
분양소 네 벽면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빼곡하게 가득채운 화환띠?를 보며
김근태님 발 자취가 정말 넓고도 깊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요.
혼자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어 뻘쭘했지만 그냥 아무 자리에 끼어서 밥 먹었는데
부인보고 선거에 나오셨으면 하는 얘기들 하셨어요. 김근태 의원은 중앙쪽에서
더 활동하셨고 지역구는 사실상 부인이 열정과 관심을 쏟으셨다고 하면서요.
아무튼 죽은 사람에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보내는 길이 사람도 그득하고
화환이나 만장도 많아서 제 마음은 한결 편해졌어요.
참, 한겨레신문에서 장례사 비슷한 일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서빙하시는 분들이
한겨레 뭐라고 쓰인 녹색 앞치마를 입고들 계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