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딸과 아직은 친하게 지냅니다.
학교에서고,친구하고 있었던 일이고,저에게 얘기하기를 좋아해요.
전 얘기 들어주면서 맞장구 치거나,어이없어 하거나 (이러면 딸이 제 반응이 너무 재밌답니다.)
흥미진진하게 들어주구요.
오늘도 딸은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근처 편의점에 갔답니다.
라면을 하나 사먹으려고요.딸 포함 여자애 셋이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같은 학교 남자애들 넷이 있더래요.걔들도 라면을 주문해서 먹던 중이었구요.
좁은 편의점에 일곱이나 있으려니 좁은 것 같아서
여자애들이 먼저 나가서 먹자고 소곤거리니 그 말을 들은 남자애들이
자기들이 밖으로 그냥 나가더랍니다.
그럼서 '잘 모르는 애들이지만 엄마.매너가 짱이지?' 이러네요.
전 '매너는 좋긴 한데,엄마도 아들 키워서 그런가.걔들이 안쓰럽다.
걔들도 추웠을텐데.'라고 하니까 딸표정이 좀 변하는 것 같아서,
'엄마가 이러면 이상한 엄마 되는 건가?'하고 물었어요.
딸이 대답하기를.
'엄마가 안쓰러워 하는 건 괜찮은데,
그렇다고 그 여자애를 미워하면 안되지.'그러네요.
'그 여자애가 나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자기들이 자진해서 나간 거니까.'
별거 아닌가요? ㅎㅎㅎㅎ
아들이 부쩍 커가니,마냥 며느리의 입장으로만 살다가 ,
요즘엔 그냥 시어머니는 어디까지 아들을 아껴야 하나,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애정을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뭐 이런 게 늘 마음속에 찜찜하게 남았던 차라
딸의 저 대답이 저에겐 참 속시원하게 남았습니다.
딱 저 마음으로 살면,되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