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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적 심리의 근원

쑥빵아 조회수 : 602
작성일 : 2011-12-21 00:23:57

객관적으로 절대적 빈곤은 상대적 빈곤보다 치명적이다.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이 절대적 빈곤보다 덜 쓰라린 것은 결코 아니다. '배가 고픈 건 참아도 배가 아픈 건 참기 힘들다.’는 말처럼 때때로 그것은 더 쓰라리기도 하다.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이후 최근까지 인류는 절대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석기시대의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수렵 · 채집시대에 비해 식량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근본적 해결은 결국 자본주의가 출현하고서야 이루어졌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 절대적 빈곤의 문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대적 빈곤의 문제도 여전히 존재했다. 생존이 절대적 빈곤과 관련된 문제라면 번식은 상대적 빈곤과 관련된 문제다. 모든 생물에게 생존만큼 중요한 것이 번식이다. 조지 윌리엄스의 말처럼 '불임은 선택과 관련하여 죽음과 동등’하다. 후손을 남기지 못하면서 200년을 사는 것보다는 한명의 후손이라도 남기면서 20년을 사는 것이 유전자적 관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이 낫다.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뿐 아니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의 과정을 통해서 진화했다. 제프리 밀러의 표현처럼 인간의 마음은 '생존기계인 동시에 연애(구애)기계’로 진화한 것이다. 상대적 빈곤은 성선택의 차원에서 그리고 특히 남성에게 더 중요한 문제이다. 경제력이 부족한 수컷은 상대적으로 암컷의 선택을 받아 후손을 남기기가 어렵다. 우리가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명품가방을 여성에게 선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함으로써 좀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이성의 선택을 받기 위함이다.

자본주의가 절대적 빈곤을 해결했지만 상대적 빈곤은 여전히 남았다. 오히려 상대적 빈곤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졌다. 'No food one problem, Much food many problems'이란 말처럼 절대적 빈곤상태에서 용인되었을 수준의 불평등도 이제는 견디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결정적 요인은 자본주의가 여성을 남성에게서 해방시킨 탓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활발해지고 결과적으로 남성에 대한 여성의 경제적 의존도를 감소시킨다. 높아진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남성의 경제적 상태를 더욱 엄격하게 따지도록 여성을 이끈다. 결혼을 늦추더라도 부유한 남성을 만날 기회를 노리는 것이 번식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남성에게라도 의존해서 살아야 했던 과거의 여성들과 달리 현대 여성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단순히 더 나은 짝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아예 짝을 얻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출산율 감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경제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모들은 후에 그들의 자녀가 자라 짝짓기 시장에서 도태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때문에 아이를 적게 낳아 자원을 몰아주거나 아예 출산을 늦추어 그 자원을 경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투자하여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이제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미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에게 번식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망을 좌절시킴으로써 자본주의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본주의가 상대적 빈곤, 즉 불평등을 심화시킨 탓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것은 오랜 세월 진화한 인간의 마음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도 자본주의가 대신 진 것이나 다름없다.

명백히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낳거나 심화시킨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위 10%의 소득이 100만원이고 하위 10%의 소득이 10인 사회가 있다. 그 후 상위 소득이 500이 되고 하위 소득이 100이 되었다고 하자. 그럼 이 사회는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심각해진 것일까?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격차가 90에서 400으로 늘어난 것을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불성설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격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로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말하려면 하위 소득이 50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 심지어 하위 소득이 여전히 10에 머무른다고 해도 그 탓을 자본주의에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자본주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사회의 평균적인 소득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지 그 과정에서 격차가 적게 벌어지도록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있는 정치인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을 부추겨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방법으로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자고 하는 자들이다. 마르크스의 주장 그대로다. 사회주의도 결국 상대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사회주의가 실패했을 이유가 없다. 상대적 빈곤에 대한 불만은 부자에게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거나 법과 제도로 부자들을 억압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평등에서 오는 괴로움을 극복하는 과제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다른 사람이 건강다고 그 사람 대신 내가 아픈 것이 아니듯 부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내가 가난한 것은 결코 아니다. 부자가 부럽고 그래서 질투하고 나는 그만큼 부유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더라도 그것은 분명 내 마음에서 생겨난 문제이지 타인이 일으킨 것은 아니다.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탐욕을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 물론 이것이 인간의 번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수 십 년간 수행을 통해서도 극복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법이나 제도와 같은 강제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설사 강제적 수단을 통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재산을 가져도 타고난 유전적 차이 때문에 결국 질투와 시기가 생길 것은 뻔하다.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복제인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인 랜드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는 가난을 낳지 않았다. 단지 물려받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낳지 않았다. 단지 물려받았을 뿐이다. 수 십 년이 흘렀음에도 자본주의에 붙여진 누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처럼 불평등을 자본주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절대적 빈곤의 상태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자본주의에 씌워진 누명을 이제는 거둬야 할 것이다.

IP : 121.164.xxx.20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무 멋진 말
    '11.12.21 6:00 AM (121.136.xxx.207)

    그래도 자본주의는 편복지를 추구하는 쪽으로 발전해야한다

    최소한의 복지 , 즉 생존 복지 , 교육 복지, 공공 건강 복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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