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남편의 주사

남편아 조회수 : 1,736
작성일 : 2011-12-15 21:45:53

내 남편의 한결같은 주사가 있습니다.

술이 일정 이상으로 들어가면 꼭 김광석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습니다. 목청 세워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방을 가도 절반 이상은 김광석을 부릅니다.

하도 많이 듣고 불러 그런가 몇곡은 제법 잘 부릅니다. 음치를 겨우 벗은 수준임에도요.

거기서 술이 좀 더 되면

항상 노통이 나오는 동영상들을 찾아 틀어놓고 봅니다.

그리고 웁니다.

 

노통 가신 뒤 한번도 둘이 붙들고 울어보진 못했습니다. 늘 따로따로 자리 피해서 웁니다. 서로가 운다는 걸 압니다.

노통 영결식날 다녀와서 남편은 목욕탕서 울고 전 거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요..

너무 저러니까 좀 이제 쳐연타 못해 청승맞은 생각까지 듭니다.

30대 아직도 힘이 펄펄해야 할 남자가 저리 술 마실 때마다 코 들이삼키는 모습 자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저를 매번 다시 울리는 것도 싫네요.

저는 서재방에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노트북 켜놓고 있어요. 휴지 뽀시락거리며 코맹맹소리 내는 거 보니 오늘도 역시나입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노통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후보 시절에 열창하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부살갈매기, 사람사는세상 다 듣고 이제 저거마저 듣나 봅니다.

목이 아픕니다.

노통이 노래 마치고 묻네요.

"저는 할일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뭘 할겁니까?"

 

남편아, 이제 김광석도 노통도 적당히 듣자.

씨바, 졸라 슬프다.ㅠㅠ

IP : 211.41.xxx.1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비도
    '11.12.15 9:56 PM (121.133.xxx.110)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ㅠㅠ

  • 2. ..
    '11.12.15 9:59 PM (221.139.xxx.20)

    그런 주사라면 전 평생 받아줄 각오가....;

  • 3. 오달
    '11.12.15 11:14 PM (219.249.xxx.52)

    일단 웃었어요. ㅎㅎ 뭐라고 표현하기가...짠하네요.

  • 4. ....
    '11.12.15 11:50 PM (58.143.xxx.27)

    제 남편의 얼마 전까지 주사와 같네요...
    이제는 나꼼수를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요...
    코 골아도 끄면 안돼요...
    바로 깨서 꼬장부려요...
    남편아. 우리도 할 일이 많단다...
    그래도 그 마음이 너무도 잘 이해 되어서 야단은 못 치겠어요...

  • 5. 플럼스카페
    '11.12.15 11:57 PM (122.32.xxx.11)

    제가 쓴 줄 알았어요. 똑같습니다.
    저 김광석씨 노래 좋아하던 사람인데 남편때매 지긋지긋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184 형제의 부인되시는분 1 부주 2011/12/26 789
51183 몸이 이상해요 222 2011/12/26 803
51182 견과류 파는 사이트 제니 2011/12/26 714
51181 엄지손가락 빨기가 너무 심한데 어떻게 고칠까요? 3 .. 2011/12/26 759
51180 시집조카 결혼 때 부조금 얼마가 적당할까요? 12 외숙모 2011/12/26 3,765
51179 컴에서 문제없는 동영상이 티비에선 소리가 안나요. 6 도와주세요~.. 2011/12/26 4,860
51178 45에 애기낳으면 미친짓일까요? 48 고민 2011/12/26 10,472
51177 이혜훈 "정봉주가 왜 유죄?" 1 세우실 2011/12/26 1,057
51176 크림치즈 맛있게 먹는 방법 알려주세요~~~ 4 .... 2011/12/26 2,970
51175 생리할때 파마해도 잘 나오나요? 6 ... 2011/12/26 5,760
51174 군대 면회 얼마나 자주들 가세요? 7 군대면회 2011/12/26 2,973
51173 jin님의 글에 박수를 보내며 10 봄날 2011/12/26 1,464
51172 식혜는 보온밥통 없으면 못 만드나요?... 4 식혜 2011/12/26 1,434
51171 달력사진이 좋아 거실에 걸어두고싶네요. 1 궁금해요. .. 2011/12/26 660
51170 민주통합당 26일부터 선거인단 모집 다 참여 가능 5 noFTA 2011/12/26 567
51169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준비 어떤 책으로 하는게 좋을까요? 1 레벨 2011/12/26 783
51168 누수 됐을때요.. 1 심란 2011/12/26 493
51167 전세 알아보기 막내 2011/12/26 620
51166 홍대 공대 수시는 잘 한 거 맞죠? 2 아리송~ 2011/12/26 1,595
51165 이 교정할 때, 알아봐야 하는 것들..문의 4 목동 교정치.. 2011/12/26 1,113
51164 12월 26일 목사아들돼지 김용민 PD의 조간 브리핑 1 세우실 2011/12/26 732
51163 자살 중2 母 "나도 교사, 지난주 멍 물으니…&quo.. 8 ㅠㅠ 2011/12/26 4,276
51162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 865명 경향신문 전면광고 22 참맛 2011/12/26 3,189
51161 예정일 넘겼는데 아기가 안나와요 10 초조임산부 2011/12/26 2,221
51160 어찌 빼야하나요?... 2 이놈의살 2011/12/26 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