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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신차리고 보니, 아무것도 없네요.

찬바람만 조회수 : 2,589
작성일 : 2011-12-14 00:04:39

30대, 애 키우느라 허덕허덕..(많지도 않고 딱 하나.. 웃기죠?)

일도 하다가 말다가

열 몇일이 지나고나면 사십이 되는데

사람도, 일도.... 나를 나답게 지켜줄 그 뭔가가 아무 것도 없네요.

친구... 학교다닐때도 꽤 인기있는 편이었고, 늘 주변이 시끌벅적

결혼할때도 사진 두번 나눠찍을만큼 남편이랑 저 둘다 친구가 많았는데

육아기간을 거치면서 전화자체가 싫어졌나봐요.

뭣보다 직업이 예전같지 않은... 하여간 반주부/ 반직장인 상태의 애매한 나한테 자신이 없어

먼저 연락하기가 망설여지던 관계도 많았죠. 좋은 사람도 많았는데 못난 내 자존심때문에..

오는 전화나 간신히 받고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고

얼굴보고 싶어도 아이 생각하면 번거로우니

연말 큰 모임 나가서 한큐에 다 만나자... 연말 모임 정도만 챙기고

이젠 친구들도 늙는지 연말 모임도 건너뛰고

그렇게 한 10년이 지나고보니

통화목록에, 아이 남편 아이 남편만 무한 반복이네요. 가끔 친정부모님 택배아저씨 등등

가끔 학교나 직장 친구처럼 마음터놓고 싶은 동네 엄마들도 만났지만, 아이들 관계가 늘 중간에서 틀어져버리니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더라구요..

 

졸업하곤 남들 다 부러워하는 일을 시작했지만,

역시 육아로 허덕허덕 내가 무슨 영화 보자고 이 고생이냐

참 쉽게도 일을 던져버린 것 같아요. 그 정도 참을성과 능력이 내 한계였기도 하고.

이제사 아이 손도 덜가고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예전 그 자리로는 절대 돌아갈수가 없죠.

그렇다고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렇게, 이런 마음으로 40대를 맞네요. 이럴줄 몰랐는데.... 몰랐겠죠. 20대땐.

그리고 30중반엔 이럴까봐 겁이 나기도 했겠죠.

30대를 아무렇게나 살아버린 덕분에..

노력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내 손에 있던 것들을 쉽게도 포기하면서 

그렇게 살았더니

나이 40, 겉으론... 대출이 아직 남은 6억짜리 아파트 하나

대기업 간부라곤 하나 그 존재가 나의 가치를 설명하기엔 더없이 아쉬운... 늘 말이 적은 남편,

공부를 잘한다곤 하나 독특한 관심사덕분에 늘 친구 관계가 서툴어 맨날 엄마 맘속에 줄줄 눈물이 흐르게 하는 울 아이,

......그리고 어떤 아줌마 하나...

더이상 건강하지도 젊지도 않은 육체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뭘 이루고자 하는 열정도 없는 나이보다 더 늙어버린 내 마음,

더이상 누구에게도 자랑스럽지 않은 내가 남았네요.

IP : 119.149.xxx.22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ㅂㅂ
    '11.12.14 12:33 AM (116.122.xxx.71)

    전 글쓴분이 30대를 육아로 허덕이기 직전의 시점에 놓여 있는 임산부랍니다.
    30초반에 첫아이인데... 저도 40대가되면 이런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아 몹시도 심란한...
    나 자신만 챙기면 되는 마지막... 한자락에 있네요...

  • 2. ok
    '11.12.14 12:45 AM (221.148.xxx.227)

    원래 40 넘길때 그래요
    사춘기를 겪듯 마음이 허하고 ..없던 기복도 생기고 그래요
    마흔을 누가 불혹이라 했을까요
    친구들과도 소원해졌다고 하셨는데 나이들면 안하던 동창회도 하고 그래요
    그만큼 다들 마음이 헛헛해진거죠
    원글님뿐 아니라 다른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생각해보면 불행에 빠질이유는 하나도 없는데요. 생각하기 나름이지.
    40대는 30대만큼 덜 치열해도 되고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일도 찾을수있는 나이예요
    요즘은 나이들어도 예전보다는 재취업하기 좋은환경이던데요
    아무튼 힘내세요.

  • 3. 또로맘
    '11.12.14 12:52 AM (125.142.xxx.211) - 삭제된댓글

    더이상 누구에게도 자랑스럽지 않은 나..
    원글님 글에 울컥해집니다.
    저 내년이면 마흔아홉입니다.
    이젠 시시때때로 제나이가 무섭습니다..

  • 4.
    '11.12.14 1:53 AM (59.28.xxx.60)

    40대 중반
    아무것도 이룬거 없이
    지금 이 시간 취업사이트 눈 벌겋게 일자리 찾고 있답니다
    머릿속이 정상이 아니죠
    지금 당장 먹고살일이 막막하여...

  • 5.
    '11.12.14 3:12 AM (121.88.xxx.168)

    누구에게도 자랑스럽지 않다가 곧 인생 참 헛살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애들봐서 억지로라도 기운 차리려구요.

  • 6. 30대가
    '11.12.14 5:12 AM (116.38.xxx.68)

    주위 사람들이랑 소원해지는 때인 거 같아요. 아이들도 자라고 40대 되면 문득 아무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시더군요. 다들 그러신 거 같아요.

    전 30대인데, 원글님이 이 글을 써주셔서 나도 노력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살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잔잔하게 울림 있는 글을 써주셔서, 돌아보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40대의 시작에 다시 하나하나 얻으시고 단단해 지시길 기원합니다. ^^

  • 7. 지나
    '11.12.14 8:37 AM (211.196.xxx.186)

    저는 딱 그 무렵부터 음악 미술 무용에 대한 수업을 들으러 다녔어요.
    가벼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같이 관람도 하고요.
    그렇게 한 십여년 보냈더니 지금은 만남을 자제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늘 행복해요.
    무엇보다 안으로 깊어지는게 느껴져 좋습니다.
    사람에게 기대는것 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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