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 주의 한 외딴 농촌마을 이동식 주택에 불이 났다. 잠자던 주인이 일어났을 때 집 안은 이미 연기로 자욱한 상태였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집을 탈출한 주인은 ‘911’에 화재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인근 소도시 사우스풀턴의 소방대원들은 소방트럭 등 화재 진압장비를 모두 갖춘 상태로 즉각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출동과정에서 집주인 벨씨가 연간 75달러(약 8만6250원)의 소방 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방대원들은 차의 시동을 끄고 한가하게 도로 한편에 앉아 불구경만 했다. 불을 끄는대신 요금을 성실히 납부한 다른 이웃집에 불이 옮아붙는지만 면밀히 관찰했다. 벨 씨는 집과 가재도구가 잿더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소방당국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소방관의 사명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일고 있다. 하지만 시의 태도는 강경하다.
20년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에겐 매년 75달러를 내고 사우스풀턴 시 소방 서비스를 이용하는 옵션이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 다수가 ‘설마 내 집에 불이 나겠느냐’는 생각에 요금을 내지 않았다. 벨 씨도 그중 하나였다.
돈을 내지 않은 집들 불마저 꺼주면 돈을 낸 집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시의 논리다. “예외를 인정해 주기 시작하면 누구도 돈을 내지 않을 것이고 주민들의 소방 요금이 없으면 소방서 운영을 할 수 없다. 다만 재산이 아닌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라면 요금 납부 여부에 관계없이 긴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집주인은 “불만 꺼준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돈을 주겠다”고 애원했지만 소방관들은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화재 현장에서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연간 정액요금을 미리 내지 않을 것이란 논리였다.
순간적으로는 뭐 이딴 나라 이딴 정책 이딴 소방관이 다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수긍이 간다. 소방세를 내지 않으면 소방서는 유지될 수 없다. 양심적으로 소방세를 내지 않은 주민의 1차적인 잘못이 만의 하나 자기 집에 불이 난 상황에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박봉을 받고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 화재 진압중 사고나 죽음에 이르러도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는 시위도 벌어진다. 그러나 과연 정부만의 문제일까? 우리 정부가 미국처럼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강경대응 한다면 우리 국민은 받아 들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