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이모님은, 저희 친정엄마보다 나이가 많으세요.
중국분이시고 한국에 온지 십년도 넘었는데 젊을때는 식당쪽에서 일을 많이 하셨고 나이 들면서 식당일이 힘들고 하니 입주쪽으로 전직해서 그냥 가정부로도 몇번 일했고 아기도 3명 정도 키워보셨어요.
저는 제가 면접을 본게 아니고 저희 남편이 구한 분이라서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니 이 분이 계셔서 이후에도 쭉 같이 살고 있는데요.
자잘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요.
1) 한국에서 만나서 같이 사는 아저씨가 있는데 이 아저씨 얘기를 참 많이 하세요.
근데 아저씨가 애기가 살이 너무 올라서 애기 엄마가 밤에 보리차를 주라고 했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분유를 묽게 타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오늘은 분유를 묽게 타서 줬다"고 사후적으로 말해요.
제가 그래서 아니 근데 분유는 진하게 타면 변이 묽어지고 분유를 묽게 먹이면 변비가 될수 있기 때문에 그러시면 안된다, 그리고 그런건 사전에 저한테 말씀을 하시고 해야죠... 라고 좋게 말했어요.
또 저희 애기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느라 베란다 창문이 완전히 닫기지 않아서 추위가 약간 들어오거든요.
그 구멍을 막으면 될거 같은데 아저씨 말로는 우풍이 있는 경우에는 창문에 비닐?을 붙여야 한다고 했다면서
제가 구멍을 막아드리고 3M 문풍지를 붙여드리겠다고 그럼 될거라고 해도 비닐을 붙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알겠다고는 했는데 아파트에서 확장한 것도 아니고 난방도 빵빵하게 하는데 창문에 비닐은 좀 아니지 않나요?
제 얘기는 안 들으세요.
2) 또 아침에 출근할때 저녁에 퇴근해서 이렇게 마주치는데 불평불만을 너무 많이 하세요.
애기가 너무 안아달라고 한다 팔이 아프다
잠을 못자서 입병이 났다
이번 김치는 맛이 없어서 쇠고기 다시다를 섞어도 맛이 별로다 (저는 진짜 깜놀... 다시다는 비상용으로 둔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김치에 다시다를 섞다니;;;)
아저씨랑 같이 사는 집에 달력이 없다 애기엄마가 달력을 하나 얻어다 주면 좋겠다
아저씨는 제대로 된 점퍼가 없는데 애기아빠 이 점퍼는 어디서 산거냐? 내가 돈을 줄테니 사다달라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오셔서 점퍼 같은거 인터넷에서 싸게 팔지 않나? 좀 보자
근처에서 점퍼 파는데 없나? 그러셔서 제가 토요일 퇴근하고 가시라는 뜻으로 역전으로 가는길 반대편으로 내려가시면 시장이 있는데 거기 옷가게가 몇개 있는거 같다고 말씀드리니
아 그러면 애를 업고 낮에 한번 다녀오겠다고... ㅠㅠㅠㅠ
다 하실수 있는 말씀이지만 볼때마다 애가 예쁘다 뭐가 좋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힘들다 아프다 뭐가 없다 이런 말씀만 하시니 괴로워요.
3) 위의 아저씨 얘기와 관련된 건데
저번 토요일에는 좀 일찍 나가시겠다면서 친구가 어떤 남자들이랑 소래포구에 가면 그 남자들이 조개구이를 사준다고 했대요. 그래서 구르프도 말고 화장도 곱게 하고 일찍 나가셨어요.
저희 남편은 아줌마 사생활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이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그 아저씨와 재혼해서 사시는거고 본인 딸아들한테도 아저씨 다 소개하고 그런건데
대체 왜 모르는 남자들이랑 만나서 놀겠다는 거며 그 얘기를 나한테 하면서 일찍 보내달라고 하는건 뭐며
연세가 예순둘인데 왜 그러실까 그리고 이건 신의 문제 아닌가 싶으면서 마음이 복잡해요.
나는 계산하고 말하는 성질이 아니라면서 속에 있는 말 다 해대는 성격도 피곤하고
실내에서 막 뛰어다니고 쾅쾅 걷고 설거지 제대로 안해서 고춧가루 다 붙어있는것도 싫고
좀 얌전하고 조용조용한 분이면 좋겠는데 아니면 그런 척이라도 하셨으면 좋겠는데...
본인이 털털하다고 시원시원하다고 하면서 저한테는 제눈치 보면서 아쉬운 말만 하는 것도 이제는 싫어요.
어떤 식이냐면 저희 남편이 여사님 오늘은 침대 이불을 좀 갈아주세요 말하고 출근했는데
제가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으니 오셔서 애기아빠가 이불을 갈라고 했는데 이불만 가는거냐 매트도 가는거냐 다 해야해? 하면서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이불빨래 하기가 좋지가 않은데... 다 해야해? 하고 자꾸 물으시는 거에요.
제가 그래서 하기 곤란하면 하지 마세요. 하고 나왔어요.
이불 가는거 별거 아니고 저희 이모님, 아침도 안 차려주시고 저녁도 일주일에 2번 정도밖에 안하셔도 돼요. 나머지 날들은 둘다 늦게 들어온다고 아침에 말씀드림...
다림질 같은건 다 세탁소 맡기고요, 쓰레기 버리기 냉장고청소 이런건 다 저희 남편이 해요.
물론 하루종일 애기를 보고 밀대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하시지만 사실 크게 일 많은 편 아니고
150만원 드리고 선물도 종종 드려요. 아저씨 점퍼도 인터넷으로 사겠다고 해서 나중에 돈 주시려는거 괜찮다고 했고 키엘 수분크림이니 키친아트 냄비니 못해도 2주일에 한번씩은 이것저것 드렸음.
근데 자꾸 제 타이즈 보고 좋다고 본인꺼랑 딸꺼랑 사다달라고 해서 사다드리고 (이건 돈 받았지만, 4만5천원이라고 하니 뭐 그렇게 비싸냐고 해서 그럼 4만원만 달라고 했어요. 근데 백화점 스타킹이니까 그런건데 마치 제가 돈이라도 남겨먹는줄 아심...) 뭐 알아봐달라고 하고 뭐 해달라고 하고 저도 일이 너무너무 바쁘고 몸이 피곤한 사람인데 솔직히 이제 좀 성가셔요.
아무튼 하나하나 보면 별건 아닌데 작은 일들이 쌓이니까 자꾸 피하고 싶고 같이 있어도 다른 방에 가있게 되고 그러네요...
젤 큰 문제는 성격차이인거 같은데... 이건 맞벌이하면서 다른 사람 손에 애 키우려면 어쩔수 없는 걸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