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차 신혼인데 자주는 아니고 공식 회식 1년에 분기별로 몇 차례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 싸웠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해는 갑니다. 남편은 결혼을 일찍 했고 저는 매우 늦게 했습니다. 제 입장만 내세우기엔..남편이 넘 어리긴 해요. 친구들 직장 동료들 다 20대 중반. 혼자 결혼했다고 밤 12시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거 싫겠죠. 친구들도 여자 부리고 이러는 사람들이 아니고 다들 수더분 합니다. 누구 하나 꼼수 부려서 분위기 주동하는 그런 종자는 없다고 믿구요. 뭐....자기들도 남자이니 더 깊은 응큼한 속내는 있겠지만요. 저도 실행을 안할 뿐 속은 응큼하니까..
그런데 이해는 가면서도 이렇게 가끔씩 남편 술자리 늦어지고 집에 안들어오고 새벽 3,4시 되서 들어오면 내가 싫어하는 거 알고도 변하는 게 없네 싶네요.
어제 12시에 전화 와서는 회사 회식은 끝났는데 동료랑 좀 더 있다가 들어가니 걱정말라네요. 걱정? 열받는 거 삭히고 있는 중인데 걱정은 무슨.. 최후의 보루로 2시정도까지는 이해하려고 했는데 저 잠들었고 아침 4,5시 다 되서 동료를 데리고 온 거 있죠. 그 동료도 참..;;; 남의 집에 가고 싶을까요? -.-
저는 화가 났지만 폭발은 안했습니다. 신혼 7개월 매일 매일 행복하고 좋은데 저 사람 저렇게 술자리 늦어지는 건 저는 감당이 안되서요..남편 동료는 1,2시간 머물다 메모 남기고 갔고 남편은 골아 떨어져 오후 1시 넘어서까지 일어나질 않더군요.
저 전화기 안 가지고 나왔습니다. 저는 영어권도 아닌 외국에 살아요. 차 없이 어디 멀리 가기 힘든 곳이라( 교통비가 비싸거든요) 마음은 굴뚝같은데 날도 춥고...오늘은 그저 잘 아는 곳만 돌았네요. 마침 크리스마스 다가와서 이쁜 시장도 열리고 해서 오늘은 그런대로 지났습니다.
남편은 제 눈치는 보네요. 제가 뚱하고 말도 없으니까요. 아..저도 이런 스타일 싫긴 한데 화날 상황이 뻔한데 구지 화났다고 설명하는 것도 지치구요.
제가 오늘 밖에서 마음의 결정 내리기를...앞으로 남편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저는 그냥 바로 짐싸서 여행 다니려구요. 말 없이. 메모 한장 남기고.
외국 나와 사는데도 돈도 없지만서도 저 혼자만 어디 1박 여행다니고 싶어도 좀 미안했는데요. ( 현재 저는 일을 안하고 있어요. 향후 2년은 공부만 합니다) 앞으론 그냥 바로 옆나라든 어디든 떠버리려구요. 남편 저런 식으로 아침 5시 되서 들어오는 일이 또 일어난다면 아직 사랑하고 있지만 솔직히 제 마음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더라구요. 이번 경우도 많이 식네요. 제가 한 번 두번 실망이 이어지면 나중엔 그냥 마음 접는 스타일인데...그 부분 얘기해줘야 할까요? 저는 실망하면서도 지켜보는 동안에는 폭발하지 않아요. 하지만 마음 속으론 하나씩 버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