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가끔 봐서 낯이 익은 아이가 있어요. 늘 조용하고 한편으로 좀 주눅들어 보이기도 하구요.
하루는 그 아이가 굉장히 신나서 큰소리 웃고 떠들며 놀더라구요.
평소에 볼수 없는 모습이라 신기해서 가만 살펴보니 할머니가 오셨나봐요.
아이가 노는거 흐뭇하게 지켜보시더라구요.
아이도 "할머니~" 부르면서 신나게 뛰어놀고 할머니 곁에 와서 어리광도 부리고 애교스럽게 떼쓰기도 하구요.
할머니가 특별히 뭘 해준다기보다 표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계셨어요.
잠시후에 그아이 엄마가 동생을 안고 놀이터에 왔는데 오자마자 그아이에게 악을 쓰듯이 그만 놀고 들어오라는 거에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애한테 그러지 좀 말라면서 둘째 아이 받아서 안으시더라구요.
애엄마는 오만상을 다 쓰면서 놀이터에서 노는 애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고
애는 갑자기 조용해져서 놀이터 구석쯤으로 옮겨가서 조용히 놀더군요.
할머니가 애엄마한테 집에 들어가 있으라고 들여보내더라구요.
엄마가 들어가니까 아이가 할머니에게 달려와서
"할머니 나 조금만 더 놀고 싶어요."라고 말하니까
"그래.늬엄마 화 많이 난 거 같으니까 조금만 더 놀다 들어와라.할머니 먼저 들어갈께." 하더군요.
그러니까 할머니 손한번 꽉 잡아보더니 다시 신나서 놀이터로 가서 놀구요.
물론 그 아이엄마도 힘들고 짜증이 나니까 그러겠다.싶긴 하지만 애가 무슨 죄인가 싶더라구요.
자기에게 조금만 애정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밝아지는 아이인데
엄마를 보기만 해도 겁부터 내는 것 같더라구요.
나도 한번씩 애한테 욱하는 엄마인지라 남의 일 같지 않더라구요.
여하튼 내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다들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바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