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해놓고도 뻔히 어떤 답이 나올지 예상은 되요.
여기사이트에서도 종종 올라오는 글이니까요.
'오늘 마트에서 무식하게 애잡는 엄마 봤어요 블라블라...'
근데 저 오늘 딱 그런 엄마 되버렸네요.
28개월 아들내미 며칠동안 날씨가 궃어 집에만 있었더니 너무 보채고 힘들게해서 오늘은 좀 놀려주려고 대형마트에 데려갔어요. 거기있는 실내놀이터에서 놀게 해주려구요.
1시간동안 정말 열심히 놀아줬어요.
그리고 장볼게 몇개 있어 카트에 태워 장을 봤는데 그때부터 애가 징징대기 시작합니다.
저도 한두번 해본일이 아니니까 미리 준비해온 과자랑 귤 등등으로 달래가며 장을 봤지요.
과자 주니까 귤달라, 귤주니까 과자달라, 없는 우유 내놓으라고 징징, 끝도없이 징징댔어요.
그래도 장은 봐야하니까 꾹참고 비위맞추며 후딱 장보고 나오는길에 딱 점심시간이 됐길래
집에가서 먹이자니, 가는 차안에서 잠이 들것같아 마트 푸드코트엘 갔어요.
애가 평소에 짜장면을 좋아해서(좋아하지만 자주 먹이진 않아요) 그걸 주면 잘 먹을까싶어 물어봤더니 또 징징대며 싫대요.
그래서 그럼 뭐먹을래 하며 푸트코트앞에 진열장 음식들 일일이 보여주며 물어봤는데 다 싫대요.
그러면서 햄버거 가리키며 빵을 달라더군요.(그냥 달라는게 아니고 계속 징징모드)
어 햄버거 사줄께 사러가자 하고 햄버거 가게앞에 가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내내 울고불며 '빵~ 빵~ 빵~...'
'좀만 기다려 엄마가 주문했으니까 나오면 줄께' 한 열번은 반복했을거에요.
카트에서 내리겠다해서 애 안고 주문한 햄버거 받고 계산하고.....땀을 뻘뻘나지...장본 카트 없어질까 수시로 확인하랴...미칠지경이었죠.
그리곤 또 계속 징징대는 애를 푸트코트내 자리까지 안고 카트밀고 와서 자리에 앉혔어요.
햄버거 포장벗기고 '빵 줄께 먹자 잘라줄께 울지마 뚝~' 하는데도 애는 계속 징징징...
과자 달래네요.
'빵 먹는댔잖아 빵먹자.'
'과자~과자~과자'
'그럼 이 빵 안 먹을거야? 응?'
'과자~ 엉엉 과자~'
네....저 여기서 들썩들썩 하는 뚜껑 열려버렸어요.
애엄마들은 다 공감할거에요.
그런 마트같은 사람많은데서 애가 울고불고 떼쓰면 사람들 시선은 집중되지, 몇몇은 애를 왜저리 키웠을까 쯧쯧할테고.....몇몇은 또 울그락불그락 화내는 엄마보며 쯧쯧할테고....평소대로 애 혼내자니 주위시선 신경쓰이고....좋게좋게 달래자니 애는 기고만장 더 난리치고...
그냥 그장소를 얼른 빠져나오고 싶은 생각밖에 안들어요.
그래도 전 그럴때도 평소대로 훈육하자는 주의여서 주변에서 뭐라 생각하건말건 안되는건 안된다고 하는편이구요.
오늘은 장보면서부터 계속 꾹꾹 눌러왔던게 터져서 좀더 감정적이긴했어요.
햄버거 다시 포장하면서 '너 먹지마 그럼. 집에 가자'하고 애를 다시 카트에 태웠어요.
애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요.
그때 뭔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앞자리에 앉아서 식사하시던 아주머니가 오시며
'애기엄마~애 먹이고 가요' 하시더라구요.
솔직히 네...챙피하더군요. 안그래도 주변에서 쳐다보는 시선 왕창 느끼며 애 태우고 있었는데 와서 그리 말씀하시니...쩝..
그래서 '애가 안먹으려해서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애기 불쌍하잖아~ 먹이고 가요' 하시는거에요.
아 정말......울고싶은데 뺨 때리시는 꼴....ㅠㅠ(이러고있는 전 안 불쌍한가요????)
'애가 안먹으려고 우는거에요' 하고 서둘러 카트 태워서 나왔어요. 뒷통수 완전 따가운채로.....
뭐랄까....옆에서 제 3자로서 어떻게 보였을지 저도 잘 알아요.
조그만 어린애가 울고 있고 엄마는 좀 달래서 먹이면 될걸...매몰차게 안먹이고 일어서는 걸로 보이셨겠죠.
근데요. 엄마도 사람이에요. 솔직히 저는 이게 최선이에요.
안먹겠다고 우는애 입에 빵 쑤셔넣을까요? 저도 달래고 달래는데 안통하니 일어서는 거구요.
저도 애낳기전에 비슷한 상황을 보면 애엄마를 욕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저도 애낳고 기르는 입장이 되다보니...이젠 마트에서 그런 상황을 보게되면 그냥 애엄마가 안타까워요. 사람들이 쳐다보니 창피하겠지 싶어 얼른 다른데 쳐다보는편이구요.
근데 유독 아주머니들은 그런상황에 꼭 끼어들어 빤히 쳐다보시거나 한마디씩 말을 하시더라구요.
솔직한심정으로 그런거 전혀 도움되지 않아요.
오죽하면 그 사람많은데서 그러고 있을까요. 제발 그냥 애엄마가 순간적으로 히스테리 부린다고 생각하지마세요.
참고참고 또 참고 수백번 참다가 폭발하는거에요.
졸지에 자기 화났다고 애 굶기는 에미 취급받았는데 정말 기분 상했어요.
물론 그 아주머니 좋은 의도에서....저희애기 우는거보니 맘아파서 그러신거 아는데요.
그냥 그럴땐 모른척 해주세요. 저도 제나름의 최선이거든요. 그런상황에서 더 시간 끌어봐야 애는 계속 징징대며 다른 요구를 했을거고....그러면서 끝까지 햄버거 못먹여요. 제가 저희애 제일잘 알잖아요.ㅠㅠ
휴....오늘 그러고와서 저도 너무 마음이 상해서 점심도 건너뛰고 아이 먹이고 재우고...이렇게 속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냥 애키우는 엄마가 죄지 싶습니다. 이래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