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저녁으로 사료랑 물을 챙겨 주는데
4~5마리 가량의 길냥이가 먹고 가요.
만나면 아는 척도 하고 정이 많이 들었는데
오늘 아침 밥을 주러 갔더니 밥그릇 근처에 한 마리가 죽어 있었어요.
올해 여름에 태어난 새끼냥이인데... 왜 죽었을까요.
사료는 남아있었는데...얼어죽었다면 거기 와서 죽진 않았을 건데
입가에 뭔가 노란 섬유질같은 것이 많이 묻어있었어요.
어디가서 뭘 잘 못 먹은 건지...
아파트 화단이라 주민들 눈치 봐 가며 밥을 주는데 만약 거기 사체가 있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밥 주는 것도 힘들 것 같고
다른 냥이들이 밥 먹으러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얼른 집에서 삽이랑 상자, 비닐장갑 갖고 내려가 아무도 몰래 담아서 뒷산에 묻었어요.
좀 무섭기도 했지만 땅을 파고 묻으면서
다음에는 이런 고단한 삶을 사는 신세로 태어나지 말고
행복한 그 무엇으로 태어나라고 했어요.
이 겨울이 지나는 동안 얘들은 몇 마리나 살아남을지
나는 또 몇 번의 상실감을 견뎌야 할지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