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장님께 드릴 말이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개포동 투어 한번 오시죠. 좋아하시는 김치찌개 난상토론 한번 합시다.
저희집에서 받은 아리수로 커피도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드시다가 건더기같은 게 있거들랑 뱉어내고 드셔야해요. 녹 찌꺼기거든요.
다양한 미생물일 수도 있는데 펄펄 끓이면 돼요.
사양마시고 오세요. 어려운 서민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던 시장님 아니십니까.
서초구에 사셨으니 먼 동네도 아니고, 모르는 곳은 더욱 아니실테죠. 오셔서 우리 무릎 맞대고 밤새워 이야기하죠.
개포동이 뭘 더 참고 기다려야 하는지, 위정자들 탓에 이리 배반당하고 저리 망가진 개포동 소유주들이 왜 억울하다고 시청 앞 분신 운운을 하는지 한번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돈있는 사람들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앞으로도 쉽게 빼지 못할 대못을 박아야 한다고 노무현 선생은 이야기했고, 이곳에서 국회의원이 되어 서울시장이 되신 오세훈 전 시장은 더욱 더 엄격하게 규제를 해야한다고 했고, 그 사이에서 행정의 일관성은커녕 사유재산을 침해당하면서 온 시간이 이만큼입니다.
개포동이 날림이고 사람 살 수가 없는 곳이라는 말은 이제 하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지난 여름 무섭게 내리는 비에 안방에도 비가 내려 근 2리터의 물을 받아냈습니다만,
이 겨울을 어찌 날지 첫 추위에 벌써부터 독감이 걸려버려 온 몸이 불덩이이지만, 저희만 그러겠습니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대동소이할 것이므로 더이상 징징대지 않겠습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놈의 정이 문제입니다. 소문만 많고 찌질한 동네가 뭐가 좋다고, 십수년 전에 여기에 터를 내린 죄로 이렇게 더러운 꼴을 계속 보는 건 아무래도 원죄이겠지요.
말이 길어져 죄송합니다. 서울시에서 수정사항 모두 수용하고 뒤늦게 알려진 부분임대에 걱정이 많아질 무렵
시장이 돌연 사퇴하고 말이 안 되는 선거를 했죠. 그 선거로 또 이런 혼란이 일었습니다.
저는 유연하고 합리적이고 그 자신이 일하기를 심하게 즐겨하시는 시민운동가 원순씨는 좋아합니다만
그의 행정가적인 면모는 지켜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보궐로 2년 남짓 얻으셨습니다. 앞으로 재선도 바라보실텐데,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주셔야 기꺼운 마음으로 2년여 뒤 어느날 투표를 하겠죠.
그러나 누가 집권을 하든, 허물어져가는 집은 다시 지어야 사람이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이념과 당리당략에 앞서는 일 아닙니까.
그리고 살림을 하라고 국민에게 월급 받는 분들이 일은 안 하시고 눈치만 보시면 이게 뭡니까.
이만하면 됐다고 서울시로부터 어렵게 허락받은 게 불과 얼마 전입니다.
뭘 원점으로 돌려 생각을 해야한단 말입니까. 그러려면 설득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보이십시오.
그래야 윈윈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추신 : 소위원회를 모아 심의하는 단계를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결정이 났으니 수정안은 기계적으로 처리해도 가하리라 봅니다. 2주에 한 번 상정될까말까를 가지고 마음 졸이게 하지 마시고 기민한 행정처리 부탁합니다. 민간 기업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