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 도르 국민은 미-에콰도르 FTA를 어떻게 중단시켰나?
미-에콰도르 FTA에 맞선 민중 봉기
전 미자유무역협정(FTAA) 체결이 난항에 부딪치자 미국은 중-남미 대륙 각 국과 소지역별,
혹은 양자간 FTA 체결에 나서고 있다.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에 따라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
특혜적인 조치를 제공하면서 이로 인한 차별을 두려워하는 나라들도 FTA 체결에 나서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추진된 미-콜롬비아 FTA, 미-페루 FTA 협상이 타결되었고, 미-에콰도르 FTA 역시 타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17일 미국이 에콰도르와의 FTA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계 석유회사인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이 에콰도르 정부와의 계약을 어기고 에콰도르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에콰도르 내 사업체 지분의 40%를 캐나다 기업인 엔카나에 매각한 데에 대해, 에콰도르 정부가
이 회사와의 합작 계약을 무효화하고 유전과 생산시설을 즉각 국영 기업인 페트로에콰도르에 반납하도록 조치했다.
미-에콰도르 FTA 협상의 중단은 미국계 석유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에콰도르 정부의 경고조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FTA가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동과 이윤극대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그러 나 더욱 중요하게는 이에 앞서 미국과의 FTA 체결에 맞선 에콰도르 민중들의 봉기가
수 주간 격렬하게 전개되었고, FTA 체결의 부당성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에콰도르의 노동자, 원주민, 농민, 여성, 학생들은 미국과 에콰도르 양국 정부가 FTA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한
3월 23일을 앞두고, 미국과의 FTA 협상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다.
투쟁 의 발단은 오레야나 지역의 계약직 석유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3월 6일 4,000명의 노동자가 모여 체불임금 지급,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계 석유회사
옥시덴탈로 인한 환경 손상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이는 즉각적으로 미국과의 FTA 체결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확산되었다. 노동자들은 미국과의 FTA 협상 중단과
미군 철수, 옥시덴탈의 추방 및 석유 국유화를 주장했다.
이 어 3월 13일부터 시작된 원주민들의 투쟁으로 이어진다.
에콰도르원주민연맹(CONAIE)을 비롯한 원주민 운동들은
‘미국과의 FTA에 서명하면 팔라시오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며 ‘FTA 중단, 옥시덴탈과 에콰도르 정부의 사업 계약 중단,
‘플랜 콜롬비아(미국의 좌익 게릴라 소탕작전)’ 참여 거부, ‘만타 기지에서 미군 철수’, ‘제헌의회 소집’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삶을 지키기 위한 전국 행동”이라는 이름 아래 전개된 투쟁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에콰도르의 22개 지방 중 11개의 상거래와 교통이 마비되기에 이르렀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러한 민중들의 투쟁을 거세게 탄압했다.
여성,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간주되는 모든 이들을 거리에서, 심지어는 집에서 연행해 갔다.
탄압의 수위는 점차 높아져 심지어는 “원주민으로 보이는” 모든 이들을 연행해 갔다.
경찰은 3월 중순 아마존 지역에서 출발하여 키토를 향해 행진하던 대열을 3시간 동안 가로막았고, 행진에 참여하던
이들 중 25명을 연행해갔으며, 연행자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3월 20일 경찰의 탄압이 점차 거세지고, 정부는 민중들의 요구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원주민연합은 원주민들의 총궐기를 전 민중의 총궐기로 확대시킬 것을 호소했다. 3월 21일 30명의
원주민들이 부상을 입었고, 100명이 체포되었다. 경찰은 봉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CONAIE를 비롯한
원주민 조직의 지도자들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위에 가담한 이들은 미국과의 FTA를
중단할 때까지 투쟁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겠다고 응답했다. 원주민, 농민들은 FTA 체결로 농업 붕괴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FTA 체결 후 굶어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하다 죽는 것을 택하겠다”는
각오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은 에콰도르 내의 모든 부문으로 확대되어 갔고 고등학생들까지도 동참했다.
급기야 4월 7일에 이르러서는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호니 몬테스데오카가 등
뒤에서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콰도르의 민중들은 자신들이 지지한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취임 후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노선을 견지하는 것으로
돌아서자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봉기를 일으켰고, 마침내 그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다.
구티에레스의 뒤를 이은 팔라시오 대통령 또한 미국과의 FTA 체결을 마무리지으려 함으로써 다시 한 번 민중들을
봉기에 나서게 한 것이다.
전 세계에 위계적인 이윤 수탈 구조를 확립하며 막대한 부를 흡수하면서 전 세계 민중의 삶과 권리를 파괴하는
미국의 전략에 맞선 민중들의 투쟁은 이렇게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