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네요
시골갈 때마다 마당에 있는 배추만 보면 무섭습니다
다들 하는 김장인데 웬 유난이냐구요 ㅠㅠ
마당에 퍼져 있는 이백여 포기 배추 뽑아서 다듬어서 절여서 김장 해보셨나요
처음엔 그저 내 한몸 고생하면 집안이 평안할테니 기꺼운 마음으로 했죠
그러다보니 일 년 중에서 김장이 가장 힘든 일이 되더군요
참아가며 했으나 나도 이제 쉰이 넘고보니 정말 몸 고생하고 싶지 않아요
김장하고 나면 며칠은 일상이 올스돕되거든요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일도 해야는데 ㅠㅠ
자식들 위하시는 맘으로 배추를 심어 여름내 잘 키우시는 시부모님 마음이야 참 고맙죠
덕분에 며느리 둘이 김장해서 시누이네까지 챙겨줍니다
뭐 하는김에 더 하면 되지 하는 넉넉한 마음도 한 때 있었으나
나이먹으니 정말 하기 싫네요
그렇다고 시누네가 꼭 김장해 달라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그저 부모님 맘으로 챙겨주고 싶으신 거겠지요
전 소심한 트리플 혈액형이라 부모님 사랑에 차마 스크레치 긁는 말은 못해요
속으로 끙끙거리다 홧병지경이지요
사실 저만 김장 싫어해요
윗동서는 김장이 한 해의 최대 과업이라 즐거이 하는 사람
(그래도 자기것만 하라하면 아주 좋아할 사람이죠)
저만 입 댓발 나오죠 ㅠ
그냥 제 먹을거 알아서 해 먹으면 좋으련만 땅이 있으니 배추를 사서 먹는다는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시부모님
솔직히 배추사서 하면 더 편해요
다듬어 놓은 배추, 다듬어 놓은 파, 내 먹을거 혼자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모여서 하면 뽑아서 다듬고. 파 뽑아서 다듬고. 갓도 뽑아서 다듬고..
한번은 날도 춥고 몸도 지치고 해는 어두워지는데 과장되게 말하면 잔디보다 조금 큰 갓을
뽑아서 다듬으라는데 하늘이 노랗더군요
나중에 어머님이 좀 안돼보이는지 버리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며느리들은 집안 일에 당연히 말없이 동참해야 집안이 편안한 암묵적인 권위
아직도 며느리로 살아가는게 속병나는 아줌마입니다
그냥 소심하게 외쳐볼게요
시누이님들아~~
제발 알아서 김장김치 담아 달라고 하지마셔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