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6년차, 그 숱한 날들 동안
남편이 먼저 일어난게 한 열흘될까요.
저보다 늦게 일어나는건 괜찮습니다 이젠 단련이 되어서요.
그런데 자기 볼 일도 있으면서 꼭 깨워달라 해 놓고 절대로 안 일어나는 남편,
그래놓고 자기 안깨웠다고 온갖 성질 다 부리고 애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편은.. 못 참겠습니다.
지나간 숱한 날들은 다 제외하구요, 오늘 아침만 한번 볼까요.
근 2주 동안 남편은 10시 반경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티비 좀 보다가
자정 무렵이면 나가서 놀다 들어왔습니다. 술은 안마셔요. 친구 생일 파티, 또 다른 친구와 피씨방.. 그랬죠.
그렇게 새벽 2-3시쯤 들어와서 또 한 두어시간 티비보다가 티비 앞에서 그냥 잠든 채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집에 세살, 한살된 애기 둘이 있어요. 저는 남편 밤 활동 시간 맞춰주지 못하고,
애들 재우고 집안 일 좀 하다가 남편이 자정 무렵 놀러 나가면, 일찍 들어오란 말만 하고 먼저 자요.
그리고 아침 6-7시경 애들이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요.
어제 밤에도 남편은 자정 무렵 나갔고, 새벽에 들어와 늦게 잤고,
오늘 아침에도 애들은 어김없이 7시도 못되어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고.
큰애 밥 먹이랴, 작은애 이유식 해 먹이랴, 바쁜 와중에
남편이 8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시끄럽게 울었지요. 그런 소리에 깰리가 없는 남편 대신 제가 알람을 끄고,
그 후로 5분 간격으로 남편을 깨웁니다. 소리쳐 부르기도 하고, 방으로 가서 흔들기도 하고,
제가 깨우다가 큰애가 가서 깨우다가.. 그래도 절대 안일어납니다. 대답만 응응- 하지요.
그러다가 작은애 이유식 먹이는데 큰애가 장난치면서 컵에 든 커피를 쏟았어요.
컵을 애 손이 닿는 곳에 둔 제 잘못이 크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애 이름을 크게 부르긴 했지만 야단은 안쳤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애 이름을 부르는 제 목소리만 듣고 아마 야단을 친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아빠가 일어난 것 같자, 큰애가 울음을 터트리며 제 아빠에게 가서 어리광을 피우더군요.
남편은 더더욱 제가 애를 혼내서 애가 그렇게 우는 줄 알고,
자기를 깨우지 그랬냐고 방에서 막 소리칩니다.
큰 소리에 놀라 이유식 잘 받아먹던 작은애도 울더군요.
남편은 제가 작은애도 이유식 안먹는다고 제가 혼내는 줄 알고 그제서야 방에서 나와
제가 고래고래 소리를 쳤습니다.
자기를 깨우라고, 그러면 애를 봐 줄테니, 애 좀 그만잡으라고, 그럽니다.
깨웠다. 깨워도 당신은 안일어나더라 - 그런 무한반복이 지겨워서
소리치지 말아라, 당신이 아까 아까 한 10분 전에만 일어나줬어도 이렇게 안됐을거다 - 그랬지요.
그랬더니, 이 사람, 대뜸 시어머니께 전화해서 애들 좀 봐달라 합니다.
어머니가 일이 있다 하셨나봐요, 그랬더니 이번엔 큰 누님께 전화해서 짜증나니 애들 좀 봐 달라- 그러네요.
어이없지요. 낼 모레 마흔인 사람이 저희 집에 애들이랑 저랑 무슨 트러블만 생기면 엄마찾고 누나찾고 그래요.
큰 누님도 오늘 조카 학교에 일이 있어서 나가신다고 이따 오후에나 봐 주마 - 하신 모양이에요.
남편은 그래놓고 다시 또 방으로 들어가 자더군요.
토요일은 1시까지 나가봐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11시 반부터 깨웠는데 역시 또 안 일어나서,
큰애를 계속 방으로 들여보내 아빠 좀 깨워라- 했습니다.
애가 깨워도 대답만 역시 응응 - 그러고는 1시 다 되서 일어나 후딱 준비하고 나가면서,
또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자기 뻔히 일 있는거 알면서 안깨웠냐고, 현관문을.. 정말 부서져라 닫고 나갔습니다.
애들은 또 놀래서 울구요. 집에는 우는 애들과, 기력이 빠진 저만 이렇게 남아있네요.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제가 어떻게 한다해도 아침에 눈을 번쩍 뜰 사람은 아닐거라는거 압니다.
알면서도 저도 종종 힘에 부치고 힘든 상황이 있으니 아침에 일어나지도 않고 안깨웠다고 성질내는 사람,.
비위맞춰주고 다음에 또 비슷한 반복이 계속되는거,.. 정말 싫네요. 죽기보다 더 싫으네요.
제가 바라는건 딱 8시 반에라도 일어나줬으면 하는건데요, 늦으면 9시도 괜찮아요.
피곤하다고 합니다......... 피곤하겠죠. 날이면 날마다 밤바람 맞으면서 놀고 들어오는데요.
워낙 친구들 만나는거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나가는걸 막지는 않겠는데,
다음날 식구들한테 피해는 안가게 해 줬으면 좋겠지만,
이미 새벽이슬 맞고 피곤에 쩔어 잠든 사람에게는.. 가족이고 뭐고, 애들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아.. 정말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