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2월 21일 시작된 재능교육 노조원들의 시위 시계가 어느덧 1500일을 향하고 있다.
아쉽게도 지난 4월 지리멸렬하던 재능교육 시위사태는 한때 새 국면을 맞을 뻔했다.
사측이 두치례에 걸쳐 재능교육 노조의 상위단체인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측과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노조측에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해의 ‘훈풍’이 예상되던 상황은 노조원들이
합의안을 전격 거부하면서 또다시 ‘시위 장기화’ 사태로 바뀌었다.
합의안에서 재능교육은 ▲학습지노조원 12명중 11명 전원의 복직 약속(1명은 회비공금유용으로 불가)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민 형사상 소송 일제취하 ▲노조원의 복직기간 중 인도적 차원에서
일정금액의 생계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 합의안을 거부했다. 단체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은 합의안은 이미가 없다는게 이유.
현행 노조법상 학습지노조는 단체협약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측이 노조와 단협을 체결할
의무가 없는데도 도의적 차원에서 맺은 단협 내용을 노조가 6개월만에 스스로 파기해놓고 이제와서
다시 단협을 맺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다. 특히 재능측은 대교, 구몬, 웅진, 한솔 등의
다른 학습지 회사에서도 단협을 체결한 곳이 단 한 것도 없는데 노조위원장인 대교 현직교사
k씨가 유독 재능교육에만 단협 체결을 강조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위원장 K씨의 시위 주동을 보는 두가지 시선
재능교육측은 경쟁업체인 대교의 학습지교사로 활동 중인 K씨가 재능교육 시위를 주동해 노사간
합의 과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 소속도 아닌 다른 회사 교사가 재능교육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회사가 망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회사 관계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등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재능교육은 “K씨가 불법 집회를 주관하면서 회사 앞에 쓰레기를 투척하고 상복시위를 벌인 것은
물론 경영진에 대해 욕설하고 인격모독과 폭행, 업무방해 등을 일삼았다”면서
“대교에서는 회원 지도에 탁월하고 관리도 잘 하는 모범교사인데, 유독 재능 시위현장에 나타나면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K씨는 자신의 행동은 학습지노조 위원장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식당에서 회장을 폭행하고 폭언했다는 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 회사 근처에서 1000일 넘게 시위하면서
딱 두 번 마주쳤을 뿐이다. 식당에서 비서팀장·노무담당과 몸싸움을 벌인 것도 현재 쌍방과실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능교육측은 지난 4월에 제시한 합의안이 노조에 의해 거부됐지만 11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회사측의 이같은 제안에 지속적인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위 1500일'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기 전에, 혹은 '시위 만 4년째'를 맞이하기 전에
사측과 노조간의 '아름다운 화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