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행 1번 버스 올 시간은 다되어서리 차도쪽으로 나가서 기다리는데 우리집 삼식씨께선 정류장 앞에서 어슬렁 어슬렁..
제가 서있던 차도에 버스는 도착하고 뭐하냐고 소리를 질러서 불렀더니 그제야 똥마련 강아지 마냥 뛰어옵니다.
이러니 어디가도 아줌마들이 길묻고 길 잃어버리지 않고 버스도 제대로 타는거라고 한 마디하고..
정류장에 서있으면 버스기사가 불러서 태운답니까? 어디 가는 사람인줄 알고요?
암튼 버스는 출발하고 아랫장, 윗장, 중앙시장 이름도 구수한 시장을 지나니 어제가 장날이었던지 버스가 관광객에다 장보러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만원 그야말로 미어터지더군요.
한참을 가는데 제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갑자기 전화통화를 하시는데
가만 들어보니(들을려고 한게 아니라 할머니 목소리가 워낙 크셔서 다 들렸어요)
앞쪽에 앉아계신 할아버지랑 통화중입니다.
전화로 버스안 노부부께서 통화하시는 소리에 다 웃었죠.
내용인즉슨 고기산 봉다리를 어쨌냐, 왜 괜시리 무겁지 않냐고 내 손에서 봉다리를 가져가 놓고선 왜 안들고 탔냐,
지금 뭐하냐 얼른 내려서 안찾아보고....
결국 할아버지께선 내려서 고기 찾으러 가시고 버스는 계속 달립니다.
이어지는 할머니의 넋두리. 장에는 혼자 와야허는디 장에 갈라면 꼭 먼저나서 따라와.
그리고 다시 잔소리 통화. 왜 걸어간다요? 급한데 버스타고 안가고
그렇게 거의 50분을 달려 할머니가 내리시는데 옆에 앉은 동네 아주머니께서 할머니 짐 몇개를 챙겨 같이 내리면서 오이 여기 고기 봉다리 있다고 외칩니다.
할머니왈, 우짜스까이 우리 영감 고기 또 샀으면..
할머니 때문에 어제 버스안 승객들 몇 번이나 웃었습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 안됐다 에서 나중에는 할머니 안됐다로.
순천, 20여년 만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