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275
작성일 : 2011-11-08 08:19:37

_:*:_:*:_:*:_:*:_:*:_:*:_:*:_:*:_:*:_:*:_:*:_:*:_:*:_:*:_:*:_:*:_:*:_:*:_:*:_:*:_:*:_:*:_:*:_

공병대 시절, 눈만 뜨면 삽을 드는 게 일이었으니
삽질이라면 나도 제법 할 줄 알지
삽으로 흙을 떠서 던지면
삽 모양 그대로 흙이 날아가기까지
아침마다 굽은 손가락 억지로 펴가며 배웠지
내가 아무리 구덩이를 잘 파고 공구리를 잘 비벼도
그래도 어디 농민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노동자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한 삽을 뜨면 한 톨의 쌀이 되는 삽질
한 삽을 뜨면 한 장의 연탄이 되는 삽질
그런 삽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
그래도 한때나마 삽질을 해본 나는
그 시절, 삽에 대해 경배하는 법을 배웠네
삽질을 하다 상관이 지나가면
총 대신 삽을 들고, 받들어 삽!
그런 군인정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삽질을 하려면 반드시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
땀 흘리지 않고 삽질하는 비책은 없다는 사실
한 삽에 흙 한 덩이 이상 뜰 수 없다는 사실
하나하나 깨우치는 만큼 삽날이 닳아갔네
삽날이 닳아 없어지는 속도에 맞춰 시간이 갔고
제대한 지 어느 새 스물 몇 해
삽질하는 법, 이제는 내 몸에서 잊혀졌지만
삽질을 모욕하는 말, 참을 수 없네
삽질 한번 안 해 본 것들이 툭하면
―삽질하고 자빠졌네
무심코 내뱉는 말, 죄 없는 삽이 불쌍했네
그러더니 새만금을 막고 천성산을 파내고
이제는 한반도 운하까지 뚫겠다며
거대한 삽을 들어 올린다는 말이 들려오네
거대한 삽질 한 방이면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는 말
새빨간 거짓부렁이란 걸 나는 알고 있네
내가 배운 삽의 정신과는 정반대인
저 거대한 거짓의 삽
아,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었네
삽날을 치켜들면 그대로 무기가 된다는 사실!
한바탕 삽의 전쟁이 다가온다면
나는 정직한 삽의 편에 설 것이네
삽을 경배할 줄 모르는 저 거짓 무리들의 정수리를
내 정직한 삽으로 후려치고자 하네
그 옛날 배운 대로
어깨 위로 삽!
성스러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의 삽을 버리고 또 버리네
삽날 위에서 햇살이 반짝, 튕겨오르네


           - 박일환, ≪삽의 전쟁≫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1월 8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ggg.jpg

2011년 11월 8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jjj.jpg

2011년 11월 8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108/132066616703_20111108.JPG

2011년 11월 8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1/07/alba02201111072032220.jpg

2011년 11월 8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1/20111108.jpg

 

 

 


당신들에게는 "있는 것", "아는 것"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니까요. 아... 사실 그게 더 어려운 건가?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112.154.xxx.6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1.11.8 8:24 AM (121.184.xxx.228)

    시인의 저 정직하고 올곧은 삽질의 노동을 생각하면 정말 '삽질'이라는 말도 죄송하네요.
    우리가 개색히 할때, 우리 옆에 있는 그 반려의 친구를 생각하며 미안해하듯.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새우실님 기사 보며 아침 일 시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 감사합니다.
    '11.11.8 12:28 PM (182.209.xxx.241)

    늘...잘 보고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057 (질문)일반고가 과학중점학교이면요 4 진로 2011/11/09 2,151
36056 떠오르는 영화 하나. 반지의 제왕. 1 요즘 2011/11/09 1,142
36055 오늘 많이모이셨네요. 여의도집회 생방송 보세요~ 2 와~ 2011/11/09 1,399
36054 (19)솔비건에 대해 16 참맛 2011/11/09 17,372
36053 올라갈때 무릎아픈거 하고 내려올때 무릎아픈거는 왜 그런건가요??.. 6 ,, 2011/11/09 2,076
36052 옆동네갔다가..너무 웃겨서...(가카헌정 달력세트+가카마블) 16 쫄지마!기운.. 2011/11/09 3,281
36051 KBS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들 ..다만 우연의 일치일까요??.. 1 연예인 이야.. 2011/11/09 2,177
36050 무슨 낙으로 사세요? 53 ... 2011/11/09 9,174
36049 [생중계 알림] ‘한미 FTA, 괴담과 진실’ 공개 토크쇼 1 한미 fta.. 2011/11/09 1,042
36048 제 입이 예민한건지... 4 카라 2011/11/09 1,356
36047 양준혁 한우갈비찜.. 6 // 2011/11/09 2,879
36046 서운한 맘이 크네요 17 .. 2011/11/09 3,279
36045 기미 그린셀 효과어떤가요? 1 .. 2011/11/09 1,713
36044 회사 들어가서 처음 일하는데..울고 싶어요 6 ㅜㅜ 2011/11/09 2,299
36043 수능잘보세요!!!!! 2 치대생 2011/11/09 1,054
36042 승승장구-배철수편 좋네요. 꼭 한 번 보세요^^ 예능 이야기.. 2011/11/09 1,536
36041 여의도 와쓰요 9 양파공주 2011/11/09 1,689
36040 성북구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 정태근 사무실 전화번호 9 사탕기자 2011/11/09 1,166
36039 어제출산했는데 일년간 병상에있던 친정 오빠가 돌아가셨어요 41 슬퍼요 2011/11/09 13,401
36038 아이가 계산기로 답을 썼어요. 5 기초계산 2011/11/09 1,549
36037 울산서도 어제, 오늘 한미FTA반대 촛불집회! 4 참맛 2011/11/09 1,271
36036 코드스캔,프라버시코드 ,,이게 자꾸 뜨는데 안뜨게하는방법좀,, 아침 2011/11/09 810
36035 부산 횟집 5 뮤즈 2011/11/09 1,561
36034 일이 더 커지게 하지 말아 달라구요 21 분당 아줌마.. 2011/11/09 9,151
36033 신들의 전쟁 중학생보기 어떤가요? 2 2011/11/09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