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서
가까운 시골(?)에 들렀다가 저만 혼자 일찍 나서게 되었습니다
시골이래도 제가 사는 도시로 바로 가는 일반 버스가 있어서 타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는데 기사 아저씨께서 금방이래도 포르르 날아가버릴 듯한 말투로
[어서 오세요!! 가시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 하시는데
과묵한 사람에게 호감이 많은 저는 속으로 -_-;; 이러고만 있었답니다
그곳이 군이래도 시와 워낙 가깝고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저절로 시장이 만들어진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들이 집에서 키운 여러가지 것들을 가지고 나와 파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류장마다 할머니들이 보따리 보따리 보따리에 운반차까지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들이 버스에 타실때 마다 기사님이 벌떡 일어나셔서 보따리 다 받아 차에 올리고 조금 불편하신
할머니는 손도 잡아 드리기를 군이 끝나는 곳 마지막 정류장까지 하셨습니다
짐을 다 버스에 실어도 할머니들은 다시 짐을 정돈하느라 자리에 앉지 않으니 기사님은 또 기다려 주시고 ...
참다 못한 어느 손님이 [어이 기사님 출발 안하라요?] 하니까
환히 웃는 얼굴 (입이 엄청 크셔서 귀까지 닿을듯)로 [네 어머니 앉으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하는데 아무리 급한 길이래도 즐거워지는 웃음이었습니다
시로 들어와서는 씽씽 달려서 마침내 시장이 서는 단지 입구에 멈추자 또 벌떡 일어나서
짐을 다 내려드리고 [엄마들 오늘도 돈 많이 벌어~] 하는데 할머니들도 다들 [오이 이따 보세 ]
[잘하고 오소] 하시고...
기사 아저씨와 할머니들 보며 월요일 아침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정겨운 인사를 말투가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촐싹 거린다고 -_- 이랬던 저는 할머니들 보따리 하나
내려드리지 않았더군요
그냥 아저씨 참 착하시구나 감탄만 하고 있었지
구경꾼이 아니라 동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저는 망상가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