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입니다.

학수고대 조회수 : 1,699
작성일 : 2011-11-07 23:43:40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부딪힌
성차별의 벽을 박차고 나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실천적인 여성학자로서
방송, 대학, 사회단체에서 열띤 강의를 해왔다.
<그래, 수다로 풀자> <너무 아까운 여자>
<솔직히 말해서 돈이 좋다> 등의 책을 펴냈으며,
현재 김포시 고촌면에서 김포여성민우회를 이끌고 있다.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말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여성학자 오숙희 님. '우리나라의 페미니스트, 하면 떠오르는 인물'에 그가 첫손에 꼽힌 것도 예의 그 타고난, 탁월한 입심이 작용했을 터이다. 한 사회 안에서 개인이 제대로 하는 말에는 묻혀 있는 것을 드러내고 현실을 뒤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는 것, 지난 13여 년 동안 그의 '입'을 통해 삶의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수정한 사람들은 아마도 그 말의 힘을 순순히 믿지 않을까.
오숙희 님을 만난 날은 월요일. 생활인에겐 한 주의 시작이지만, 분 단위로 시간을 조각내 쓸 만큼 바쁜 그에게 월요일은 오숙희 자신을 위해서만 쓰자고 약속한 날이다. 그래서였을까, 화장기 하나 없는 데면한 얼굴로 나타난 그는 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면서, 그는 내내 아주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혼한 후배가 저희 집에서 며칠 살아 보더니, 이렇게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기적 같다고 하더군요. 저희 식구들은 어떤 일이든 상대방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서 행동하기보다는 항상 그 사람의 의견을 묻고 조율하지요. 사실, 가정의 불화는 부부 관계가 평등하지 못한 데서 시작되죠. 평등이란 남녀노소, 빈부, 직업, 건강, 지역 따질 것 없이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다는 거잖아요. 그 평등의 잣대로 자기 생각과 행동을 재보면서 살려는 노력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불화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평등을 이야기하는 그. 그는 차별의 아픔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 여자이고 이혼을 했고, 혼자 힘으로 벌어 두 딸을 키우며 작은아이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까닭으로 발끝까지 저릿할 만큼 분노하고 아파했던 그 일들은 '여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그에게는 모두 약이 된 귀한 경험이었다. 대학 강단을 비롯해 방송에서, 현장에서 그가 거침없이 쏟아 내는 말 속에 배어 있는, 차별 받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무언가에 사람들은 눈물 흘리고 때로는 후련함마저 느끼며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 몫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권운동가, 하면 거칠고 드센 남자 같은 여자를 떠올리는 세태 속에서 수더분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여성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부부의 저녁상에 올려놓으며, 여성의 문제는 모든 인간의 문제임을 우리 사회에 환기시킨 것도 그였다.
“강연을 나가면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주부 명함을 만들어라, 주부 책상을 놓아라, 사과 한 쪽이라도 주부의 것은 남기도록 하라고요. 자기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가 매기는 거예요. 내가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일에도 좀 당당해지자고요. 여자가 자기 자신을 먼저 위해야 남편도 자식도 똑같이 대접하는 거지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언젠가 신문에서 본 설문조사가 떠올랐다. 아버지에겐 존댓말을 쓰면서 어머니에게는 반말을 쓰는 아이들이 많다는 결과와 그 까닭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반말을 쓰기 때문이라는 내용. 그는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려면 사회의 변혁 이전에 나와 가정이라는 밑뿌리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머니가 바뀌면 가정이 바뀌지요.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보다는 성숙하고 냉정한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아이가 세상과 사람을 바로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해요.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여자,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식의 교육은 지양해야 합니다. 남자나 여자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모두 똑같이 그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게 참교육이겠지요.”
지난 가을, 그는 온나라 안의 단풍을 구경했을 만큼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담과 강연을 했다. 그가 내밀어 보인 수첩에는 두세 달 뒤의 일정까지 빽빽히 차 있었다. 최근엔 턱 관절에 이상이 생겨 말을 하지 않을 때는 보조기구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한다는데, 그것을 꺼내 보이는 그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맷돌이 떠올랐다. 제 몸을 끊임없이 움직여 무엇이든 곱게 부숴내 이롭게 쓰이는 맷돌의 이미지를….
“올해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지금 조금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생활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거창한 계획보다는 지금 누구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프랑스의 여성학자 미셀 페로는 진정한 여성해방이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 즉, '선택'이라고 했다. 오숙희 님이 선택한 건 '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차별에 대한 싸움'이다. 그것은 당장은 아플지라도 더 큰 사랑을 이뤄 내기 위해서다. 남자, 여자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사람인지를 살피는, 서로 사람으로서 똑같이 대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그런 큰 사랑이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긴 하는 걸까요?, 라고 묻자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짧게 대답한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사람은 사람으로 통하지 않겠어요?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잊었다는 듯 이 땅의 여성에게 덧붙인 한 마디, “여자라는 사실을 잊으세요. 사람이란 것만 아세요, 그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입니다.”

IP : 121.164.xxx.20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린뚱둥
    '14.9.21 12:28 PM (121.64.xxx.99)

    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953 FTA반대 경북전농, 국회의원 사무실 6곳 점거농성 25 한미 fta.. 2011/11/09 1,658
35952 즈~질 몸매를 소유한 남편분들 계시겠죠? ^^; 8 ㅎㅎ 2011/11/09 1,795
35951 안젤리나 졸리백 비비나 2011/11/09 1,743
35950 마초의 기준........이 궁금해요 순정? 2011/11/09 1,179
35949 주차를 너무 못해요..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4 주차 2011/11/09 2,889
35948 경찰, 소울드레서,화장발,쌍코 등 여성 카페 집중 관리중 16 FTA반대 2011/11/09 3,329
35947 부산 이과 논술 학원이나 인강 사이트 추천 바랍니다 1 재수생맘 2011/11/09 1,885
35946 FTA 자유무역협정 자유게시판에 글 올려요. 모두들... 4 요맘때 2011/11/09 1,064
35945 원래 이렇게 무기력해지는건가요??? 4 임신 7주 2011/11/09 2,241
35944 디지털tv다들 신청하셨나요. 은새엄마 2011/11/09 1,214
35943 현재 외통위 상황 3 정동영보좌트.. 2011/11/09 1,542
35942 딸에게 받은 편지 13 엄마 2011/11/09 2,781
35941 골수한나라당이던 사장님이 바꼈어요 3 ... 2011/11/09 2,067
35940 요즘 축의금 대부분이 기본 5만원이죠? 5 축의금 2011/11/09 1,924
35939 오늘 여의도 집회장소는? 1 한미FTA반.. 2011/11/09 1,334
35938 제 성격이 이상한걸까요? 3 ... 2011/11/09 1,211
35937 박원순 시장 취임식도 격식파괴…‘온라인취임식’ 인터넷중계 4 세우실 2011/11/09 1,475
35936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를 해지하려면 은행가야 하나요? 8 자동이체 2011/11/09 5,138
35935 오랜된 조개젓이요.. 2 얼마나오래 2011/11/09 1,043
35934 황우여 "ISD제도, 투자자를 위해 사법주권 양보 불가피" 7 광팔아 2011/11/09 1,324
35933 고3맘님....내일 뭐하세요...? 15 떨려요! 2011/11/09 2,125
35932 미애부 뷰티존이라는곳에 가보신분? 2 풀빵 2011/11/09 2,439
35931 푸하하, 한나라 김충환 트윗 답장 12 김치 2011/11/09 2,316
35930 김동철의원 홈피입니다. 화력 좀 보태주세요 9 .. 2011/11/09 1,392
35929 냄비 뚜껑이 다른 냄비에 끼여서 빠지지 않아요!!!! 1 ** 2011/11/09 1,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