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한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힘이 드네요.
연초엔 엄마가 암판정을 받았고 7개월넘게 항암과 방사선을 하며 우리집에서 투병을 했어요.(연세도 있고 대학병원이 저희집이 제일 가까워서)
긴병에 효자없다고ㅜㅠ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막바지에 다다르니 감정적으로 정말 힘이 드네요.
입원하면 보험료가 하루 십삼만원이 나오지만 병원은 죽어도 싫다해서 우리집에 현재도 계시구요.
(본인 편한것만 생각하고 제가 좀 편해지는건 생각지 않아 서운하기도 하구요. 요즘 방사선치료를 해서 시아버님 차를 빌려 매일 병원을 오가요. 신랑이나 시댁에도 점점 더 미안해지구요. 이러니 첨만큼 살갑게 대해지지가 않아요.)
이제 일주일이면 병원치료가 거의 끝이 나네요.
치료가 끝나면 친정으로 가실꺼구요.
제가 자처한 일이지만 중간에 또 다른 일이 터지니 제 감정이 조절이 잘 되지 않네요.
또다른 일은....
신랑이 곧 회사를 그만 둡니다.
십년넘게 몸담은 회사인데 작년에 밑에 있던 직원이 돈사고를 쳐서 저희 신랑까지 감사대상에 올라 사유서 쓰고 6개월 넘게 통장 추적 당하고(금융관련회사라서)...결론은 퇴사가 되었어요.
한부서에서 십년넘게 일하다 올여름에 뜬금없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어요.
문책성 인사는 아니라고 단순 부서이동이라고만 상급자에게 들어서 그런줄 알았대요.
그런데 일도 별로 없고 이상하단 생각을 했지만 처음와서 그런가보다 했대요.
근데 그부서의 이인자가 그렇게나 괴롭혔어요.
회사에 오만원정도의 손해를 입혔다고 시말서를 쓰라하고 소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해 온갖 질책과 인신공격까지...
그동안 말도없이 많이 당했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그저 영업관련직책이라 접대를 해야해서 술을 많이 마셔야하는것땜에 힘든가 보다 했어요.
부서이동 한달부터 설사를 하더니 매일 밤마다 설사를 하고...한달정도 설사를 하다 병원을 가니 의사가 이것저것 하더니 스트레스 지수검사를 해보자더랍니다.
스트레스 지수 검사를 해보니 수치가 너무 높다고 이대로 가다간 곧 큰병오니 조심하란 얘기를 들었구요.
그래서 몇년안에 그만둘 계획까지 짜뒀는데...
그러고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회사출근하고 몇시간후 전화가 와서 눈이 않보인다고 하더군요.
안과갔다가 이런저런 검사하고 대학병원을 가고...
결론은 스트레스이더군요.
혈압이 180이고 속이 메쓱거려 먹으면 토하고 어지럽고 눈이 안보이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하고...
병이 이렇게 총체적으로 한꺼번에 오는건지 몰랐습니다.
의사는 어지러워 쓰러질수도 있으니 머리가 부딛히는 곳엔 있지 말라합니다.
무조건 쉬구요.
10일의 휴가를 끝내고 다시 복귀를 한지 몇일 되지 않습니다.
몇일전 어떤 루트를 통해 알게 된 내막은... 작년에 있었던 직원의 돈사고로 저희 신랑도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서 문책성 인사로 발령이 난거랍니다.
너무 어이없는것은 회사에선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냥 심증만 두고 이놈 믿지 못할 놈이다 잘라야겠다라고 결론이 난것이고 더 어이없는 것은 그 어떤 눈치도 채지 못하고 그저 스트레스 팍팍 받으며 참으며 일하러 다녔다는 것입니다.
그때문에 신랑도 저도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신랑은 그것도 모르고 죽어라 공부해 시험보고 윗선에 잘보이겠다고 바보처럼 웃으며 했던 짓거리에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고 분하고 더러운 기분에 더 힘들어 합니다.
집근처에 회사의 지점이 있는데 어느날 그곳을 지나다 보니 작년 타회사와의 경쟁에서 1위를 했다고 플랭카드를 걸어뒀더군요.
지금 옮긴 부서는 매달 실적때문에 백만원씩 직원이 개인돈으로 해넣는답니다.
첨엔 그러지 않았으나 워낙에 위에서 달달 볶아쳐대니 몇년전부터 누구나 할것없이 그렇게 한답니다.
연말엔 더 밀어넣고... 저희도 그렇구요.
직원과 농민의 피빨아먹어 1위되는 저 회사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윗선에서 몇천만원에서 몇억까지 해쳐먹어도 손해끼쳐도 아무것도 아니고 밑의 직원은 몇만원에 시말서쓰게하는 회사...그만두게 되어 속이 시원합니다.
뭣모르고 스트레스로 병생긴 남편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 지경이 되었나 싶어요.
의사는 한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실명이 된다. 뇌졸중이 된다 하더군요.
양약으로는 더이상 조절이 안돼 다니던 한의원을 갔더니 한의사 웃으며 하는말 '잘못하면 저 못보실뻔 했습니다'하더라는... 약도 없고 그저 쉬어야만 한다는... 아니 한약으로 치료는 되나 몸이 너무 엉망이라 간에 무리가 가서 약쓰지말고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말고 푹 쉬라는...
시엄니 당뇨 합병증으로 10년넘게 아프다가 가셔서 저희에게 늘어진 빚도 많고 아이도 어리고 전업주부인 제가 당장 시작할건 없어 너무 막막하지만...
저 망할놈의 회사 관두는것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십년넘게 몸바친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병든 몸만 가지고 나와야 하는...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이 분한 맘은 잘 추스려지지가 않네요.
너무너무 할말 많지만 이것도 길고 긴 것같아 생략합니다.
긴글이고 정리 잘 되지 않지만 이렇게 라도 말할곳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