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계천이 시작하는 광장에서 '구출 통영의 딸 국토대장정' 발대식이 진행되었다. 이제 꽤 유명한 이야기가 된 통영의 딸.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신숙자씨는 이십대에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경영공부를 하러 온 오길남씨를 만나 결혼했다. 한참 박정희 정권의 바람이 쓸고 지나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분노의 도가니였다. 오길남씨도 그 희생자중 하나였다. 그의 운동권으로서의 전적이 한국에서 그의 앞길을 막아버렸다. 박사가 되었는데도 벌이가 시원치 않을 즈음에 음악가 윤이상이 그를 동독으로 그리고 북한으로 안내했다.
북한으로 오면 아내 신숙사씨의 결핵도 치료해주고 교수로 살게 해주겠다는 말에 오길남씨는 북한행을 결심했다. 아내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다. 북한에 도착한 순간, 한 겨울에 엷은 타이즈에 색동저고리를 입은 화동을 보고 아차, 아내의 말이 맞았구나. 하고 후회했지만 늦었단다. 결국 아내의 강권으로 오길남씨는 탈북했다. 아내와 두 딸은 결국 요덕수용소로. 그 이후에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완전통제구역으로 갇혀버렸다.
그 통영의 딸들을 북한에서 구해오자는게 구출 통영의 딸들,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통영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윤이상씨가 오길남씨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 “주장”이며 이로 인해 통영이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이상이 반국가 활동을 했으므로 통영의 대표 인물로 추앙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예술과 과거 행적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통영내에서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가 오씨에게 월북을 권유한 내용은, 녹음도 있고 편지도 있다. 증거가 있는이야기와 주장을 구분하지 못하니 예술과 과거행적 분리도 안되는 것이다. 가만 따져보면 들고 일어난 사람들의 주장은 오히려 논리적이지 못하다.
문득, 그런생각이 든다.
예술의 도시 통영에 윤이상씨 밖에는 탁월한 예술인이 없는가? 인사가 없는가?
오씨가 탈북하면 자기와 아이들은 죽은 목숨이라는걸 알면서도 더 이상 당신같이 북한의 도구가 되는 불우한 청년들이 없도록 당신이라도 나가서 알리고 막으라며 남편을 탈북시킨 신숙자씨야 말로 통영이 진정 자랑스러워 할 인사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