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8번역에서 2번역까지는 너무 멀다
술취한 아줌마에게
어깨를 빌려주기는 쉬우나
아줌마 눈뜨자마자
‘웨얼아유 후럼?’
여긴 한국이다.
난 한국사람이란 말이다.
‘아.임.후.럼 코.리.아’
또박또박 말한다.
아련한 웃음소리들을 뒤로하고
옆 칸으로 간다.
절인 배추같이 생긴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건다
‘마, 이 시키가...요 온나 다 까삘라마....’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한국이다.
그는 아마 술취한 외국관광객.
다시 앞칸으로 간다.
운전석으로 들어가는 창에 기대 선다.
창밖으로 광고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이 섰다가 지난 자리에는
외로움의 냄새가 났다.
고독과 지친 한 숨들을 남겨둔 채
각자의 둥지로 돌아간다.
11시 58분 마지막 지하철은
그렇게
무거운 삶의 짐들을
종착역에 내려놓는다.
글 쓴다고 폼나게 앉아있지만
사실 폼잡다가
무심결에 종점까지 온 거다.
한 코스를 걸어가야 한다.
이래서 지하철은
끝까지 교훈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