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럽다 조회수 : 1,558
작성일 : 2011-11-02 16:45: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IP : 59.9.xxx.17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2 6:43 PM (119.69.xxx.80)

    저도 오늘 이 시를 생각했었네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359 겨울방학에 개고생하는 캠프 가고 싶은데 추천해주세요.(아이와 둘.. 2 초등맘 2011/11/22 1,573
40358 코골이치료에 대해 아시는 분? 2 코골이 2011/11/22 1,410
40357 김장에 넣는 새우젓(육젓) 갈아서 넣나요? 2 주부 2011/11/22 2,230
40356 정치권에 윽박당하는 안철수연구소 3 쫄지마!!!.. 2011/11/22 984
40355 홍준표 "선거 한번 졌다고 모든 게 끝난 것 아니다" 6 광팔아 2011/11/22 1,491
40354 내년 5세 되는 우리 아들 어디 보낼까요?? 4 고민스러워요.. 2011/11/22 1,380
40353 ...김어준 “우린 종자가 달라…MB정권이 접해보지 못한 잡놈이.. 9 나는 꼼수다.. 2011/11/22 2,041
40352 MB가 감추고 싶어할 문서.. 1 ^^별 2011/11/22 1,224
40351 (질문)출산후 자궁암 검진에서 재 검사하라네요.. 3 내가?? 2011/11/22 2,430
40350 혹시 아줌마 행동? 4 난방 해주세.. 2011/11/22 1,579
40349 이러면서 춥다고 하는 사람. 8 2011/11/22 2,812
40348 대학교 때 친구... 6 henn 2011/11/22 2,004
40347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어요.아니 처음부터 9 ㅁㅇㄹ 2011/11/22 1,602
40346 금호동에서 추천할만한 좋은 유치원은 어디인가요? 1 알려주세요^.. 2011/11/22 1,122
40345 화병인가요? 얼굴이 붉어.. 2011/11/22 1,126
40344 82클릭하면 뭔가가 딸려서 같이 나와요 이거 뭔가요.. 2011/11/22 831
40343 =sumif 공식 사용하려는데요 6 엑셀 고수님.. 2011/11/22 961
40342 전형료 받는 어린이집 등록하신 분 있으신가요? 2 어린이집 2011/11/22 943
40341 개별 스위치형으로 된 멀티탭이 전기 아끼는데 도움이 될까요? 4 멀티탭 2011/11/22 1,777
40340 두 아이를 같은 학원 보내면 혹시 할인이 되나요? 7 피아노학원 2011/11/22 1,345
40339 박시장, 민노총과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 논의키로 6 ^^별 2011/11/22 1,545
40338 사무실에서 너무 시끄러운 여직원.. 어떻게 얘기할까요.. 6 레이나 2011/11/22 3,487
40337 론스타 행복한 탈출 도운 금융위 3 참맛 2011/11/22 1,095
40336 홈쇼핑에서 이불을 샀는데요..한달만에 꺼내서 빨고보니 옆구리가 .. 3 홈쇼핑이불 2011/11/22 2,034
40335 중학생이 니체,톨스토이,각종 사회과학서적, 성경 두루탐독하면.... 8 김어준 2011/11/22 2,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