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예요. 우울증 치료를 받아오다가 호전되서 병원 치료를 중단했어요.
의사 허락하에 약을 줄였고, 수면제 하나 남기고 아주 안 좋을 때 아니면 약은 안 먹습니다.
그런데, 집안에 아주 안 좋은 일이 터지고(부부간의 일입니다), 거기에 아이 문제가 연타로
터지기 시작했어요. 익명게시판이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볼 수 있어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제가 사람의 힘으로 참을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동도 해보고 신앙생활도 해보고 프리랜서지만 일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도저히 극복이 안됩니다.
물론 약을 끊을 당시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그때는 모질게 끊게 되었었고, 워낙 먹는 약의 분량이
많기도 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치료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성향이긴 한데...의사라고
해도 남에게 제 이런 저런 치부를 드러낸다는 게 쉽게 허락이 되질 않는 겁니다.
아이 양육의 소소한 문제나 성격, 성장기에 있었던 상처 같은 건 잘 도움을 받고 해결해나갔는데
부부 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깊어지고 강도가 세지는 것 같아서
이걸 남에게 얘기한다는 게 너무 두렵고 다시 그 병원을 갈 용기가 없어지네요.
다른 병원도 전전했지만 정신과라는 곳이 원래 그런지 의사 잘 만나는 게 하늘의 별따기더군요.
지금 의사샘도 고만고만한데...상담하시는 스킬이 많이 떨어지시고, 제 증세가 그닥 심하지 않다고
느끼시는 게 첫째고, 둘째는 제가 진료실에 들어가면 할 얘기를 아주 최소한으로 줄여서 몇 마디만
하니까 그게 다인 줄 판단하고...그냥 약처방으로 일관하는 게 좀 짜증스러웠습니다.
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받아보고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도 병원은 죽어도 가기 싫어서 석달 전에 예약해놓은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을 하기로 했는데...여기는 새로 시작할때마다 선생님들이 바뀌는 단점이 있어요.
의사는 몇년간 봤던 사람이구요. 제가 여태 했던 얘기를 상담센터에서 또 다시 하려니까 한숨만 나오네요.
정말 상황이 심각해진 건 맞는데 왜 병원에 가는 게 싫은 건지 모르겠어요. 약을 먹는 게 싫은 것 같아요.
항우울제만 먹으면 몸이 둔해지고 살찌고...멍해지고 좀 그래요. 차라리 신경안정제는 좀 나은데...;
약의 양 자체는 워낙 작은데...그냥 병원에 가서 솔직하게 말을 하자니...사안이 너무 괴롭고 심각하고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을 것 같고...상담센터에 가자니 이건 더 미치겠고...ㅠㅠ
그냥 참고 살자니 매일 베란다만 쳐다봅니다. 죽는 결심을 매일 하면서도 고비를 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첫째가 사춘기가 오니 이건...거의 심장에 칼을 박는 수준이네요. 죽는 건 두렵지 않은데 애들 둘을 누가
거두고 키울지...막막합니다. 양가어른들이 다 양육을 맡아줄 상황이 안되구요. 많이 편찮으시거든요.
저도 몸 이곳 저곳이 아파서 치료비가 많이 들고 있는데 차마 우울증 치료를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나네요.
혼자 떨어져 살면 나아질 것 같은데...남편은 걱정이 안되는데 애들이 어려서 참 그래요.
이 새벽에 마음은 괴롭고 눈물은 고이고...그저 떠오르는 대로 적고 있네요.
참 이러면서 평생을 어찌 살아가야할런지...한숨 나오는 밤입니다.
여러분들은...살면서 이런 상황이 닥칠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고견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