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님의 빈자리때문에 바로 시집살이 시작해서 13년입니다.
시엄니 그때 49세셨고 올해 62세입니다. 저 나름대로 할 도리 다하고 힘들게 살면서 남편 사업 망해서 빚더미에
오른거 다 갚고 이제사 조그만 집 대출 받아서 이사하게 됐어요.
여기에 구구절절 옮기려면 너무 많은 시댁과의 일이 있었지만, 다 참고 살았고, 시동생이 올해 장가갔어요.
시동생도 8년간 모질게 애먹였고, 역시나 못지않은 와이프 데려왔습니다.
저번주 일요일에 집안 결혼식에 참석후 (시엄니는 일땜에 참석못하셨구요) 시동생, 남편, 동서, 저 넷이 저희 집에서
차 한잔하자고 모여서 얘기했어요.
시아버지 사촌분들 열 분이 계시는데 다 모여살고 있고 시어버지 형제들도 오분 십분거리에 다 계십니다. 아무것도
받은거 없이 시작했고 (이 부분은 남편이 저한테 완전 속였어요. 제가 어린나이에 시집왔고 서울에서 대구로 왔기
때문에 전혀 알수가 없었어요) 온갖 시집살이 말도 못하게 당했습니다. 그래서 시동생 부부에게 우리 이사가는데
시엄니 보태주는거 하나 없다..(시엄니가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요) 주변에서 저희 이사간다고 하니까 시엄니 주변 분들
당신한테 절대 따라가지 말고 혼자 살라고 한대요. 당신입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를 무조건 따라간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시동생한테 난 느그 어머니 더는 못모시겠다고 하니까 얼굴색이 변하대요. 그러거나 말거나 13년간 나만큼 한
여자 있음 데려오라고 했더니 고개를 푹 숙이더군요. 그러더니 자기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길래 어떻게 해달라는게 아
니고 내가 힘든걸 알아달라면서..(시동생네 우리보다 월급여 백 이상 많고 34평 빌라에 살아요)그랬더니 어른에 대한 효를
행하면서 형수는 말을 왜 그렇게 하냐 하길래..그러는 도련님은 말을 잘해서 결혼전에 무수하게 나한테 비수꽂는 말을
그렇게 했냐고 했어요..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어요. 정작 본인은 모르겠지만 나한테 수십대의 비수를 꽂았다고 하니까
자기가 한 짓과 행동이 있으니까 아무말도 못하더군요. 시할머니에 시동생에 시엄니까지..20평도 안되는 임대아파트에
내가 그렇고 산거 공치사하는거 아니라고..단, 앞으로는 느그 엄마한테 더는 못하고 살겠다고..이유는 남편이 단 한번도
처가집에 하고 살지 않았고, 나도 내 새끼하고 나를 위해서 살아야겠다 했더니 그럼 왜 엄마랑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얘기하지 자기한테 이런 얘기 하냐 하길래 일단 도련님, 동서랑 얘기하고 어머님이랑 얘기할거라 했어요.
남편하곤 그 전에 얘길 끝냈거라서 본인도 가만히 있었어요. 저 시댁에서 정말 조선의 없는 며느리 소리 들을만큼 잘했는
데 시댁이란 곳은 백 가지를 하면 천가지를 요구하는 집단인걸 뻐저리게 알았으니까요. 약골에 완벽주의 성격이다보니
골병 들어도 열심히 하고 살았지만 아무 소용 없다고..지금 30대인 내 몸은 골병 들어있다고..그래서 앞으로 형이 우리 친
정에 하는만큼 앞으로 시댁에 하겠다고 이미 말 다 끝냈다고 했더니 아무 대꾸도 못하고 오히려 동서가 형님 말씀 너무
잘하셨다고 하네요. 자기가 시엄니나 시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좋은 말했음 난리가 났을거라구요.
저녁에 시엄니께 시동생한테 했던 얘기 그대로 했어요. 그랬더니 잘했다고 하시면서..말씀이 내 친구들이 너희만 보내고
당신은 이곳에 조그만 방 얻어 있으라 한다고 난리라고 하시네요. 시엄니 젊고 저보다 건강하시거든요. 며느리 힘들게
왜 같이 가냐고..그런데..바로 하시는 말씀이 너 몇년뒤에 니 친청(서울)에 가서 산다하지 않았냐고..지금 너희 이사가고
나 혼자 여기서 살면 남들이 당신을 뭘로 보겠냐고..딱 알아들었어요..너 나중에 나랑 안살거니까 제발..지금만이라도 나랑
같이 살아줘..라는 뜻이었어요. 13년 같이 살면 눈빛만 봐도 알거든요.. 순간 연민이 들었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맘 접고 어머님..저는 지금처럼 못하고 산다고..어머님이 저랑 같이 가시면 맘 상하고 속상하고 서운하실 일도
생긴다고..앞으로 제가 제 애들고 저만 생각하고 산다고 하지 않았냐고..분명 어머님 서운하고 속상할 일 많이 생긴다고
했더니..별걸 다 신경쓴다고 하면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까지 하시니..일단 같이 가기로 했어요.
단, 남편한테 그랬어요..만약 시엄니가 일 안하시고 집에서 쉬시면 (쉴 형편도 안돼요..시동생 그렇게 잘 벌어도 시엄니 용
돈도 한 푼 안주거든요 저희는 대출내서 가는거 갚기도 벅차고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에 허덕일게 뻔하구요. ) 그 날로
일 다니면서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거라고..알아서 하라구요..그랬더니 엄마가 꼭 일하실거라고..당연하다고 했어요.
내가 여지껏 어떻게 하고 살았는데 나한테 누구라도 뭐라하면 난 가만히 안있을거라 했어요..착하다고 아무말 안하고
13년 했으면 됐지..앞으로는 절대 안한다고 했어요.. 시엄니한텐 앞으로 저도 명절때 멀리 있는 친정가는건 관두고라도
친척들 1박 2일씩 저희집에 노는거 못본다고..그래서 전 바람쐬러 애들하고 남편하고 놀러나간다고 했어요..
시댁 친척들..말도 못하게 힘들게 했어요..이간질은 기본이고 명절에 1박 2일씩 20평도 안되는 집에 꾸역꾸역..
그래서 집성촌인 곳에서 한 시간 거리인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고, 만약 이사가서 시엄니가 애먹이거나 저한테 못되게
하시면 시동생 부부 불러다 각자 돈내서 어머님 방 얻어 드릴 작정이예요.. 제 맘 이미 다 아셔서 그런지 요즘 많이
잘해주시려고 합니다. 둘째 며느리 보시더니 너만큼 착하고 철든 애가 없다 하시고, 남편도 니가 하는게 당연한건줄
알았는데 제수씨 보니까 니가 정말 착한애라고..남편이 제 맘을 너무 몰라준건 사실이었고 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제 맘 알고 헤아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네요.
참고 살면 바보란거 알면서도 어른에 대한 예의라고 무던히도 인내하고 살았는데 아이들 보니 헛산건 아니었네요.
제가 힘들어도 애들 앞에선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서인지 아이들은 어딜가도 칭찬듣네요.
앞으론 아이들과 저만 생각하고 살기로 했어요..그리고 남편두요..저한테 기본만 하고 살자고 하네요.
그리고 엄마랑 같이 가게 돼서 다행이다..라구요..ㅠㅠ
12월에 이사하는데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