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직장이 20년이 넘도록 서울이었지만
서울은 그다지 살 곳이 못된다는 부부의 생각으로
수도권을 고수했었습니다.
큰아이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니
집안에 두 사람이 서울에 적을 두게 됐고
결국은 온 식구가 서울로 이주를 하고 어언 2년차에 접어들었네요.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 살다가 낯설은 서울에 정착하면서
어리버리한 히키코모리, 투덜이스머프로 살아왔었습니다.
대형마트 하나 없는 관악구,
누더기 도로에, 인도도 좁아서 지나다니기도 힘들고,
경사짐이 심해서 작은 아이가 자전거 한 번 제대로 타지 못하고,
변변한 문화센터나, 그럴싸한 공원도 제대로 없던 곳,
전 늘 투덜거렸습니다.
전에 살던 5천세대가 넘던 아파트 단지 옆엔
대형마트며, 구청과 구민회관, 보건소, 여러 병원이나 학원들,
또한 근처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호수까지 있는 공원을 비교하면서...
저번 지방선거에서 다른 구보다 월등한 관악구민들의 야성을 보면서
뼛속까지 야성이었던 저는 관악구에 확 반했습니다.
전에 살던 곳은 선거가 끝나서도 별로 기쁘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동네 아짐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수 없이 벽을 느꼈어야만 했던 곳이었거든요.
근데 이 곳 관악구는, 동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은
선거결과를 보면서 무한한 애정이 솟구침을 느끼게 해줍니다.
대형마트도, 제대로 된 도로도, 변변한 공원 하나 근처에 제대로 없지만
모든 것을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요술을 부립니다.
근처에 있는 시장에서의 불편한 장보기는 제게 충분히 치룰 수 있는 댓가이며,
경사진 보도는 등산이다 생각하는 여유를 줬으며
변변한 학원이 제대로 없는 것은 아이에게 엄마표 공부를 시키겠다고 다짐도 하게하고요,
근처 공원이 없음은 옆 동네 동작구에 있는 보라매공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어제 늦게까지 선거결과를 확인하면서
다시 한 번 관악구에 대한 저의 애정을 확인해봅니다.
관악구에 사는 저는 오늘은 더더욱 행복합니다.
야~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