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7대 정치자금 내역보니
2006년10월~2008년3월 모두 20차례 사용
같은당 여성의원 3명은 미용비 쓴 내역 없어
홍신학원 교사 등에 후원금 받은 사실 확인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비례대표 의원이던 2006년 10월부터 2008년 3월까지 600만원 가까운 미용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월 동안 같은 미용실에서 한 회당 30만원 안팎씩 모두 20차례 사용한 결과다.
중앙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인터뷰, 방송 등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이 목적이라면 미용 비용도 정치자금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을 국회 쪽으로부터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 대변인을 포함해 같은 당 여성 의원 3명의 회계 담당에게 확인한 결과, 미용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경우는 없었다. 나 후보는 당시 당 대변인이었다.
ㄹ미용실 쪽 관계자는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연예인급 서비스를 해도 15만원이 우리 업소 최고가다. 나 후보는 단골손님이었는데 지난해까지 와 당시 1만5000원짜리 드라이만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 회당 20만~30만원을 썼다는 나 후보 쪽의 신고내용과는 배치된다. 신고내역을 보면, 한 달에 2~3차례씩 모두 60만원, 61만5000원, 80만원을 지불한 달도 있다.
나 후보 선대위의 강승규 비서실장은 "미용실 비용도 여성 정치인으로서 필요하다는 것을 선관위가 인정한 것"이라며 "몇차례 쓴 걸 한꺼번에 계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번에 30만원씩 쓸 만큼 사치스러운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또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시절이던 2006~2007년 2년 동안 4798만원의 주유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으로 월 평균 200만원을 썼다고 신고한 셈이다. 나 후보는 2005년 4월 향우회 연회비(10만원), 6월 서울대 법대 동창회비(10만원) 등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한편 나 후보의 17대 국회 후원금 내역에서는 교사들이 후원금을 낸 사실이 확인된다. 나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후원 명부를 보면, 2004년 12월15일 '이○○(교원) 외 43명'이 870만원, 12월16일 '신○○(교원) 외 45명'이 1115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들의 전화번호 국번은 '2662'로, 나 후보가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이사로 있는 홍신학원 소속 학교와 일치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러 명의 후원이 겹친 것으로 모두 한 소속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4년 (홍신학원 교사) 몇 분이 내신 것으로 기억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몇 분이 내셨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당시에는 공무원들이 정치자금 내는 게 금지되지 않았었고, 2005년부턴가 공무원은 내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임인택 김효진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