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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누가 속이 좁은건지..

친구 조회수 : 1,979
작성일 : 2011-10-22 19:53:02

아이들 키우면서 근 십여년간 알게된 친구가 있어요.

남편들 직업, 결혼시기, 아이들 출생시기 다 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비슷해요. 아니, 오히려 제가 훨씬 힘들게 살았어요.

같은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서로 보듬어가며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재작년에 친구한테 느꼈던 서운함이 이번에도 또 느끼네요.

저는 남편이 조그만 사업하는거 망해서 몇 억짜리 빚있는거 면책받고 남은 빚 오천가량 올해초까지 갚았구요.

며칠전 남편이 힘들게 모아둔 돈과 여기저기 끌어모은 돈에 은행대출 받아서 집을 계약했어요.

 

제 성격이 하나 받으면 그 이상으로 해줘야 맘이 편한 성격이라서 친구한테 행여 뭘 부탁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해줬어요. (반찬도 많이 해서 갖다줬고 돈도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약관대출까지 받아서 빌려줬어요.)

친구가 작년에 그러대요. 너는 남한테 피해주는거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고 니가 뭐든 잘해야되는 애 같다구요.

그랬어요. 친구의 자잘한 부탁도 다 들어주고 걔 입장에서 뭐든 맞춰줬더니 나중엔 당연한줄 알더군요.

친구는 임대아프트에서 이사가려고 재작년까지 세 번이나 진행하다가 조건이 안맞아서 중단했어요. 세번째 알아볼때

부동산, 은행, 집 내 일같이 생각하고 알아봐주고 취직할때 자기소개서도 같이 봐주고..(다른 친구들 이 친구 사무직

취직했다고 씹고 난리 아닐때 전 진심으로 축하해줬더니 너무 고맙다며..오히려 제가 시샘해야하는데 니가 안그래서

자긴 너무 고마웠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무직 처음 해보는거라서 많이 힘들어하길래 전화할때마다 위로해주고 다 들어

줬습니다.

친구는 자기가 먼저 이곳을 벗어날줄 알았던거 같아요. 제가 이사를 할 거 같다고 집 알아본다고 하니까 반응이

싸~~한거예요. 그러고나서 며칠뒤 통화했는데 자기 남편한테 화를 냈대요. 저 이사간다고 열받는다고..화난다고..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더랍니다. 좀 서운해지더군요. 내가 어떻게 너한테 하고 살았는데

내가 이사간다는 그 말 한마디에 저럴까..하구요. 그러다 저희가 전세가 아닌 집을 사게 되었어요. 전세가 너무 없는데다

조건에 맞는 곳이 있어서 계약을 하고 오는데 남편이 이 친구를 봤나봐요. 같은 동에 사니 우연히 마주친건데 일 잘되가냐 묻길래 계약했다고 말해줬대요. 저한테 문자오기를 임대 벗어나서 넌 좋겠다...잘됐다..그래서 바로 전화해서 전세가 너무 없어서 그냥 좋은 가격에 집을 사게됐다..라구요. 그랬더니 반응이 더 싸한거예요..단 한마디라도 너 너무 고생했는데 잘됐다..축하한다..이거 기대하는거 친구로서 당연한거 아닌가요?? 임대 살아도 그 친구는 오붓하게 자기 식구만 살았고 전 시어머니, 시동생, 시할머니까지 같이 살았어요..집성촌일만큼 시댁식구들한테 완전 치이고 살았구요..

늘 저한테 제가 안됐다고..자기는 저 비하면 정말 편하다고 했던 친구였는데 제가 집 사서 간다는 그 말에 그 뒤에 연락한통 없어요..아..어제 자기가 필요하다며 매직드라이기 빌려달라며 문자만 달랑 왔길래 빌려줬어요.

그 전에 제가 전화도 하고 연락도 했는데 금새 전화를 끊더군요..그리고 며칠전 신랑끼리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

신랑들끼리 당구를 치기로 했나봐요. 근데 그 집 신랑이 술취해서 못나간다고..문자가 왔대요. 남편 말이..둘이 싸웠구나..라구요..왜 그러냐 했더니 누구 엄마가 샘이 너무 많다고..괜히 자기 신랑 잡는다고..그 친구 남편이 착하고 순하거든요. 싸우면 그 친구는 욕부터 시작해서 남편한테 폭력도 쓴다고 했거든요. 저도 두 사람 부부싸움 하는거 새벽에 집앞에서 (저희가 1층이거든요) 보고 기함한적도 있구요. 아무리 제가 이사가는게 서운타해도 남편끼리도 못만나게 하는게 과연 잘하는 걸까요??

제가 뭘 그렇게 친구한테 서운하게 했는지 모르겠어요..친구 맘 상할까봐 저번주 토요일에 일부러 연락도 했는데 그 뒤로 연락없고, 수요일에 우연히 마주쳤는데 저보고 얼른가라고만 하대요..

내가 그 친구라면 정말 웃으면서 잘됐다고..축하한다고..해줄거 같았다고 생각한게 제 착각이었나봐요.

이렇게 말하면 저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외모부터 아이들 성적, 뭐든 사실 제가 낫긴해요..저는 약간만 화장을 해도 이쁘다는 말을 듣긴해요. 친구 외모가 어려서 모과라고 불릴만큼 못생겼다고 본인 입으로 늘 그랬거든요.늘 그런걸 부러워하길래 친구 입장에서 많이 대변해주고 감싸주고 살았어요. 친구의  친언니가 절 몇 번 보더니 했던 말이 생각나요..너무 순수하고 착하다구요..그 언니 보험 영업을 오래하셔서 사람보는 눈이 있다고 친구가 직접 그랬거든요. 저한테 내 동생한테 잘해줘서 고맙다고까지 했구요. 재작년에 친구 친언니라는 이유로 보험도 꽤 많이 들어줬구요. 그리고 친구가 부탁해서 우리 애들 옷 깨끗한거 골라서 십여년째  친구의 언니동생한테 보냅니다. 

 

이번일 겪으면서 십년을 알면 뭐하냐..내가 그만큼 해주면 뭐하나..맞벌이하니까 친구는 자기가 먼저 이사갈줄 안거 같아요..세 번이나 이사해서 임대에서 벗어나려했는데 제가 먼저 가니까 기분나쁜 티를 너무 내네요..

한편으론 이해하면서 속이 많이 상했어요..내가 너라면...난 진심으로 웃으면서..축하할건데..라는 생각만 들구요.

 

사람이 다 내맘같지 않은거 압니다..하지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속상하고 서운하긴 해요.

그래서 맘 접었어요. 그냥 연락오면 아무일 없듯 대하자..12월에 이사가는데..그것도 지금 동네에서 멀리 가는데..

 

그 친구는 제가 편하고 기댈수 있는 곳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그래서 서운한 감정을 그렇게 표현한건지 모르지만

말로서 솔직하게 말하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만 드네요..예전에도 몇 번 이런 경험 있었어요. 그러다 자기가 아쉬우니까 연락해서 아쉬운 소리 하더군요. 너한테 밖에 이런 말 못한다..이런 부탁 못한다..제가 당하고 산건지..

참 허무하네요.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대번 생각났어요. 그 친구들은 안그런데..이래서 객지친구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요..십년 넘게 안 세월이며 정이며..많이 속상하네요.

IP : 125.208.xxx.2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험
    '11.10.22 8:02 PM (203.226.xxx.63)

    친구가 저 결혼초 우리집 와서..경기도 과천에 살때였는데
    너희 언제 돈 모아서 이사가니..라고 했죠
    거긴 전문직 저흰 회사원
    지금이요?
    그 집 가격 두배 집에 살아요..그날 연타로 기분 나쁜말 들었는데
    한동안 안보다가 지금은 봐요..그냥 그러려니해요
    그동안 잘 하셨으니 서운하시겠지만
    그냥 보통사람의 시샘이려니 하고 넘어가주세요
    그 친구도 잘되면 아량이 생기겠죠

  • 2. 소인배
    '11.10.22 8:07 PM (112.168.xxx.132)

    뭐가 그렇게 배가 아플까요? 주변 사람이 잘되야 본인도 좋은것 아닐까요? 이쁜사람들이 마음도 이쁜듯합니다. 병원가면 간호사도 이상하게 생긴사람이 성질도 지랄같아서 열등감있어 그런것같아요.그런 친구는 100%지는 인생입니다.그 신랑이 안됐네요.좋은맘 갖고 사니 복이오는듯..축하드리고..행복하게 잘사세요^^

  • 3. ..
    '11.10.22 8:28 PM (211.246.xxx.13)

    서운하시죠
    이 참에 일방적 관계는 청산하는것이 앞으로의 상처도 줄이는 방법입니다
    좋은사람은 좋은사람 만나야해요

  • 4. 질투
    '11.10.22 8:52 PM (211.243.xxx.95)

    인간에게 질투라는 감정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
    맘은 아프지만, 왠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도 찾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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