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미숙아로 세상에 태어난 전..
선천성 천식으로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천식이 완치 된 15살이 되기 전까지요.
지금도 제 병원비로 쓴 돈으로 집 몇채는 샀을꺼라고 말씀하십니다.
죄송하고.. 감사하고..
하지만.. 저도모르게 생긴 엄마에 대한 원망이 많았습니다..
날 얼마나 힘들게 키웠을지.. 이해가 되면서도
어렸을 때 엄마로 인해 입은 상처들이.. 자꾸 불쑥불쑥.. 솟아오릅니다.
저희 엄만.. 언제부턴가.. 제가 아플때마다 저에게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힘드셨겠죠.. 저뿐이 아니라.. 지체 1급 아픈 동생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땐 엄마가 너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기침이 나고 몸이 아팠는데. 엄마한테 들키면 또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날 쏘아보며
왜 또 아프냐고.. 소리지를 것 같아 엄마 앞에서 꾹 참고.. 방에서 배게에 얼굴 묻고 기침하고..
그러다 천식이 심해져서 구급차에 실려갔던 일도 잦았습니다.
초등 5학년 때..
소위 말하는 집단왕따라는 것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몸이 약했던 절 만만하게 보고 같은 반 남자아이들과 (거의 대부분이었던 것 같네요)
여자아이 몇명이 쉬는 시간마다 저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했죠.
같은 반 아이들에게 전 새로 배운 싸움의 기술을 실험하는 대상 내지는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푸는 기계였습니다.
한, 두명도 아니고 쉬는 시간만 되면 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지비한 폭력들을 너무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말하고..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엄마는 저에게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남자아이 하나가 저에게 쓴 욕이 가득 쓰인 쪽지를 엄마가 읽게 되었고 모든 사실을 아셨죠.
엄마는 무섭게 저를 다그쳤고.. 전 울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다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돌아온 말은.. 바보.. 병신.. 등신 같은 것...
절 흔들면서 왜 그렇게 당하고만 있냐 이 등신아..
그 때 엄마가 한번이라도 니 잘못 아니다.. 괜찮다.. 하고 안아주었다면.....
전 지금껏 모든 걸 내 잘못이라고.. 꾹꾹 누르면서 살지 않았어도 됐을까요?
그 후 동네에서 어떤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때도..
엄마한테 말할 생각은 꿈에도 안 했습니다.
또 내 잘못이라고 말하며 혼낼테니까요.
좋은 엄마셨습니다..
정말 힘든 삶을 사셨지만.. 꿋꿋히 자식들 곁을 지키셨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엄마"가 필요했을때.. 그 때마다 엄마는 거기 없었습니다.
혼내고.. 다그치고.. 다 내 잘못이라고 말 하는 괴물만 있을 뿐이었죠.
아이를 낳으면 엄마 맘을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은 누가 했을까요...
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더 원망스럽고.. 어렸을 적 잊었던 상처들이 덧났습니다.
한 번 엄마에게 울면서 이런 마음에 담은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도 같이 울면서.. 억울해하더군요. 널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자식까지 낳고도 그렇게 날 이해 못
하고 원망할 줄 몰랐다고...
다음날.. 두 사람 다 좀 누그러진 다음에.. 제가 먼저 죄송하다 했고.. 엄마도.. 그 땐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그랫다고
미안하다.. 그래서 다 끝난 일인 줄 알았는데...
몇일 안 되서 이모들한테 번갈아가면서 전화가 오더군요.
너희 엄마가 널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싸가지 없이 그딴식으로 말을 했냐고...
나쁜 년이라고....
첫 아이를 낳고 공황장애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울면 따라 울고..
갑자기 끔찍한 일이 닥칠 것 같은 불안함에 잠도 못 자고..
신랑이 출근하면 꽤 오랜 시간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습니다.
아이를 세면대에서 씻기다 떨어트린 적이 있었는데..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안지도 못하고.. 바로 안방으로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아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울면서 떨어야 했습니다.
후에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 바닥에 있는 아기를 안고 미안해서 또 울고...
이렇게 힘들바에야 같이 죽을까.. 하는 생각.. 수백, 수천번도 더 들더군요.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그러니까 아기와 둘만 있지 않으면 놀라울 정도로 괜찮아 져서
제 이런 증상을 아무도 몰랐죠.
날 미친사람 취급하며 아이를 뺏아갈까봐 남편에게도 말을 못 했습니다.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도...)
2주 전.. 전 둘째를 낳았습니다.
임신 중일 때.. 너무 좋고 행복했지만..
출산일이 다가올 수록 끔찍한 공황증을 앓았던 시간들이 생생해졌고..
그제서야 엄마에게 말하고 신경 정신과에서도 혼자 있지 말라더라.. 양해를 구한 후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백일쯤 되면 괜찮아 지더라.. 그 때까지만 같아 살자...
아이를 낳고 2주 동안 괜찮았습니다.
둘째라 여유가 있나보다.. 괜찮구나... 다행이다...
그러다 어제...
엄마가 동네 사람한테 볼일 있다고 잠깐 밖에 나가시고
아이 둘과 셋이 집에 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고 난 후 부쩍 질투도 심해지고 말썽쟁이가 된 첫째에게
신경이 많이 쓰여서 무조건 첫째 위주로 육아를 하느라 칭얼대는(울지는 않았습니다) 둘째 놔두고
첫째를 안고 장난감 갖고 노는데 둘째가 울기 시작하더군요.
첫째한테 아가 운다~ 우리 같이 가볼까? 하고 손을 잡고 가는데
둘째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 하는 겁니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공포가 엄습하더군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나고...
너무 무서워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지금빨리 집으로 좀 와달라고 말하고 끊었습니다.
놀라서 집으로 온 엄마...
무슨 일이냐.. 아기 떨어뜨렸냐.. 무슨 일 있었느냐.. 물은 후
다짜고짜 저한테 소리를 지르더군요.
너 때문에 할말도 다 못하고 왔다고..
난 너한테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냐고..
그러면서 화를 내기 시작하는데..
당시엔 엄마가 화내는 모습을 보며 호흡곤란까지 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울고만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공황증보다..
내 엄마가 더 서럽고.. 아프네요.
그 상황에서.. 할 말 다 못하고 왔다고 화를 내는 우리 엄마..
왜 질질 짜고 지랄이냐고 화내는 우리 엄마....
그냥.. 내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가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인가봅니다...
그 편이 훨씬 편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