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아이 친구들 모임이 있어 다녀왔어요.
모두 6살인데, 친구들의 오빠나 동생들이 모두 같이 모이니 뭐 나이들이 위 아래로 다양하지요.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저녁이 나오기 전에 식당에 마련된 야외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어요.
여기 저기 흩어져 놀고 있었는데...
저희 아이 (6살 여아)와 아이의 친구 오빠가 문제가 생겼었어요.
그 아이가 7살인데... 좀 늦된 아이입니다.
저는 늦된 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주위에서는 그 아이 엄마에게 ADHD 검사를 해 보라거나..
문제가 있다거나..라는 이야기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줬고..
결국 그 아이는 매주 한번씩 강남 어딘가로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 그 아이가 단지 늦되다고 생각하는 정도이구요.
문제는 그 남자아이가 저희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하는게 뭐가 문제냐 하겠지만.. 좀 늦된 아이다 보니..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가 싫다고 해도 으스러지게 안는다거나.. 저희 아이를 자꾸 만지려고 한다거나..
여러 아이들이 있어도 유독 저희 아이만 맴돌고 있으니 저희 아이도 많이 힘들어하지요.
그 남자 아이는 워낙 덩치가 커서 7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뿐더러 힘도 세서,
(9살이래도 믿을꺼예요..)
아이의 다른 친구 엄마는 그 남자아이에게 한번 휘둘리고 나서
"OO이가 많이 힘들겠다.. 어른인 나도 한번 휘둘리고 나니 이렇게 힘든데.."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만큼 다른 엄마들 눈에도 그 남자 아이가 저희 아이에게 이러 저러하게 맴도는게 보이는 거죠.
어젠 트램폴린 위에서 아이들이 뛰고 있다가..
그 남자 아이가 저희 아이를 안고 뒹굴었나 봐요.
저희 아이가 소릴 지르고 싫다고 했는데도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결국은 한손으론 머리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몸의 어딘가를 (어딘지는 제가 못 봤어요..) 잡고 누워서 뒹굴고..
아이들 친구 중 하나가 떼 내려고 덤벼들고는 있었는데 힘으론 감당이 안 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놀라서 다들 멀찌감히 떨어져 있었어요.
저희 아이가 울고 싫다고 하다가 비명을 지르는 지경에 이르러
저와 그 남자아이의 엄마가 뛰어갔어요.
전 순간 패닉상태였던것 같아요.
소릴 지르며 제지하려 했는데 그 순간도 그 남자아이는 저희 아이를 안고 누워 뒹굴고 있는 지경이었고,
트램폴린 안으로 들어가긴 순간적으로 어려운 지경이라 제가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소릴 질렀고,
남자 아이의 엄마도 소릴 지르고..
다시 생각해도 참... 소름이 돋네요.
화가 많이 났는데.. 누구에게도 화를 내기 참 애매한 상황이네요.
그 남자 아이는 아직 뭘 잘못한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 아이에게 그 아이 엄마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소릴 지르고 했으니
화를 낸것 같긴한데, 제 감정상, 트램폴린 안이 아니라 제 손에 닿는 바깥이었으면
제가 무슨 짓을 더 해도 했을 것같아요.
저희 아이에게는 놀라지 않게 이런 저런 이야길 해 줬는데,
워낙에 싫다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이인지라 저에게 괜찮다고 오히려 위로하네요.
그 아이 엄마에겐 언젠가 우리 OO이가 ㅁㅁ이를 좋아하지 않는것 같다고 이야길 했을때,
섭섭하다고 했었거든요.
아이들 관계라.. 제가 이리 화가 나는게 잘못된 건지..
아니면 화가 날 만한 일인지..
그 아이 엄만 그저 남자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하긴 하는 것 같은데,
늦된 아이인지라 쉽게 그걸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지경은 아니예요..
남편은, 될수 있으면 그 집 아이들이랑 마주칠 기회를 없애라고는 하는데..
노력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번씩 이렇게 단체로 모일땐 어쩔수 없다 싶어 어젠 나갔던 건데..
지금까지도 그 남자 아이가 저희 아이 머리채를 잡고 누워 뒹굴던 모습이 눈에 자꾸 보여요.
화는 나는데..그 아이 엄마도 그 남자 아이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있는걸 알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못하는 상황.. 참.. 이 상황이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