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엄마 반찬가게 하세요.
평생 음식잘한다고 소문나서 동네잔치나 바자회음식같은거 의뢰도 많이 받았었고
엄마손으로 돈 벌어보고 싶으시다고 그러셔서
저 자리에 반찬가게 하면 참 좋겠는데..라는 말 10년동안 하시다가
저 시집가던 해에 마침 그 자리와 인연되어서 반찬가게 시작하셨어요.
솔직히 아주 깔끔한 가게는 아니지만
(엄마가 창작하는것-옷만드는거나 음식만드는거 같은 손재주가 원래 좋으신데,
정리하는 재주는 타고나지 못하셨음)
그래도 수시로 쓸고닦고 하시면서,
매일 사입하는 물건도 들어오지만
주말마다 경동시장에 가서 각 지방에서 올라온 좋은재료들 하나하나 골라와서
열심히 장사하십니다.
워낙 조미료 안쓰고 깔끔하게 한다고,
서울 반대쪽이나 근교로 이사간 후에도 일부러 반찬사러 오시는 분도 제가 아는분만 몇 되시구요.
단골이신 유명신문사기자분이 음식깔끔하다고, 가게소개 기사 실어주신다고 한 걸
가게도 너무 작고 해서 소문나는거 싫다고 거절한적도 있습니다.
재벌은 아니지만 유명 제약회사 회장님도 예전 어머님 음식맛이라면서
명절마다 따로 재료맡겨 주문하고 하시기도 하는걸 보면
저야 평생먹던 반찬이라 잘 모르겠지만 음식맛은 괜찮나봐요.
방금 전화통화를 했는데..오늘 너무 속상한 일 있으셨다네요
어떤 젊은 남자가 한 6살쯤 되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서
자전거 두대를 떡하니 정면으로 가게입구 막고 세워놓고 가더래요.
가게가 워낙 좁아서 출입구도 작은데...정면으로 막아놓고 세워놨길래
'자전거를 조금만 옆으로 세워주면 좋을텐데. 가게입구가 하나인데 손님들 들어오기 불편할것같은데.'
라고 말씀하셨더니
다들 지나다니는 길인데 당신이 뭔데 자전거를 세워라마라라고 하냐며
우리 마누라가 매일 이 가게에서 반찬사오는데 자전거도 못세우게 하느냐고 하더래요.
그러면서 이따위로 장사해먹고 사느냐면서
가게도 더러운주제에 바퀴벌레 나왔다고 인터넷에 다 올릴꺼라면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소리를 지르고는 바로 길 건너에 있던 지하에 있는 수퍼에 가더래요.
엄마가 너무 기가차서 어이없어하고 있었는데
잠시후에 와서는 다시 가게에 들어와서는
반찬에 바퀴벌레나 나오고 이딴가게 누가오느냐고 한참 소리지르더니
가게 앞에서 한참을 그렇게 소리를 지르더랍니다.
자기가 누군줄 아느냐며 인터넷에 다 올려서 이따위 반찬가게 그냥 둘줄아느냐고
마누라도 다시는 못오게하겠다고 난리치길래
저희 엄마도 제발 다시는 못오게 하라고 하셨답니다.
하필이면 손님도 한명 없었고, 일하는 아줌마도 퇴근한 시간이어서
저희 엄마 혼자 계셨을텐데.
반찬가게 하는 아줌마가 그렇게 우습나요?
저희도 그 동네에 20년 넘게 살다 몇년전 재개발한 바로 옆동네로 이사가서 같은 동네주민이고
모 한자리 하는건 아니지만 어디가서 그렇게 꿀리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가게 벗어나면 우리엄마도 제법 대우받는 사모님소리 듣는데
정말 엄마한테 가게 그만두고 그만 쉬시라고 하고싶더라구요.
바로 다음에 단골손님이 들어와서는 저 사람 왜저러냐고 그래서
이러저러하다고 얘기했더니. 안그래도 자전거 이상하게 대어놔서
자동차 대지 못해서 멀리 대놓고 오셨다고,
엄마가 어떻게 장사하는지 단골들은 다 아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가셨다는데
이런저런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길에서 소리지르는 그 남자만 봤으면,
엄마가게 와본 적 없는사람이면..바퀴벌레나오는 음식이나 만드는 이상한 가게인줄 알겠죠.
솔직히 저도 가끔 가서 엄마 도와드리기때문에
위생모는 아니라도..나름 열심히 일할땐 머리카락빠지지마라고 꽉묶거나 신경써서 모자도 쓰고,
여름에는 좀 비싼 살충제-사람에게 해없게 유기농 식물성분으로 만들었다는 몇만원짜리 살충제도 설치해놓고
매일 행주도 삶고, 바닥도 손걸레로 매일 닦고 할수있는 한에서는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이상한 사람때문에 더러운 가게로 소문날까봐 걱정이 되긴하네요.
도대체 얼마나 잘난분이길래 아무리 반찬가게 아줌마라도
환갑이 넘은 아줌마한테 그렇게 난리를 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더구나 아이까지 데리고 왔었다는데 아이앞에서 그런모습 보이고 싶으셨는지.
다음에 혹시나 또 우리엄마 가게에서 행패를 칠때는
제가 꼭 있을때이길 바랍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나신 분이길래 그렇게 막하실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앞에 수퍼가서 cctv에서 찾아서 얼굴 이라도 보고싶은 심정이네요.
그 부인되시는분도 절대로 저희가게 발들이시는 일 없기를 바라구요.
그 잘나신 입에 저희엄마가 힘들게 만든 반찬 절대로 들어가는 일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