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몰랐느냐가 아니라 판단력 부재…지도자의 큰 흠결"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보좌관을 지낸 김학영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저는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두 차례 올렸다.
김학영 전 보좌관은 블로그 글에서 나경원 후보가 자위대 창립행사에 참석한 사실,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논평한 사실 등에 대해 "제가 아는 한 이런 것은 나 의원님 이야기한 대로 모르고 하신 (것이 맞고) 한나라당 대변인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신 일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전 보좌관은 "문제는 무엇을 몰랐느냐가 아니라 대변인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런 판단력의 부재는 지도자의 흠결로서는 아주 큰 것"이라고 썼다.
김 전 보좌관은 " 현재는 개인 사업을 하며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정책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보좌관은 19일 올린 두 번째 글 에서는 "(문제를) 듣고 안고 조정해야 하는 서울시장의 자리에 이념적인 경직성을 가진 나경원 후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다"고 썼다.
김 전 보좌관은 "보좌관으로서 일하면서 저는 대중정치인으로서 나경원후보의 주장이나 생각이 보다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노선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많이 드렸었고, 그런 의미에서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나, 노동조합까지도 두루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실 것을 요청드렸다"며 "그런데 당시의 나의원님은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런 경직된 자세가 '서울시장' 등 국민 전체를 포용하고 조정해야 하는 자리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후보의 '무상급식'에 대한 경직된 사고도 지적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나경원 후보가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다'라는 생각이 매우 확고했다"며 "'이미 오세훈 시장도 무상급식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전면적 무상급식이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로 후퇴한 국면이고,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이니 다른 쪽 이야기도 들어보면 좋겠다고 제언을 드리자 '그럴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근거는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나경원 의원이 비례대표로 초선 의원이 된 2004년 나 의원실에서 낸 공채를 통해 보좌관이 돼 2004년 7월~12월까지 6개월간 근무했다. 나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하기 전에는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실에서 일했고, 나 의원실에서 나와서는 이상경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5~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시 나 의원실 전당대회 기획본부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김 전 보좌관은 20일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나경원 후보가 자신이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며 "뒤늦게 전당대회에 결합했기 때문에 생각하시는 보수의 가치를 알고 싶어서 여쭤봤지만 '모르겠다, 뭐라고 이야기해야지'라는 반문이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은 "지도자로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하다면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나경원 후보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의원으로서는 자질이 충분하지만 국민을 이끄는 서울시장, 나아가서 대권을 꿈꾸는 이로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나경원 의원실을 관둔 이유에 대해 "당시 나 의원께서 '당에서 김 보좌관이 노조나 시민단체와 친해 '스파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힘드니 입당하거나 그만두라'고 말해 후임자를 추천하고 그만뒀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나 후보 쪽에서 지난 5월 다시 전당대회 준비를 도와달라고 연락이 올만큼 관계가 나쁘지는 않아 글을 쓰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전 보좌관은 앞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하루에 1편씩 나경원 후보를 반대하는 이유를 올릴 예정이다.
박수진 김외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