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입니다. 책과 토론을 좋아하는데 조금은 소심한, 모범생 스타일이에요.
1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정말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방학 때에도 학교가 가고 싶다고 할 만큼 의욕적인 학교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4학년 생활은 수렁 그 자체네요.
담임교사는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남자선생님입니다.
학기 초 학부모들과의 첫 대면에서 자기 취미 생활이 바이크고 대학생 딸이 하나 있는데 졸업하면 아닐 줄 알았는데
아직도 돈이 솔찮게 들어간다는 말을 하기에 도대체 내가 뭘 들으러 여기 와 있나 어리둥절할 지경이었지요.
하여간... 아이에겐 별 말 안 하고 '4학년이니까 네 건 네가 알아서 챙겨가며 공부하라'고 했어요.
공부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해도 선생님의 스타일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경력이 많으시겠네'
빼고는 좋은 점이 없어보였으니까요.
수업시간엔 설렁설렁 건너뛰여 수업을 하다가 다른 반과 진도를 맞추기 위해 중간중간 만화영화를 보여주고
(뭐 여기까진 좋습니다 네), 막판엔 "참 이거 내가 잊어먹고 안 했는데.."라며 허겁지겁 진도를 나가는 건 예사며
(여름방학식날도 정상수업),수학 시간엔 연산도 틀리기 일쑤. 써놓고 "이거 맞냐?"하고 물어봐서 "틀리는데요"하면
"너희들 시험하려고 그러는 거야"하며 겸연쩍은 얼굴로 고치는 일은 다반사-이젠 웃으며 하교하던 아이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건 애들을 지도하려는 의지가 없으시단 거야."
아이는 단정적으로 말하더군요. 3학년때까지는 바보야 소리만 해도 선생님이 엄하게 그러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초반에 몇몇 애들이 시험적으로 욕을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아무 제재가 없으니 아이들은 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욕을 쏟아낸다는 겁니다. 점점 그 수위도 올라갔고요. 얼마 전 교실을 갔다가 우연히 들은 욕의 수위도 상당히 높아
(아마 중학교 초반쯤 되지 않을까 싶던데) 깜짝 놀랐습니다.
1학기때 학부모참관수업에서 애들이 영 생기가 없다가 쉬는 시간엔 정말 미친듯이 날뛰어서
(바로 옆 반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얘네 도대체 왜 이러나 했더니 그게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요.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뭘 하건 아무런 훈육도 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저의 아이와 같은 소심한 모범생이 가장 피해를
입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일주일 전쯤 담임선생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아이가 우연히 교실 티비에 컴퓨터 화면에 작게 띄워놓은 주소를
보고 와서 알려줬어요. 반 아이들에겐 공개하지 않았댑니다) 초등학교 교사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바이크를 즐기며
운동과 예술을 사랑하는, 황혼을 즐기는 모습만 잔뜩 올라와있는 걸 보고는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습니다. 장근석군이야
허세 부리기 딱 좋은 나이지만, 제가 겪은 몇몇 경우와 아이가 얘기하는 학교 생활에서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그 블로그를 좋게좋게 해석하려 해도 한숨이 나오더군요. 블로그에 굳이 초등학교 교사임을
알릴 필요는 없겠지만, 쉬는 시간에 그런 내용의 블로그나 카페를 관리한다는 걸 제 눈으로 확인하니 솔직히
화가 납니다. 아이들 관리 잘 하면서 블로그 관리를 한다면 쉬는 시간을 맘대로 쓰는 걸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납작 엎드려 정년을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제대 기다리는 말년병장같은 모습이라...휴..
1학기 내내 왕따당하던 여자아이 하나는 담임교사의 방치와 무관심으로 결국 전학을 갔지요. 애들 반 엄마들은
'우리가 그래봐야 어쩌겠냐'는 분위기고...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어요. 축 쳐져서 영 학교 생활에 재미를 못 느끼니 평상시에도 의욕 상실..
어떻게 해야 좋을지요..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