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에요
(자녀는 없어요)
가진거 없이 진짜 양가 도움 전혀 안받고
원룸 방 한칸에서 신혼을 시작했어요
가전,가구..신혼살림 이런거 해보지도 못하고
그거 하려고 모아 놓았던 제 돈
나중에 방 두개짜리 다세대주택으로 이사가면서
전세금에 보탰어요
원룸에서 살때 제가 자취하면서 쓰던 그릇
남편이 자취하면서 쓰던거 모아서 그대로 쓰며 살았어요
둘다 고만고만한 작은회사 다니다보니
월급도 작았고 복지나 이런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요
작은 월급 한푼 두푼 모으며 아끼며 살았어요
저희에겐 정말 짠순이 스럽게 생활하고
남들에게 해야 하는거 기본 도리, 예의는 지키며 살았고요
알뜰하게 사는게 몸에 배였고
명절때나 어디 놀러갈때도 밖에서 사먹는 식비 아까워
도시락 싸고 커피 싸들고 가고 그랬어요 ㅎㅎ
하지만 주변에는 먼저 사고 먼저 베풀고 그랬고요
없는 형편이지만 그랬어요.
너무 없이 시작해서 지금도 그때 쓰던 물건 그대로고
언젠가 내집을 사면 그때 가구도, 살림도 장만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살았고요
참 미련했던게
그때 한푼 두푼 모을 생각만 하지말고
청약도 열심히 넣어보고 대출도 능력껏 받아 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좋은 기회가 많았을땐
그저 열심히 회사 다니고 한푼 모으는게 최선으로 알고 살았어요
그때 조금 생각이 트였다면
신혼부부특공이나 생애최초나 이런것들을 활용할 수 있었을텐데..
나중에 청약에 대해 재테크에 대해 조금 관심히 생겼을땐
늦었더라고요. 그런 좋은 기회도 더이상 해당이 안돼었고
생활하는 곳은 이미 아파트 공화국에 엄청나게 높아진 가격에...
더이상 청약할 곳도 잘 나오지 않고 어쩌다 나오는 곳 몇번 해봐도
탈락..
그렇게 고민하다 남편이랑 직장이랑 조금 떨어진 곳에
그렇다고 그리 멀진 않은 곳 공사하는 아파트에 분양권을 샀어요
계약금도 넣고, 중도금도 넣고
대출 승계 안받고 중도금 남은거랑 처리하려고
요새 결혼후 지금껏 차곡차곡 모았던 금액들 해지하고
모으느라 정신 없어요
내집이 생기는건데 근데 마음이 허해요
결혼 십육년동안 죽어라 모으면서
예금하고 재예치하고 이자 정리하고
매달 매달 엑셀로 열심히 정리했던 자료들..
분산해서 예금해 놓는다고 오천이하씩 여러 은행,저축은행등등
다 보기좋게 엑셀로 분류하고 기록해 놓았던 자료가
계약금을 보내고 중도금 일부를 보내고
이제 또 중도금 일부랑 대금이랑 정산해야 해서
하나씩 지워지다가 몇줄 안남기고 다 지워지니
마음이 너무 너무 허무한 거에요
저는 그동안 좀 고생스럽게 살았지만
한푼 한푼 모으고 엑셀로 기록되어 지던 그 예금 자료가
저에겐 행복이었나 봐요
예전에 한번 자료를 공개했을때도
작은 월급에 모아놓은 금액 보고 남편이 좋아했는데
이번에 다시 최종적으로 공개하니
남편이 놀라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모았냐고. 대단하다고 ...
(다른 분들 기준에선 얼마 안돼겠지만 저희에겐 정말 엄청 큰 돈이거든요
그저 월급 모은 돈으론..)
남편이 조금 감동도 받은 모양이더라고요
저 업어줬어요.ㅎㅎ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허하긴 해요
이래서 저는 부자는 못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