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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이 허무해요. 왜이럴까요.

왜이럴까 조회수 : 3,566
작성일 : 2020-08-21 12:50:32

40대 맞벌이 부부에요

(자녀는 없어요)

가진거 없이  진짜 양가 도움 전혀 안받고

원룸 방 한칸에서 신혼을 시작했어요

가전,가구..신혼살림 이런거 해보지도 못하고

그거 하려고 모아 놓았던 제 돈

나중에 방 두개짜리 다세대주택으로 이사가면서

전세금에 보탰어요

원룸에서 살때 제가 자취하면서 쓰던 그릇

남편이 자취하면서 쓰던거 모아서 그대로 쓰며 살았어요


둘다 고만고만한 작은회사 다니다보니

월급도 작았고 복지나 이런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요

작은 월급 한푼 두푼 모으며 아끼며 살았어요

저희에겐 정말 짠순이 스럽게 생활하고

남들에게 해야 하는거 기본 도리, 예의는 지키며 살았고요

알뜰하게 사는게 몸에 배였고

명절때나 어디 놀러갈때도  밖에서 사먹는 식비 아까워

도시락 싸고 커피 싸들고 가고 그랬어요 ㅎㅎ


하지만 주변에는 먼저 사고 먼저 베풀고 그랬고요

없는 형편이지만 그랬어요.

너무 없이 시작해서 지금도 그때 쓰던 물건 그대로고

언젠가 내집을 사면 그때 가구도, 살림도 장만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살았고요


참 미련했던게

그때 한푼 두푼 모을 생각만 하지말고

청약도 열심히 넣어보고  대출도 능력껏 받아 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좋은 기회가 많았을땐

그저 열심히 회사 다니고 한푼 모으는게 최선으로 알고 살았어요

그때 조금 생각이 트였다면

신혼부부특공이나  생애최초나 이런것들을 활용할 수 있었을텐데..


나중에 청약에 대해 재테크에 대해 조금 관심히 생겼을땐

늦었더라고요.  그런 좋은 기회도 더이상 해당이 안돼었고

생활하는 곳은 이미 아파트 공화국에 엄청나게 높아진 가격에...

더이상 청약할 곳도 잘 나오지 않고 어쩌다 나오는 곳 몇번 해봐도

탈락..


그렇게 고민하다 남편이랑 직장이랑 조금 떨어진 곳에

그렇다고 그리 멀진 않은 곳 공사하는 아파트에 분양권을 샀어요

계약금도 넣고, 중도금도 넣고

대출 승계 안받고 중도금 남은거랑  처리하려고

요새 결혼후 지금껏 차곡차곡 모았던 금액들 해지하고

모으느라 정신 없어요

내집이 생기는건데  근데 마음이 허해요


결혼 십육년동안 죽어라 모으면서

예금하고 재예치하고 이자 정리하고

매달 매달 엑셀로 열심히 정리했던 자료들..

분산해서 예금해 놓는다고 오천이하씩 여러 은행,저축은행등등

다 보기좋게 엑셀로 분류하고 기록해 놓았던 자료가

계약금을 보내고  중도금 일부를 보내고

이제 또 중도금 일부랑 대금이랑 정산해야 해서

하나씩 지워지다가  몇줄 안남기고 다 지워지니

마음이 너무 너무 허무한 거에요


저는 그동안 좀 고생스럽게 살았지만

한푼 한푼 모으고 엑셀로 기록되어 지던 그 예금 자료가

저에겐 행복이었나 봐요


예전에 한번 자료를 공개했을때도

작은 월급에 모아놓은 금액 보고 남편이 좋아했는데

이번에 다시 최종적으로 공개하니

남편이 놀라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모았냐고.  대단하다고 ...

(다른 분들 기준에선 얼마 안돼겠지만 저희에겐 정말 엄청 큰 돈이거든요

그저 월급 모은 돈으론..)

남편이 조금 감동도 받은 모양이더라고요

저 업어줬어요.ㅎㅎ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허하긴 해요

이래서 저는 부자는 못되나봐요.

IP : 121.137.xxx.231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20.8.21 12:55 PM (125.132.xxx.105)

    원글님, 응원의 박수 보내요. 정말 멋지게 잘 헤쳐오셨어요.
    저희도, 가난한 남편, 반대하는 친정 때문에 우리 둘이서 빈손으로 시작했어요.
    님 마음을 전 잘 알아요.
    마치 중요한 시럼 죽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성적 받을 자신 있는데
    뭔가 허탈한 기분드는 거랑 같지 않을 까 생각해 봤어요.
    기억하시죠. 그래서 우리 학교 다닐 때 시험 마치면
    그냥 집에 가기 허탈해서 먹을 거 왕창 사서 극장갔잖아요.

  • 2. ... ..
    '20.8.21 12:55 PM (125.132.xxx.105)

    시럼 -> 시험

  • 3. 원글
    '20.8.21 1:03 PM (121.137.xxx.231)

    점다섯님 제 마음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미련퉁이라 마음이 허하지 싶어요. ^^;
    저는 극장도 다 커서 사회생활 하면서 가봤어요.ㅎㅎ

  • 4. 혹시
    '20.8.21 1:03 PM (14.35.xxx.20)

    혹시 신혼 때부터 소소하게 글 올리셨던 분이신가요?
    저도 결혼 16년차에 82생활도 그 정도했어요
    초기에 저랑 결혼 시기 비슷한 분이 한번씩 사는 얘기 올리셨는데 그 분이신가 싶어서요
    작은 월급, 작은 집. 쓰던 살림살이 뭐 이런 얘기하셨었는데 비슷해서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집을 사셨나 싶고 반갑네요
    소박하고 솔직한 얘기 읽기만 하고 답글 한 번 단 적 없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라서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열심히 잘 사셨네요
    허한 마음 알 거 같고 그래도 새 집 막상 들어가면 괜히 웃음 나고 좋을 거에요
    요즘 본의 아니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잖아요 쾌적한 집 좋죠
    다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면 또 으쌰으쌰 기운날 거에요
    큰 부침없이 오늘까지 잘해오신 거 대단합니다

  • 5. ,,
    '20.8.21 1:14 PM (70.187.xxx.9)

    그 종잣돈이 밑바탕이 되어 집 구매가 가능하니 수고 많았어요.

  • 6. 굉장히
    '20.8.21 1:23 PM (110.15.xxx.45)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태생이 부자인 사람은 이런 감정 못느끼지만
    차곡차곡 착실하게 돈을 모아본 사람만이 느끼는 기분이지요
    입주해도 당분간은 허무하고 조금은 우울하지만
    또 모으다보면 새로운 기쁨이 와요
    82명언 있잖아요
    내가 써야 내 돈

  • 7. 원글
    '20.8.21 1:26 PM (121.137.xxx.231)

    혹시님 맞아요.
    혹시님이 생각하시는 사람 제가 맞을거에요.^^;
    정말 제 스스로 생각해도 열심히 살았고 남들에게 가족들에게
    더 챙기면서도 열심히 종잣돈 모은거 대단하다 싶으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이렇더라고요.
    뭔가 속에서 다 쑤욱 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요.
    남편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모은거 몰랐고
    남들은 애도 없고 둘이 버니 살만하겠지.. 당연히 생각하고
    때때로 저희가 먼저 챙기는 것들도 그냥 당연스레 생각할때 많더라고요
    또는 저희 벌이가 참 작았는데 둘이 벌면 꽤 버는 줄 알고
    좀 쓰고 살라고 훈수 두는 사람도 있었고요
    남편 30에 결혼했는데 그때 급여가 180...여기서 점심 사먹어야 하고 그래서
    실제론 160정도. 저는 27에 결혼했는데 급여가 110-120..
    그렇게 시작했고 몇년간은 비슷했어요.

    어렸을때부터 풍족하게 살진 않았어서
    아끼는거에 큰 힘은 안들었는데
    습관인지라 새 집..내집으로 이사간다고 맘껏 뭘 살 수 있을까 싶고
    그럴 비용도 없고요. (정말 가전,가구 살림 지금 쓰는 거 하나도 쓸게 없거든요.ㅎㅎ)
    뭐든 해본 사람이 안다고
    새집가는 즐거움보다 아무것도 없는 살림이라 이걸 다시 다 사야 한다는
    생각이 좀 걱정과 답답함으로 오기도 해요.
    이래서 전 좀 편하게 살 팔자가 안돼나봐요.^^;

  • 8. 짝짝짝
    '20.8.21 1:26 PM (76.14.xxx.94)

    박수쳐드리고 싶어요. 잘살아 오셨어요.
    지금은 허한 마음 들어도 조금 지나면 행복한 마음으로 바뀌실거예요.
    좋은 집에서 더 행복해지시고 그동안 아끼느라 쓰지 못한것
    조금씩 조금씩 쓰기 바래요.

  • 9. 그마음 알아요
    '20.8.21 1:29 PM (180.68.xxx.158)

    이루고 난 다음의
    묘한 허무감....
    입주하시면
    그마음 빛의 속도로 사라집니다.
    새로운 신혼 보내시며,
    알콩달콩 행복하세요 ~!

  • 10. ,,,
    '20.8.21 1:34 PM (121.167.xxx.120)

    새 집 들어가 사신다면 한달은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올 정도예요.
    안방 놔두고 거실에서 세 식구가 같이 자면서 즐거워 했어요.

  • 11. dm
    '20.8.21 1:43 PM (39.112.xxx.199)

    정직하게 차곡차곡 모은 돈의 보상이에요.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고요.

  • 12. 원글
    '20.8.21 2:04 PM (121.137.xxx.231)

    내년 여름쯤에나 완공되는터라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어요. ^^;
    그래도 다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매도자분과 금액 정산이랑 명의 변경이랑 아직 좀 남았지만...

    비우고 또 차곡차곡 쌓아가면 되겠지요.

    상상으론 저도 그냥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빈 공간에서
    한동안 묘한 감정으로 지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요.

    나중에 침대도 사야하고..쇼파도 사야하고...사야하고 사야하고..ㅎㅎ
    그런거 잘 몰라서... 그때 도움 청하면 조언 부탁 드릴께요~
    저...침대없이 살아서 침대도 처음이거든요.^^;
    하긴..쇼파도 없구나..

    이사가서 글 올릴껄..
    허한 마음에 너무 앞서갔네요. 살짝 민망해집니다.

  • 13. 원래
    '20.8.21 2:12 PM (175.194.xxx.16) - 삭제된댓글

    소풍은 가기 전날이 가장 설레이듯이

    어느새 다 자란 애지중지 키운 자식
    품안에서 떠내보내는 심정과 별 다름 없을것 같네요.

  • 14. ...
    '20.8.21 2:20 PM (175.119.xxx.134)

    10년 넘게 침대도 소파도 없이 사셨어요? 정말 아끼며 사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새집에서 남편분과 알콩달콩 행복하세요^^

  • 15. 원글
    '20.8.21 2:56 PM (121.137.xxx.231)

    어려서부터 바닥에서 잤고요
    결혼전에도 침대없이 생활했어요.
    그나마 결혼하고서 신혼살림으로 준비하려던거 손바닥만한
    둘이 누우면 빈 공간이 별로 없는 원룸에서 신혼 시작이라
    신혼살림 아무것도 못하고
    그 다음 다세대주택 이사했지만 오래된 건물이고 그래서
    이때도 못하고... 나중에 집 생기면 사자..로 된거에요.^^;

    저 내년에 가구, 살림 문의하면 도와주세요~ ^^;

  • 16. 혹시
    '20.8.21 3:09 PM (14.35.xxx.20) - 삭제된댓글

    위에 글 쓴 혹시에요 ^^
    저도 16년 생활 이런 저런 일 겪고, 지금은 많이 안정됐어요
    신혼이 남편 이직, 시댁 잠시 합가 다시 분가 후 이제는 저도 남편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네요
    제가 쇼핑을 좋아하고, 결혼 년차가 있다보니 최근 가전이며 가구 많이 바꿨어요
    도움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필요하심 “유로피안”으로 쪽지주세요
    이 답글은 조금 있다 지울게요

  • 17. 원글
    '20.8.21 3:16 PM (121.137.xxx.231)

    혹시님 기억해 놓고 있을께요~
    저 가전, 가구 잘 모르고...또 무턱대고 비싼 거 할 형편도 안돼고요.
    내년에 제 형편에 맞는 괜찮은 걸로 마련하고 싶은데
    기억했다가 궁금한거 쪽지보낼께요
    감사합니다~^^

    제가 참 82 오랜 회원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수다도 많이 떨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고..ㅎㅎ
    이럴때마다 말 한마디, 글 한줄 조심해야 겠다. 생각합니다. ^^

  • 18. 고생하셨어요.
    '20.8.21 4:55 PM (122.32.xxx.117)

    고생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새집 알차고 풍요롭게 꾸미시고 그 과정에서 행복도 많이 느끼시길 바랄께요.

  • 19. 어유아유
    '20.8.21 9:18 PM (182.214.xxx.74)

    같은 상황은 아이었는데도 왜 이리 공감이 잘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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