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947
작성일 : 2011-11-08 08:19:37

_:*:_:*:_:*:_:*:_:*:_:*:_:*:_:*:_:*:_:*:_:*:_:*:_:*:_:*:_:*:_:*:_:*:_:*:_:*:_:*:_:*:_:*:_:*:_

공병대 시절, 눈만 뜨면 삽을 드는 게 일이었으니
삽질이라면 나도 제법 할 줄 알지
삽으로 흙을 떠서 던지면
삽 모양 그대로 흙이 날아가기까지
아침마다 굽은 손가락 억지로 펴가며 배웠지
내가 아무리 구덩이를 잘 파고 공구리를 잘 비벼도
그래도 어디 농민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노동자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한 삽을 뜨면 한 톨의 쌀이 되는 삽질
한 삽을 뜨면 한 장의 연탄이 되는 삽질
그런 삽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
그래도 한때나마 삽질을 해본 나는
그 시절, 삽에 대해 경배하는 법을 배웠네
삽질을 하다 상관이 지나가면
총 대신 삽을 들고, 받들어 삽!
그런 군인정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삽질을 하려면 반드시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
땀 흘리지 않고 삽질하는 비책은 없다는 사실
한 삽에 흙 한 덩이 이상 뜰 수 없다는 사실
하나하나 깨우치는 만큼 삽날이 닳아갔네
삽날이 닳아 없어지는 속도에 맞춰 시간이 갔고
제대한 지 어느 새 스물 몇 해
삽질하는 법, 이제는 내 몸에서 잊혀졌지만
삽질을 모욕하는 말, 참을 수 없네
삽질 한번 안 해 본 것들이 툭하면
―삽질하고 자빠졌네
무심코 내뱉는 말, 죄 없는 삽이 불쌍했네
그러더니 새만금을 막고 천성산을 파내고
이제는 한반도 운하까지 뚫겠다며
거대한 삽을 들어 올린다는 말이 들려오네
거대한 삽질 한 방이면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는 말
새빨간 거짓부렁이란 걸 나는 알고 있네
내가 배운 삽의 정신과는 정반대인
저 거대한 거짓의 삽
아,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었네
삽날을 치켜들면 그대로 무기가 된다는 사실!
한바탕 삽의 전쟁이 다가온다면
나는 정직한 삽의 편에 설 것이네
삽을 경배할 줄 모르는 저 거짓 무리들의 정수리를
내 정직한 삽으로 후려치고자 하네
그 옛날 배운 대로
어깨 위로 삽!
성스러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의 삽을 버리고 또 버리네
삽날 위에서 햇살이 반짝, 튕겨오르네


           - 박일환, ≪삽의 전쟁≫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1월 8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ggg.jpg

2011년 11월 8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jjj.jpg

2011년 11월 8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108/132066616703_20111108.JPG

2011년 11월 8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1/07/alba02201111072032220.jpg

2011년 11월 8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1/20111108.jpg

 

 

 


당신들에게는 "있는 것", "아는 것"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니까요. 아... 사실 그게 더 어려운 건가?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112.154.xxx.6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1.11.8 8:24 AM (121.184.xxx.228)

    시인의 저 정직하고 올곧은 삽질의 노동을 생각하면 정말 '삽질'이라는 말도 죄송하네요.
    우리가 개색히 할때, 우리 옆에 있는 그 반려의 친구를 생각하며 미안해하듯.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새우실님 기사 보며 아침 일 시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 감사합니다.
    '11.11.8 12:28 PM (182.209.xxx.241)

    늘...잘 보고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919 최강희가 언급했던 책 제목 좀 알려주세요...(ㅠ.ㅠ) 2 ... 2011/11/24 1,395
35918 유독 첫 애한테 엄격하고 잔인한 내 마음... 27 늘 후회.... 2011/11/24 7,015
35917 김밥이나 주먹밥이라도 2 내일 2011/11/24 1,172
35916 어린이집 7세까지 보내고 바로 초등학교 보내도 될까요? 4 어린이집vs.. 2011/11/24 2,632
35915 오늘 뿌리깊은나무의 세종의 명언 9 fta반대 2011/11/24 4,400
35914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이상한 기업? 오호라 2011/11/24 968
35913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ㅜㅠ 6 ㅡㅜ 2011/11/24 3,390
35912 박원순 시장님이 이걸로 또 다시 나를 무한감동 눈물나게 하시는구.. 7 호박덩쿨 2011/11/24 6,554
35911 아기 유모차 끌고 하루 한 번은 꼭 나가줘야하나요? 5 궁금이 2011/11/24 1,777
35910 일반폰 및 안드로이드용 매국송 벨소리를 만들어봤습니다. 5 벨소리 2011/11/24 899
35909 한미fta 반대 프랭카드. 14 .... 2011/11/24 1,808
35908 홧병을 다스리는법은 뭘까요 5 ..... 2011/11/24 2,133
35907 한미FTA 통과로 의료비 많이 드는 시부모님 걱정입니다. 10 시부모한테 .. 2011/11/24 1,963
35906 차끊긴 분들은 구기터널 앞으로 오시면 컵라면과 따뜻한 실내 제공.. 2 참맛 2011/11/24 2,239
35905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는 일...... 54 해결 2011/11/24 12,022
35904 [FTA 필독] 국민 건강보험 ->위헌 소송 중 8 건강보험 당.. 2011/11/24 1,633
35903 탁현민의 11/30 서울콘서트 공지 튓들 8 참맛 2011/11/23 1,968
35902 정권이 바뀌면 제일먼저 할일 40 분당맘 2011/11/23 6,415
35901 물대포는 왜 쏘는건가요?!! 3 도대체 2011/11/23 1,423
35900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1악장 - 가을 교향곡 4 바람처럼 2011/11/23 1,802
35899 가카가 하야할때까정.. 1 .... 2011/11/23 687
35898 KT 직원 원래이렇게 불친절한가요??? 2 ..... 2011/11/23 1,240
35897 트윗 질문 1 안쫄아 2011/11/23 464
35896 중고넷북 어디서 사야할까요? 2 넷북 2011/11/23 697
35895 미국의 종북좌빨 대학교 리스트! 1 참맛 2011/11/23 1,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