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런 게 아니라면
음...
김어준 체포조가 떴다는 말은 믿음이 안 가요.
저 겸공 봅니다.
나꼼수 팟캐스트 시절부터, 골방에서 해적방송 듣듯이 들었어요.
어떤 에피는 하도 들어서 외울 정도. (주진우 기자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그 어눌한 듯 유려한 말빨로 각하를 깔 때 ㅋ
얼마나 웃겼는지)
그 후 윤지오나 윤석열 칭찬 등 똥볼도 좀 있었지만, 제가 믿고 좋아하는 유시민 옹이 김어준을 아직도 믿고 좋아하니 그 판단을 아직 믿어요.
어쨌든 마음 심란하고 복잡할 때 어준 씨 너털웃음 들으면 마음 편해지는 것도 있고...
그런데요, 가끔 어떤 말은 과장이나 뻥이 섞여 있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이번에 체포조 왔다는 말은 듣자마자 좀 실소가 났는데요,
무슨 명분으로 '체포'를 합니까. 정말 체포조가 떴다구요?
아 뭐 그 줄리가 김어준을 엄청 싫어할 수는 있죠.
눈엣가시일 수 있고요.
어떻게든 치워 버리고 싶을 수는 있는데
근데요
김어준 집 앞에 김어준만을 체포하기 위해 체포조가 떴다?
이건... 좀... 아닌 거 같은 거예요.
미리 몸 피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피했을 수는 있어요. 그것도 괜찮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김어준을 체포하기 위해 체포조가 떴다'고 딱 집어 말하는 건
근거 없이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말 아닌가 싶어요.
우선 '체포조'가 정말 떴는지 아무도 본 사람도, 사진 한 장도 없어요.
그냥 김어준 피셜이지.
어떤 분들은 '겸공 앞에 군인들 온 거 내가 봤다!(영상) 김어준이 왔다고 하는데 왜 그러냐!' 그러시는데
그건 저도 봤어요. 하지만 그건 겸공 방송국 앞이잖아요... 겸공은 꽤 큰 인터넷 방송국이라고요.
겸공 앞에 군인이 온 게 사실인 것과
김어준 집 앞에 군인이 왔는지 아닌지 하는 건 아무 논리적 연결성이 없지 않습니까.
군인들이 왔다면, 그 새벽에 한 어수선 했을 거고
김어준은 도망가느라 직접 못 찍었다 해도
그 집이 어디 망망대해에 뜬 섬이 아닌 이상,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이웃집 사람이라도
여기 군인이 왜 있어...? 어머어머 무슨 일 났나 봐
하고 사진이나 동영상 하나라도 찍었을 거예요.
그런데 단 하나도 없죠.
이렇게 사진이나 소식이 빨리 퍼지는 세상에.
국회나 방송국은 계엄령 시에 건드릴, 지들 나름의 명분이 있고 목적이 뚜렷하지만
김어준 개인은 일단 명분이 약하잖아요.
군인을 보냈겠느냐고요.
군인 동원 명분도 '북한 관련 급한 일이다'라고 했다는데
그 명분으로 개인의 집에 군인을 보낸다...?
그래서
군인 떴다는 것 자체가 믿음이 안 가요.
그리고 백번 양보해 군인들이 왔다고 해도
'체포조'인지 어떻게 알죠?
체포조라면, 정말 체포하러 와다다닥 들이닥쳤을 거예요. 말 그대로 체포가 목적이니까.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표물 포획, 그랬겠죠.
하지만 겸공 앞에 온 군인들도
들어올 생각은 없어 보이고 그냥 문 앞에 사람들 통제하고 있었잖아요.
방송국 내 사람들을 잡아가려는 게 아니고
방송국을 일단 둘러싸고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건지 뭔지.
이게 뭐 괜찮았다거나 그래도 된다는 게 절대 아니고요,
그걸 보고 '체포조다!' 하는 건 무리라는 겁니다. 군인이 깔린 건 군인이 깔린 거고
체포조는 체포를 위해 일사불란 움직였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고
그런 거죠.
김어준, 다 좋은데
정말 즐겁게 비극적 상황을 타개해 나갈 때 좋은 깃발이고 길잡이인데
이럴 때 저는 맥빠져요.
거짓말쟁이는 아닌데 뭐랄까, 아주 작은 사실이나 의심 정황에
살을 듬뿍 붙이거나, 극적인 이름을 붙이거나 해 버리는 게 있어요.
즉, 군인이 왔다는 것까지만 사실인데
그걸 '체포조가 왔어'하고 사람들 깜짝 놀랄 이름으로 불러 버리고, 그러는 거요.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닌,
사실은 자기도 모르면서 하는(그리고 자기가 그런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는) 어떤 말들. 사람이 우스워 보이니까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왜 그렇게 극적인 상황의 주인공인 양 해야 하느냐고요.
이 우스움의 시작은
그 '총탄 자국'이었어요... 에휴.
뭔가 흠집이 나긴 났겠죠. 하지만 그게 총탄 자국은 아니었을 거예요.
저격수가 노린다니 ㅋㅋ 정말 살수를 배치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 못할 겁니다.
사실만 말해도 충분히 극적이에요!
어준 씨 극적인 포장지는 안 씌웠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