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엄마 이야기2

은하수 조회수 : 2,000
작성일 : 2024-10-12 19:42:06


지난 일요일 어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외할아버지 묘소에 성묘를 가셨습니다.
모두 말렸지만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수는 없었어요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외할아버지와의 만남을 어머니는 병원에서부터 준비하고 계셨나 봅니다

 

어머니는 작년 가을 간암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혼자병원에 가서 그이야기를 듣고 병원 문을 나설 때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러 가슴이 뛰었다던 어머니.
오는 길에 평소에 먹고 싶던 것이나 마음껏 먹어야지 결심하고 과일을 고르셨다는데 결국 손에 쥔 것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썩고 뭉그러진 떨이 복숭아 한 바구니. 

 

평생을 가난 속에 내핍과 절약으로 살아오셨기에 그 순간에도 비싼 과일은 손이 떨려 살 수 없었던 어머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맨손으로 올라온 서울.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막내 동생을 등에 업고 어머니는 남의 일을 나가셨습니다.

그때 우리가 매일 먹은 것은 퉁퉁 불은 수제비였어요. 하루 종일 먹을 수제비를 끓여놓고 어머니가 일을 나가시면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 오빠와 함께 싸늘하게 식은 수제비를 떠먹었지요. 
바람 부는 한강변에 나가 캐어온 꽁꽁 언 달랑 무로 담근 김치가 유일한 반찬이었습니다.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고생한 끝에 장만한 우리 집. 포도나무가 울창했던 그곳에서 콩나물국 아니면 우거짓국으로 세끼를 다 때워도 마냥 행복했던 시절.
그때가 아마 어머니 일생의 절정이 아니었을까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가 끝난 어느날
그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 단칸 월세 방으로 이사 가던 날, 어머니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단칸방에서 다시 집을 사고 우리 사 남매 모두 대학 졸업을 시키기 까지 어머니가 흘린 땀방울, 그건 땀이 아니라 눈물이 아니었을까요.


어머니 같이 살지는 않겠다고 소리치며 어머니가 반대한 결혼을 한 나. 
그러나 어머니가 살아온 길과 너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라곤 합니다.

가난한집 맏며느리로 시집와 시동생 둘 대학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내가 입은 옷은 동생들이 준옷이 대부분이고, 아이들 옷도 친지들에게 물려받아 입혔지요.

 씽크대도 냉장고도 장롱도 우리 집에는 돈 주고 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온몸으로 내게 삶의 교훈을 보여준 어머니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음을 느끼고 있는데…….

작년 가을 이후 어머니는 나날이 쇠약해져 갔습니다.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일을 반복했고, 이젠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잡수시지 못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성묘를 갔다 오셨습니다.
오는 길에 밤도 따오셨다며 활짝 웃으시는 어머니

어쩌면 어머니는 이렇게 하나하나 우리 곁을 떠나실 준비를 하고 계신 것은 아닐런지요...

어머니 가슴만 아프게 해드리고 떠난 맏딸로 아직 어머니에게 보여드릴 그 무엇도 없는데 어머니는 굳게 잡았던 내손을 놓으려 하시네요.


어머니, 아직 떠나시면 안돼요. 어머니가 눈물로 키운 어린 묘목이 아직 큰 나무로 자라지 못했는데 이렇게 삶을 정리하고 떠나시면 남은 저는 어떻게 하나요. 잠시만 더 곁에 계셔주시면 자랑스러운 딸이 될 것만 같은데…….
내년도 후년도 어머니가 곁에 계셔주시리라 믿으며 글을 맺습니다.

 

ㅡ 내가 쓴 이글을 머리맡에 두시고
읽고 또 읽으시던 어머니는 딱 1달뒤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빠르다면 빠른 나이.향년65세.

올해는 살아계시면 
어머니 연세 88세가 되는 해입니다.

 
해가 갈수록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

작년 한참 어려운일들을 
겪으며 나보다
힘든일이 더 많았던
울엄마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온식구 목숨줄인 양담배목판 목에 매고 달리고 또 달렸던  엄마처럼 강하게 살자.
결심하고  세상과 싸웠지요.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잘살았다
칭찬받는 딸이 되고 싶습니다.

엄마. 엄마. 엄마

 

IP : 58.146.xxx.8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0.12 7:43 PM (125.131.xxx.175)

    눈물 한가득입니다..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 ....
    '24.10.12 8:01 PM (118.235.xxx.21)

    엄마란 존재는 진짜 대단한거 같아요.
    어머니가 하늘에서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계실꺼에요.

  • 3. 친구가 필요해
    '24.10.12 8:03 PM (180.66.xxx.11)

    너무 일찍 가버리신 어머니.
    그 고생 속에서 아이들 넷 먹이고 입히고 대학까지 다 보내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 4. 괜찮아
    '24.10.12 8:23 PM (221.162.xxx.233) - 삭제된댓글

    엄마는 언제나 희생과눈물같아요
    마음마픕니다

  • 5. 아 ㅠㅠ
    '24.10.12 8:38 PM (182.224.xxx.78)

    너무 일찍 가셨어요.
    글 읽는데 눈물이..

  • 6. 옹이.혼만이맘
    '24.10.12 9:11 PM (1.255.xxx.133)

    ㅠ 너무 슬퍼요.

  • 7.
    '24.10.12 9:31 PM (121.54.xxx.76)

    넘 빨리 떠나셨네요 ㅠㅠ

  • 8.
    '24.10.13 1:40 AM (1.236.xxx.93)

    훌륭하시고 강인하신 어머니셨군요 고생많이하시고 젊은 나이에 떠나신 어머니! 눈물나네요

  • 9. --
    '24.10.13 3:15 AM (47.33.xxx.185)

    2년전 세상 떠나신 엄마 생각에 목이 메입니다 외국에 사는죄로 임종도 못받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3564 비상식적인 사람을 상대해야만 할때 어떻게 하세요? .... 12:19:53 11
1803563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단어 4 ... 12:07:44 262
1803562 도마 고민 ... 12:03:27 96
1803561 트럼프 김민석 만남 막후에 순복음교회 목사가 있다죠? 10 12:01:48 366
1803560 베트남에서 한국사람들만 호구노릇??? 1 호구 12:01:12 398
1803559 아빠하고 나하고 부산 아파트 2 ... 12:01:04 363
1803558 남녀헤어질때 5 ........ 11:56:36 388
1803557 한준호"주변에서 겸공가지 마라해" 17 ㄱㄴ 11:53:59 726
1803556 LGU+, 내달 13일부터 전 고객 유심 무상 교체 1 123 11:48:35 448
1803555 혹 다른지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10 00 11:45:27 479
1803554 스카프 라벨 떼는건가요? 11 ........ 11:42:44 857
1803553 황게 드셔보셨나요. 2 ... 11:42:03 215
1803552 레켐비 보험 40대중반 필요할까요 3 ㅇㅇ 11:41:46 190
1803551 마운자로 맞으면 원래 이런가요? 7 11:41:09 698
1803550 지금 호갱노노 들어가서 본 공시지가가 확정된거 맞나요? 3 ... 11:40:04 702
1803549 ‘1300만 인플루언서’ 믿고 샀는데…中서 3000만개 팔린 식.. 5 ㅇㅇ 11:36:39 1,034
1803548 트럼프가 사망하면 국제정세가 어떻게??? 12 계룡산 11:33:00 999
1803547 당대표 여조~ 진보층, 정청래 39.5% , 김민석 29.3% 14 .. 11:28:29 675
1803546 최강욱 민정수석 후보 된거 맞나요? 15 dd 11:28:09 1,312
1803545 한국 남자랑 결혼할래" 혼인 건수 40% 넘게 급증했다.. 21 ... 11:26:09 1,226
1803544 필로덴드론 플로리다뷰티 키우시는 분 계실까요? 5 ㅁㅁ 11:21:09 138
1803543 와규 불고기감 있는데요 2 봄봄 11:20:27 130
1803542 ‘트럼프 이민정책’ 비판한 美영화 오스카 6관왕 4 ㅇㅇㅇ 11:18:47 622
1803541 유시민 공격을 위한 공격 한심. 10 진짜 11:18:07 472
1803540 검철 개혁안 제가 잘 몰라서 5 ㅎㄹㄹㅇ 11:18:02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