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썼는데 길다고 안 읽으실까봐
요지만 미리 써봅니다.
---곡기를 끊은 노인이 여기저기 아프다 하며 촛불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자니 제가 너무 힘들어요.
겪어보신 분들은 그걸 어떻게 이겨내셨죠?--- 입니다.
6년 전 아버지 돌아가실 것 같다고 글 썼는데요.
아이들이 고등학교 가면서부터 석식을 먹고 오니 그때부터 나이든 부모님 챙기느라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5년을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서 집 팔고 우리집 근처로 모셔왔어요.
새벽에 나가서 병원 순례하고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훌쩍 넘으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근처에 모셔와서 매일 식사 적어도 두끼는 챙기고. 반찬도 해다 나르고. 병원이며 은행이며
손님 온다며 전화오면 손님 챙기고...
그렇게 6년 가까이 챙겼는데 곧 돌아가실 것 같던 아버지는 살아나셔서
더 짱짱하게 성질도 부리시고..
두 집 살림하며 내 인생 십년이 없어졌네요.
그 사이 참견만 할줄 아는 동생하고 틀어져서 혼자 독박부양이 너무 힘들었어요.
올해 초 제가 손 떼겠다고 선언하고 동생이 반년 부양했는데
겨우 반년 하고선 아버지 버리고 갔어요.
상심하신 아버지 충격 받으셔서
식사도 못하고.
섬망도 있고.
아프던 몸은 더 아프고..
이제 각오를 할 때가 되었다 싶네요.
여기 글 보면 노인이 곡기를 끊고 돌아가신다 하잖아요.
지금 상황이 그런 것 같은데...
글로 보면 단순한데요.
곡기를 본인 의지로 끊는게 아니고 식사를 받아들이질 못하시는 것 같아요.
달달한 호박죽 같은 건 드시는데 다른 건 싫다고 하세요.
계속 멀건 호박죽만 드릴 수는 없고 그걸로 연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병원 가서 수액이라도 맞자고 갔더니 의사샘이
이런 정도시면 맞다가 의료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고 이번만 맞춰드릴테니 더 오시지 마시라네요.
한 번 맞고 오시더니 조금은 기운이 나시는지 어제는 식사도 하셨는데.. 남편과 둘이서 재롱 떨어가며 밥 안 먹는 애기 먹이듯이 하니 좀 드셨어요.
곡기를 못 받아들이는 노인이 여기저기 아프다 하면서 촛불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자니 제가 너무 힘들어요.
겪어보신 분들은 그걸 어떻게 이겨내셨죠?
백세 가까운 분이니 이제 돌아가셔도 호상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라 가시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바로 가시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꺼져가는 걸 지켜보려니...
아버지 살아온 인생도 가엾고...
치매 아버지가 치매 엄마를 때렸다고 분리하고 엄마만 케어하겠다고 아버지 버리고 가버려서 이틀을 굶고 계셔서 제가 챙기러 왔습니다.
아들의 막말 때문에 엄마와 싸우시다 엄마를 때렸대요.
엄마는 더 인지가 안 좋은데 아버지는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구요.
엄마도 안 됐지만 그렇다고 가실날이 더 가까운 노인네를 버릇잡는다고 굶기는게 말도 안 되잖아요.
아버지가 속상해서 전화 하는 것도 받지 말라는 걸 안 들었다고, 이틀 굶은 분 식사 챙겼다고 더 원수가 되었는데 그딴 건 상관 없고 어차피 남이라 생각하니 상관 없어요.
임종 하시기까지 좋은 기억 가지고 몸이 힘들지 않게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자꾸 눈물만 납니다.
차라리 심장마비 같은 걸로 가시면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심장은 튼튼하세요.
몸무게 45킬로가 안 되니 뼈만 남았네요.
못 먹는 노인을 돌아가실 때까지 어떻게 간병 해야 할까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알아봤는데 잠시 더 연명한들 나아질 것도 없어 저는 차라리 집에서 돌아가시는 게 낫다 싶어요. 다른 의견 있으시면 댓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