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9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영화나 드라마에서 클리쉐가 된 비오는 날, 거침없이 쏟아지는 비를 아무런 저항없이 즐기며 만끽하는 모습. 자유로움과 해방의 전형적 상징.
남편과 나와 한 살이 되기 한 달 남은 강아지는 습기없는 섭씨 24도 정도의 거리를 서로의 행복한 눈을 놓칠세라 발걸음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변하는 이곳의 날씨에 어김없이 당한 날이었다.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단골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 커다란 파라솔 아래 잠시 비를 피하고자 서있는데,
이유 없는 거센 비 속에 야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실내로 뛰어들어가고, 빗겨 내리치는 비바람에 커다란 파라솔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가 없었다면 실내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깔깔거릴텐데, 이미 30kg 가까이 되었던 우리의 어린 녀석에게 실내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는 무섭게 내리는 비가 무서웠는지 걷기를 거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비오니까 따뜻하게 와인 마시면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자.
그래도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재미있잖아. 우리는 정말 멍청해, 항상 아무런 대비가 없어 하면서 웃는데, 그녀가 술잔을 들고 그녀의 남편과 빗속으로 나왔다.
너희 정말 행복해 보여. 같이 놀자.
음.. 솔직히 행복하지는 않은데, 재미있어. 그래 같이 놀아.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너무도 환한 미소의 그녀. 살짝 삐져나온 덧니도 사랑스러운 Adrienne.
그 후로 몇 번을 더 만나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18살에 첫 아이를 낳았어.
어머. 너희 고등학교 첫사랑인거야?
아니. 이 사람과는 재혼이야. 첫 남편과는 둘째를 낳고 바로 이혼했어. 난 첫 아이를 낳고, 간호대학에 갔어. 어떻게 살아냈나 몰라. 둘째는 발달장애 미숙아로 태어났고, 자폐 스펙트럼도 진단 받았어. 그 아이는 14번 수술을 해야 했어. 병원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 정도의 케이스였어.
그녀의 남편은 아이가 없이 이혼후 그녀와 재혼. 그들은 그녀의 첫 째를 아름답게 키워 냈다. 그리고 둘째 역시 훌륭히 키워내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수 많은 에피소드를 다 쓸 수는 없다. 그저 여기 살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쓸 뿐이다. 그녀는 거창한 수식어 없이, 모든 사람이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미숙한 상태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또 온전히 그 책임을 진다. 그리고 여전히 미숙하지만, 또 다른 기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 인간이라고 나는 미숙한 채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