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큰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혼자 육아를 했어요. 처음에는 제발 살아만 달라, 후유증만 없게 해달라, 모든 고비가 지나가고 나니까 내 자신이 안쓰러워졌어요. 남편은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죽 부재중이고 아이는 아빠의 존재를 거의 모르고. 퇴원 뒤에는 에스엔에스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가족도 나들이 다니면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퇴원 뒤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남편의 몸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엎친데덮친격으로 양가 어르신들에게 소소한 우환이 끊이지 않았어요. 사기. 이혼. 질병 등등 그걸 처리하느라 남편과 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어요. 저와 남편은 정말 많이 싸웠네요. 우리한테 주어진 상황들이 너무 숨막혀서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해코지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어요. 이혼 직전까지 갔고요.
그런데 또 우째우째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니 사이가 좋아지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당장 눈앞에 우리를 짓누르는 불안들이 없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소소하게 투닥거리긴 하지만. 예전처럼 정말 일부러 입에 칼을 담은 것처럼 죽을 듯이 싸우지는 않아요.
82쿡 글 보면 다시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 사춘기 오거나 퇴사 가까워지면, 재테크 실패하면 감당 못할 좌절감이 엄습해 오면 스트레스와 불안을 어찌하지 못해 서로를 다치게 할까...
전 그래서 그냥 관계회복 심리상담보다는 스스로 불안약 먹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독서하면서 마음 다스리기에 집중하려고요. 그냥 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저 자신이 문제라고, 남편한테도 마음공부에 집중하라고 말해요. 내 마음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