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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써 보는 우리 엄마 이야기 (1)

70 조회수 : 12,560
작성일 : 2024-04-25 17:28:55

저희 엄마는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산골에서 나무지게 이고 

학교도 국민학교만 나오고 근데 얼굴이 예뻐서....

시집을 읍내에 있는 잘 사는 집으로 가셨어요. ㅎㅎㅎㅎㅎ  (나는 아빠랑 똑닮음)

읍내에서 잘 산다고 소문난 집 아들였던 아빠는 고향 내려올 때 마다 선을 봤는데 

선을 서른번을 봐도 다 맘에 안든다고 하다가 엄마 보고 마음에 들어서 

두번만나고 세번째만에 결혼하자고 하고 넉달 뒤에 결혼하셨다 하더라구요.

선보러 온 날, 두번째 만난 날, 세번째 만난 날. 모두 예비시댁에서 주무셨다네요. 

버스가 하루에 한번만 와서.... 나오면 들어갈 길이 없었고 

선본 날 집에 못들어가서 이대로 집에 가면 외삼촌한테 맞아죽을 것 같아서 

할머니를 앞세워 들어갔대요. 할머니도 사돈댁 사는걸 봐야 하니까. 

선보고 다음 날 예비시어머니 모시고 집에 감. 

두번째 만난 날은 그 다음 날 아빠랑 같이 들어감. 

외삼촌이 고래고래 소리지름. 하지만 좋아하는 것 같았대요. 

세번째 만난 날. 소리 덜 지름. 술 왕창 먹임. 

 

식 올리고 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사셨대요. 

할머니는 국민학교밖에 안나온 엄마가 자식들한테 기죽을까봐 

서울에서 학교 다니라고 해서 어쨌건 야간 여상이라도 고졸로 만들어주고 

남편 밥 잘 해서 먹이고 아들 낳는게 여자가 할 노릇이라고 하시면서도 

한번씩 서울에 오시면 여자는 남편 모르는 돈도 있어야 한다면서 아버지 한달 월급정도 되는 

돈을 손에 쥐어주고 가셨대요.  

문제는 그 사이 친정을 한번도 못갔다네요. 명절때마다 못가게 해서........ 

 

딸 여섯, 아들 둘인 집 막내딸이었던 엄마는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설날에 이번에는 꼭 가겠다고 아빠한테도 단단히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는데 

그 산골집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없었대요. 버스도 안다니고...

할머니는 사돈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할머니보다 스무살이 많은 사돈...) 

읍내로 모시고 와서 병원 가시고 양약 지어먹이고 병원에서 링거 맞히고 

불고기감 끊어서 소고기 무국이랑 고기 반찬 만들어서 하루에 한번 들어가는 

버스기사한테 박카스 한박스 사주고 맡겼다고 하세요. 

그게 우리 외할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양방병원....... 지금 생각하면 암이었을 것 같다고...

 

저를 뱃속에 품고 만삭이었던 엄마는 결국 외할머니 임종을 못봤고

지금도 외할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신대요. 이모들이 부른다고 하니 부르지 말라고....

뱃속에 애도 있는데 여길 어떻게 오냐고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고.... 

저는 그래도 어떻게 친정을 한번도 못가게 하냐 할머니가 너무 하셨다고 생각을 하고 

엄마는 그래도 돌아가시 전에 병원이라도 가 보고 가시기 전에

늘 배 곯다가 든든하게 배 채우고 가셨을거 생각하니 할머니한테 고마운 마음이라고 하시네요.  

알다가도 모를 고부간의 관계...... 

IP : 211.211.xxx.149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4.4.25 5:32 PM (223.38.xxx.20)

    어머니 지금 행복하신가요

  • 2. ㅡㅡ
    '24.4.25 5:34 PM (114.203.xxx.133)

    이해가 안 됩니다 택시라도 타고 가시면 될 것을..

  • 3. 쓸개코
    '24.4.25 5:41 PM (118.235.xxx.106)

    재미있게 읽다가 뭉클,, ㅜ
    시할머니 마음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 4. ...
    '24.4.25 5:48 PM (183.102.xxx.152)

    진짜 옛날 시골이야기네요.
    그 당시에 택시 타실 엄두도 못내셨겠죠.
    지금은 행복하시길요.

  • 5. 자유
    '24.4.25 5:51 PM (61.43.xxx.130)

    할머니가 친정 못가게 한건 친정 가도 먹을것도 변변찮고 가서 편히 쉬다오는게 아니라 가면 맘고생 할것 같으니 못가게 하신게 아닐까요
    할머니가 나쁜 마음으로 그리 하신건 아닐것 같아요
    사돈을 읍내 병원에 입원시키시고 소고기 국에 배불리 먹여주신
    심성으로 보건데 할머니 좋은분일듯 하네요^^ 어머니 편안하세요

  • 6. 택시도 없어요
    '24.4.25 5:52 PM (121.188.xxx.245)

    그옛날 산골에 택시가 어디있어요. 저 70년생인데 산골출신이고 초등졸업때까지 택시 구경 못했어요. 안믿는다고 댓다는사람있겠지만.

  • 7. 택시도 없어요
    '24.4.25 5:53 PM (121.188.xxx.245)

    읍내로 중학교 입학하면서 택시봤고 자기집에 차 있다는 아이를 처음봤어요.

  • 8. 할머니의보호
    '24.4.25 5:56 PM (175.211.xxx.242)

    그당시 결혼 잘 해서 탈출한 막내딸, 친정에 가봐야 속상하고 그간 쌓아둔 자존감
    깍여 세뇌만 되어 오지

    어머니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예요

    양방 병원 함 가보셔ㅅ고 배 불리 드신 거..

    그 시대의 증언의 가치

  • 9. 그래도
    '24.4.25 6:06 PM (112.186.xxx.86) - 삭제된댓글

    엄마가 사랑 많이 받고 자라셨네요.
    아들밖에 모르던 시절이었을텐데...

  • 10. ...
    '24.4.25 6:09 PM (183.102.xxx.152)

    돈이 없어서 밥도 못먹고 굶었다는 말에
    이해가 안가네요...고기 먹으면 될걸 이라고 말하는 분이 계시네요.
    모든게 지금이 기준인거죠.
    지금도 택시 안들어가는 산골 있어요.
    버스 하루 4번 들어오면 다행이죠.

  • 11. 좋은 할머니
    '24.4.25 6:16 PM (119.194.xxx.17)

    할머니가 어머니 많이 아끼셨네요.
    요즘도 이런 시어머니는 흔치 않을듯.

  • 12. ㅁㅁㅁ
    '24.4.25 6:57 PM (211.186.xxx.104)

    지금72인 시어머니가 친정을 모르고 사셨다고 해요
    23에 시집와서 바로 시할머니 할아버지 모셨는데 친정가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였다고..
    시댁서 시어머니 친정까지 그리 먼거리도 아니였는데 친정 못가고 사셨다는데...
    문제는2005년에 결혼한 저에게 까지 결혼 한 첫명절에 친정 가야 하냐고 몇번을 물으심요..
    명절마다 친정 안보낼려고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로 못가게막고..
    지금 결혼18년차인데도 친정 가는거 싫어라 하심요...ㅋㅋ

  • 13. ..
    '24.4.25 7:26 PM (61.254.xxx.115)

    아니.학교도 안보내는거 보면 집이 가난하다는데 택시탈 돈이 어딨음??이런데 댓글쓴 사람들 보면 참 앙트와네트가 빵이없음 고기먹음되지 이런말이 생각나네요...코믹이다 코믹

  • 14. ..
    '24.4.25 7:29 PM (61.254.xxx.115)

    그래도 친할머니가 좋은분인것같아요 누가 며느리 학벌 신경쓰나요 그래도 고졸이라도 만들어주신거 자존감과 관계되는건데 현명하게 잘하신거임..근데.하필 또 눈오는 시골엘 가셨대요 차라리 추석에 날좋을때나 가시지 참 안타깝네요..

  • 15. ㅇㅇ
    '24.4.25 8:10 PM (219.250.xxx.211)

    두루두루 너무나 이해되는 근데 가슴 아프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네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 16.
    '24.4.25 8:40 PM (114.202.xxx.186)

    할머니 대단하시네요
    며느리 고졸 만드시고
    쌈짓돈 쥐어 주시고
    사돈 병원 모시고가
    고깃국 끓여 갖다주시고

    그 옛날 없는 집에
    국졸 며느리 무시하지 않으시고


    할머니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네요

  • 17. 잘 읽어보세요
    '24.4.26 10:23 AM (114.203.xxx.133)

    부잣집으로 시집 가서 서울 살았다는데
    시어머니가 당시 아버지 한 달치 월급을 며느리에게 쥐어 줬다잖아요. 그러면 그 돈으로
    만삭이 되기 전에 왕복 택시 대절해서
    읍내 병원에 입원한 친정 엄마 한 번 가서 보는 것도 못 하나요?
    그 엄마는 고통 끝에 돌아가실 때까지 딸 얼굴 얼마나 그리웠을지..

  • 18. 원글이
    '24.4.26 10:45 AM (211.211.xxx.149)

    네 제가 글로 쓰다보니 모든 내용이 다 전달된건 아니구요.
    외할머니가 병세를 숨기셔서 나중에 엄마한테 전달이 됐고 쥐어주신 돈은 나중에 쓰겠지만
    친정조카들 서울 자취방 보증금이 됐습니다.

  • 19. ㅇㅇ
    '24.4.26 11:03 AM (119.69.xxx.105)

    버스도 잘 안다니는 산골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
    부자집에 시집가서 남편사랑 시어머니 사랑 받고 살게 되니
    그당시로는 진짜 잘된거죠
    할머니도 좋은 분이셨고 나름 배려하신거네요

  • 20. 나옹
    '24.4.26 11:03 AM (112.168.xxx.69)

    친정은 못 가게 하셨지만 친할머니는 좋은 분이었네요. 기죽지 말라고 학교도 보내주시고 뒤로 돈도 따로 주시다니. 현명한 분이었을 듯.

  • 21. 정말
    '24.4.26 4:36 PM (81.146.xxx.255)

    소설같은 삶이네요...

  • 22. ..
    '24.4.26 5:14 PM (175.223.xxx.121)

    근데 엄청 현명하신 할머니인데 그렇게.가고싶어하는 고향은 왜 못가게.하셨을까요? 밥해줘야할 고딩 시동생들 때문이었을까요?

  • 23. ..
    '24.4.26 6:10 PM (175.223.xxx.121)

    한달치 월급도 쥐여주셨다는게 엄마 아픈거 알기전이라곤 안했잖아요 임신막달에 그시골을 어찌 갑니까 가도 하루에한번 버스시간 있다는데 어떻게 임산부가 그시간을 맞춰요 깡시골에 택시.보기도 어려워시을건데

  • 24. ...
    '24.4.26 6:49 PM (118.235.xxx.87) - 삭제된댓글

    여기서도 독해력 딸리면서 트집잡는 사람 있네요
    너네별로 가세요

  • 25. ..
    '24.4.26 9:19 PM (61.254.xxx.115)

    택시타고 집에 가지 그랬냐~는 댓글 삭제했네요

  • 26. 보따리아줌
    '24.4.28 7:44 PM (14.138.xxx.247)

    연재소설1편입니다

  • 27. ㅁㅁ
    '24.4.29 1:09 PM (180.67.xxx.199) - 삭제된댓글

    요즘 갱년기로 우울한데 원글님
    글 보고 기운내고 있습니다
    계속 연재?해 주세요

  • 28. ^^~
    '24.4.29 11:50 PM (175.206.xxx.180)

    재밌어요~~

  • 29. ㅇㅇㅇ
    '24.5.1 6:10 AM (187.190.xxx.59)

    저정도면 당시로는 참 좋은 시어머니 같아요. 제가 50인데 제가 들은 엄마에 시집살이는 참 힘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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