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0...
삼일절 행사에 자위대 삼행시도 기가 막힌데
대통령실에 간첩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짓을?..
지난 주말 <한겨레> 인터넷판에 실린 황당한 기사 제목입니다. <한겨레>가 일본 <아사히신문>의 기사를 인용해서 보도한 건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세계 3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하 WD)과 4위인 일본의 키옥시아가 합병을 하려고 하는데 "시장에서 존재감 저하를 우려"한 SK하이닉스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두 회사는 합병을 위한 협상을 오는 4월에 재개할 예정인데, 합병을 위한 'SK하이닉스 설득'에 윤석열 정부도 나선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는 게 기사의 핵심입니다.
이거 말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기사 아닌가요? SK하이닉스가 자사의 이익을 고려해서 지분을 투자한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데, 그걸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합병 찬성 쪽으로 돌아서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게 왜 말이 안 되는 건 지 조금 더 설명을 하죠.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른 제품도 있지만 시장 규모로 봤을 땐 이 두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그 중 낸드플래시는 현재 D램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2025년 이후에는 D램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제품입니다.
메모리 산업은 시스템반도체와 비교해서 규모의 경제가 더욱 중요합니다. 메모리는 기성품에 가깝기 때문에 동일한 제품을 누가 더 많이 더 싸게 만드느냐가 사업의 핵심입니다. 회사 규모가 작고 대규모 투자가 어려우면 업체 간 치킨게임에서 버틸 수가 없어 낙오하고 맙니다. 1970년대 40개가 넘던 D램 업체가 지금처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의 대형 업체만 남고 다 사라진 데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이 세 회사에 WD와 키옥시아가 더해져서 다섯 개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로 제법 앞서가고 있지만, 2위부터는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섯 회사가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중국의 몇몇 회사들이 나눠 가진 상태에서 언제든 치고 올라 올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인텔 낸드플래시 팹을 인수한 것도 덩치를 키워 WD나 키옥시아보다 앞서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WD와 일본의 키옥시아가 합병을 해서 덩치를 키우겠다고 나선 겁니다. WD와 키옥시아가 합병을 하면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를 가뿐히 넘기는 건 물론이고, 1위인 삼성전자와 맞먹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낸드플래시 업계의 최강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낸드플래시 업계에 불황이 계속된다면 상위 5개 기업 중 어떤 기업이 낙오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게 우리 기업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시장에서 3위로 밀려나게 될 처지의 SK하이닉스는 다행히 이 두 기업의 합병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키옥시아에 약 4조 원을 간접 투자한 상태라서 합병을 위한 결정에 참여가 가능한 구조인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두 반도체 회사의 합병을 돕기 위해 우리 기업인 SK하이닉스를 압박한다니 도대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를 헷갈린 게 아닐까 싶어 해당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키옥시아-WD 통합 협상 결렬 뒤 SK설득을 위해 한미일이 혈안이 되다>
제목에서부터 한미일이 함께 SK를 설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세게 나갑니다. 그럼 키옥시아와 WD의 합병이 한미일과 해당 기업에 어떤 의미이기에 이러는 걸까요? 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키옥시아의 뿌리는 도시바입니다. 도시바는 2018년에 경영 위기를 맞아 메모리사업부를 2조엔을 받고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이 주축이 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했는데, 이때 SK하이닉스는 우리 돈 4조 원 정도를 투자해 컨소시엄 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 베인캐피탈은 키옥시아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지자 업계 재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에 베인캐피탈이 적극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은 경쟁상대의 체급을 올려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찬성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합병을 하더라도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 회사의 합병이 SK하이닉스의 생각이었습니다.
베인캐피탈은 그런 SK하이닉스의 반대를 너무 쉽게 봤나봅니다. 베인캐피탈은 SK하이닉스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 동의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기사는 베인캐피탈 간부의 말을 빌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지난해 협상 당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한국 정부 등 '관계자 일동이 혈안이 돼 설득'했지만, SK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라고 적었습니다.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은 불황과 과당 경쟁으로 인한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체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키옥시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계 투자회사 베인캐피탈 역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두 회사의 합병에 "혈안이 돼 설득"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여기에 보조를 맞출 이유는 없습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업계 2위 자리를 내 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밀려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의 합병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WD와 키옥시아가 4월 하순에 통합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SK하이닉스는 당연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지요. <아사히신문>은 SK하이닉스 관계자에게 묻습니다. 반대를 계속 관철할 수 있느냐고. SK하이닉스의 답은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는 회사가 아니다"입니다. SK하이닉스, 멋집니다. 저 압력이 미국과 일본 정부의 압력이라면 SK하이닉스가 굴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압력도 더해져 있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압수수색이라도 한다면 SK하이닉스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한 번의 실수로 뒤처지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곳이 반도체 산업입니다. 한때 반도체 시장의 선두에 있던 일본 반도체가 몰락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회복을 못했습니다. 이제 일본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회복이 늦어 키옥시아가 조 단위의 적자를 이어가자 일본 정부는 신규 팹에 2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생존을 돕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지금 누구 편에 서 있는가?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은 이제 국가 단위의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의 편에서 지원을 해 주고 외부의 압력을 막아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재차 대통령님께 확인하는 겁니다. WD를 위해 미국 정부가, 키옥시아를 위해 일본 정부가 SK하이닉스를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님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SK하이닉스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게 맞는 거지요? 누가 뭐래도 대통령님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위해 불철주야 뛰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니까요.
그럼 이제, <아사히 신문>를 향해 가짜뉴스를 내리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아사히 신문>의 기사를 인용보도한 <한겨레>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기업을 위해 우리 기업을 압박한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쓴 언론들은 국익과 대통령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혼이 나야 합니다. 기사가 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대통령님의 반응이 없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보도만큼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SK하이닉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일본의 기업을 위해 SK하이닉스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통령님은 우리 반도체 산업을 망친 '나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앞장서서 미국과 일본의 두 회사의 합병을 돕고,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낸드플래시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우리 기업이 그 경쟁에서 낙오하는 그런 상황은 꿈도 꾸고 싶지 않습니다. 대통령님이 그렇게까지 나쁜 대통령은 아닐 거라는 데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보렵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마이뉴스> 기사가 게재된 후 28일 저녁 "우리 정부가 미-일 반도체 합병에 SK하이닉스가 동의하도록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만 알려왔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은 없었다.